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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시작과 함께 전주영화제에 대한 기억을 묻자 이제 막 여행 짐을 싸기 시작한 소녀처럼 방효린은 설레는 표정으로 웃었다. 대학 시절 그는 전주영화제 시즌이면 학과 동기들과 버스를 대절해 전주로 향했다. 도장 깨기 하듯 영화관 이곳저곳을 유영하면서 친구들과 언젠가 함께 만든 작품을 전주영화제에 올리겠다고 얘기하곤 했다. “전주영화제는 연극영화과 학생들에겐 꿈의 공간이다.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주제를 자유롭게 펼쳐내는 작품들을 접할 수 있다. 그래서 <지옥만세>가 전주를 찾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무척 영광스러웠다. 게다가 관객들과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니, 꿈이 이뤄지는 것만 같았다.” <지옥만세>는 수학여행을 앞둔 학교폭력 피해자 선우(방효린)와 나미(오우리)의 겨우내 모험담을 다룬다. 모든 게 가벼워진 5월, 춥고 냉랭한 아이들의 지옥을 지켜보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영화는 마지막 시퀀스에 많은 무게를 두고 있다. 큰 소동을 지나 각자의 길
[인터뷰] 봄이 오는 신호처럼, <지옥만세> 배우 방효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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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소문> <메이드 인 루프탑> <구경이> <뜨거운 피> 등으로 주목받은 배우 이홍내의 데뷔작은 2012년 제13회 전주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선정작 <지옥화>다. 하지만 이홍내는 데뷔작으로 전주영화제를 찾지 못했다. “<지옥화>를 찍은 후 입대했다. 이등병 때 이상우 감독님이 직접 전화로 우리 영화가 전주영화제의 초청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주셨다. 바로 휴가를 신청했지만, ‘네가 무슨 영화제에 가냐’라며 부대에서 무지 혼났다. (웃음)” 관객으로서 전주영화제를 숱하게 찾으며 “영화를 많이 보고, 수제 막걸리를 많이 마셨던” 이홍내는 <지옥화> 이후 11년 만에 마침내 배우로서 전주영화제를 찾을 예정이다. 전주씨네투어를 통해 상영되는 그의 출연작은 2022년 왓챠에서 제작한 옴니버스 6부작 시리즈 <사막의 왕>이다. 그에게 <사막의 왕>은 “마치 평양냉면 같은, 내 취향의 시리즈”다
[인터뷰] 카메라 안팎에서 배우로 살기, <사막의 왕> 배우 이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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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 성장해가는 과정 속에서 하나의 변우석보다 다양한 모습의 변우석을 보여주고 싶다. 그런 점에서 <20세기 소녀>에서는 청춘의 얼굴을 잘 그려낼 수 있던 것 같다. 누군가를 처음 좋아하게 된 상황이 어색하고 낯선 나머지 표현이 서툰 소년이 되어보려 했다. 인물의 감정으로 삶을 살아볼 수 있어 내게도 무척 감사한 경험이다.” 배우 변우석은 <20세기 소녀>를 통해 풋사과 같은 첫사랑의 맛을 명확하게 담아냈다. 변우석은 인물과 자신의 공통분모에서부터 특징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운호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니 타인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이 나와 비슷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에는 관련 정보를 탐색하거나 상상력을 동원해서 그와 하나가 되려 했다.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보라(김유정)에게 고백하는 장면이 있는데, 신체적으로 드러나는 긴장감을 공부하기 위해 고소공포증에 대한 영상을 찾아보기도 했다.”
