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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기은(정하담)과 기언(김대건)은 척추질환을 앓고 있어 병상에서 쉬이 벗어나지 못한다. 누운 채로 진통제에 의지하고 있는 이들에게 허락된 탈출구는 꿈이다. 불현듯 꿈속으로 진입하는 둘의 앞엔 바다, 산, 교실, 병원, 들판 등 다양한 시공간이 펼쳐진다. 인물들은 연신 “여긴 꿈이야?”라거나 “여긴 네 꿈이야” 같은 말을 주고받으며 다른 세계로 이동한다. 여하간 기존의 영화 서사와는 거리가 무척 먼 플롯의 작법과 의미를 알 수 없는 대사들 속에서 영화는 계속하여 쪼개지고 갈라진다.
조성희 감독의 <남매의 집>,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심도>, 정성일 감독의 <천당의 밤과 안개> <녹차의 중력> 등에서 촬영을 맡아온 양근영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영화의 톤 앤드 매너는 무척 독특하다. 꿈과 현실의 경계를 다뤄온 영화야 많았지만, <모르는 이야기>의 정도는 두 세계를 번갈아 오가는 수준으로 끝나지 않는다. 영화 속 인물
[리뷰] ‘모르는 이야기’, 영화의 문법을 비틀어 보여주는 꿈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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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많은 꼬마 소녀 한나(사바나 포트)는 한밤중의 벽장 속에서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통로를 발견한다. 그곳은 인간 세상에서 핍박받은 동화 속 몬스터들이 모여 사는 몬스터빌이다. 털북숭이 예티(오리올 라펠)와 바다괴물 네시(누리아 트리폴), 빨간모자 늑대 울프걸(엘리 보이터)은 갑자기 나타난 인간을 경계하지만 새 친구들을 향한 한나의 사랑은 이내 그들을 감화한다. 한편 인간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몬스터빌의 악당 2인조는 한나를 납치해 몬스터로 바꾸려는 계획을 세운다. 한나를 구출하고 무사히 인간 세상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몬스터 친구들이 힘을 합친다. <몬스터 프렌즈>는 조건 없는 순수성을 허용하는 동화적 공간을 빌려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꿈꾼다. 얼굴에 반점이 있는 한나와 인간에게 차별당한 몬스터들은 외면에 기준한 편견을 거부하며 진정한 우정의 가치를 말한다. 인간 중심의 생태계 인식을 탈피하려는 적극성도 엿보인다. 새로운 창의성이 부재하고 메시지도 순진하지만 어
[리뷰] ‘몬스터 프렌즈’, 상호 존중을 위한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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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의 신종 마약 사건 이후 3년 뒤, 이제는 배달앱을 이용한 마약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마석도(마동석)와 광역수사대 동료 