아쉽게도 올해 전주영화제에는 그의 작품이 상영되지 않는다. 하지만
[인터뷰] 청량함이라는 공통분모, <20세기 소녀> 배우 변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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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영화제에 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출연작들이 전주영화제와는 연이 없었는데, 드디어 가게 돼 기대가 크다.” 휴대폰을 꺼내들어 사람들이 ‘빵지순례’를 하는 전주의 맛집 리스트를 훑고, 상영작으로 선정된 동료들의 영화도 볼 계획이라 말하는 이수경 배우의 얼굴에 설렘이 가득하다. 영화 <용순> <야차> <데드맨>, 드라마 <로스쿨> <아다마스> 등에 출연한 그가 전주영화제에서 관객과 함께 관람할 영화는 이장훈 감독의 <기적>이다. 기차가 서지 않는 마을에 기차역을 세우기 위한 준경(박정민)의 여정을 그린 작품으로, 이수경은 준경을 응원하는 누나 보경 역을 맡았다. 이수경에게 보경은 “굉장히 이상적인 누나상”이다. “이런 사람이 나의 가족이라면 행복하겠다고 생각한 이상향을 그리며 연기했다.” <기적>은 “특유의 따뜻한 메시지와 분위기가 전주의 봄과 잘 어울리”기도 하지만 그에게 배우로서의 터닝 포인트가
[인터뷰] 감각과 노력 사이에서, <기적> 배우 이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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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베스트 선발대회, SM 연습생, 인기 아이돌 자매, 음악방송 MC. 배우 공승연을 둘러싼 다양한 수식어가 있지만 진짜 공승연을 관통한 말이라고 하긴 어렵다. 외모로 주목받은 대중의 시선이 벽이 되어 그의 진정한 연기력과 작품 분석력이 가려져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던 중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은 1인 생활에 익숙한 현대인이 일상에서 느끼는 모순적인 감정을 날카롭게 포착해낸다. 누구와도 연결되지 않고 혼자 지내고 싶은 경계심과 타인에게 의지하고 싶은 정서적 욕망이 주인공 진아(공승연)를 뒤흔든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그동안 TV스타와 뷰티 모델로서 인지되었던 공승연의 낯선 얼굴을 끄집어내기에 충분했다. 메마른 입술과 생기 없는 무표정, 굴곡 없는 목소리. 전에 없던 경험은 공승연에게도 자신을 확장하게 만들었다. “당시 내가 주연으로 나오는 장편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된다는 것만으로도 떨렸다. 진아는 감정의 증폭이 크진 않지만 심리적 변화를 밀도 있게 밀
[인터뷰] 고독의 다른 얼굴, <혼자 사는 사람들> 배우 공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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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박화영> <어른들은 몰라요>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우.천.사)>, 시리즈 <땐뽀걸즈> <지금 우리 학교는> 등 그동안 이유미는 수많은 청소년의 얼굴을 그려왔다. 사회적 제약 앞에서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10대의 당혹스러움과 난감함, 어른의 도움을 외면하고 싶으면서도 그것을 갈구하는 속내. 이유미는 그 미묘한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했다. “실수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어른들은 몰라요>를 통해 그 나이대 아이들이 할 수 있는 흔들림을 잘 그려내고 싶었고 잘못된 행동과 별개로 어쩐지 마음이 가는, 어리숙한 순수함도 함께 담아내고자 했다. 왠지 밉지만은 않은.” <박화영>의 세계관에서 공통분모를 이어받은 <어른들은 몰라요>의 세진은 이유미가 가장 깊이 고민하고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둔 인물이다. 그의 행동과 사고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세진과 같은
[인터뷰] 경험을 넘어선 곳에서, <어른들은 몰라요> 배우 이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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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예정된 참석까지 더하면 진구는 전주영화제와 네번 인연을 맺었다. 2008년 영화 <기담>으로 개막식 레드카펫에 서며 영화제를 처음 찾았고 지난해에는 개막식 사회를 봤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전주씨네투어X마중: 바로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오랜만에 진구의 출연작 <마더>가 관객을 만난다. 그는 <마더>가 “배우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자 “봉준호 감독을 필두로 1년에 한번은 꼭 모일 정도로 돈독한 인연을 유지하는 작품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마더>로 정말 많은 자리에 불려 다녔다. 프로듀서와 나, (송)새벽이 형 셋이서 한국예술종합학교 강단에 선 적도 있다. (웃음) <마더> 기념 사진 앨범을 만들어서 모임에 참석한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나눠준 적도 있고 <마더> 흑백판을 함께 보는 자리도 따로 가졌다.”
“배우로서 영화인으로서 무엇보다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으로서 전주영화제만의 ‘바이브’를
[인터뷰] “영화가 주는 설렘”, <마더> 배우 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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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이하 전주영화제)는 5월1일부터 열흘 동안 산뜻한 봄바람을 타고 관객을 반긴다.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독립영화와 관객을 연결해온 전주영화제는 지난해에 이어 ‘전주씨네투어×마중’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전주씨네투어X마중은 매년 인상 깊은 활약을 펼친 배우의 소속사를 선정해 독립영화 배우들과 시민, 관객이 한데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에는 바로엔터테인먼트가 그 주인공이다. <마더>의 진구, <어른들은 몰라요>의 이유미, <혼자 사는 사람들>의 공승연, <기적>의 이수경, <사막의 왕>의 이홍내, <지옥만세>의 방효린, <럭키볼>의 박문아, <돌림총>의 김상흔이 각자의 대표작 상영 이후 마중클래스를 통해 영화 안에 깃든 시간을 꺼낼 예정이다. 이외에도 영화제에는 배우들과 관객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마중토크가 이어진다. 영화 <소울메이트>
[커버] 오월의 전주에서 만나요, 전주씨네투어×마중 : 바로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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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 진은영
그녀는 왜 술을 마시지
슬픈 하늘에서
궁전 지붕 모양의 빗방울이 떨어지는 걸 보려고
그녀는 왜 눈을 감지
어디엔가 흐릿한 분홍빛 젖은 회랑이 이어진다
그 아래 너와 오래 서 있고 싶어
그녀는 왜 달을 보지
달은 망각을 끌어당겼다 놓아준다
파란 바다의 출렁이는 해일 사이에서
구조를 기다리듯
솟아오르는 네 얼굴
시작 노트
세월호 참사 희생자 학생의 엄마 P를 만난 후 쓴 시다. 우리는 두 시간 정도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물론 그녀는 내게 술을 마신다고 말한 적이 없다. 혹여 술을 마시고 싶어도 그럴 짬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 매일 직장에 나가고 저녁에는 희생자 유가족이 모이는 기도회나 모임에 참석하고 남은 시간 틈틈이 집안일을 한다고 했다. 한 희생자 학생의 아빠는 즐기던 담배와 술을 끊었다고 한다. 아이가 생전에 자기 소원은 아빠가 술, 담배를 안 하는 거라고 해서였다.
[특집] 진은영 시인의 '10년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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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상호작용하는 카메라는 2014년 4월16일 이후의 한국 사회를 담는 일에도 주저함이 없었다. 세월호 10주기인 올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세월호 참사를 기록해온 다큐멘터리스트들의 작품들을 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추념전 ‘10년, 연대의 세월’은 4월 한달간 온라인과 오프라인(안산, 고양 등)에서 진행 중이며 ‘다큐보다’(docu.VoDA)에서 열리고 있는 온라인 추념전의 작품들은 선착순(단 작품별 200~400회로 제한)으로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온라인 추념전에서 관객을 기다리고 있는 작품은 매섭고 뜨겁다. 참사 직후 1년간 보여준 정부의 부실 대응을 고발하는 <나쁜나라>(김진열 감독), 4·16연대 미디어위원회에서 제작한 옴니버스 시리즈 <망각과 기억>(김재영 감독 외)과 <망각과 기억2>(박종필 감독 외), 특정 유가족의 내면을 깊이 탐구하는 <초현실>(김응수 감독), 세월호 민간 잠수사들의 이야기 <로그북>
[특집] 망각과 싸우며, 기억을 추동하며,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세월호 참사 10주기 온라인 추념전 작품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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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관련한 주요 현장에는 언제나 연분홍치마가 있었다. 성적소수문화 환경을 위한 모임으로 발족한 인권단체이자 창작집단으로서 김일란 감독, 그리고 연분홍치마가 활동한 지난 10년은 곧 세월호 참사 이후의 10년이기도 하다. 용산 참사를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읽어낸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 <공동정범>, 그리고 <3xFTM> <레즈비언 정치 도전기> <종로의 기적> 등의 커밍아웃 시리즈를 만든 김일란 감독은 세월호 유가족들 곁에 머물면서 기록과 재현의 힘을 믿어온 동시에 언제나 역부족도 체감해야 했다고 말한다. 김일란 감독에게 왜 직접 세월호 영화를 연출하지는 않았는지 넌지시 물었을 때, 그는 용산 참사에 대한 두편의 영화를 작업한 창작자에게 더이상 또 다른 참사를 소화할 온당한 여력은 없으리라고 되뇌었다. 그러므로 장편다큐멘터리 <바람의 세월>, 세편의 단편을 묶은 옴니버스 <세 가지 안부>, 그
[인터뷰] “아직도 못다 한 이야기가 더 많다”. 세월호 참사 10주기 영화 프로젝트 ‘봄이 온다’ 김일란 총괄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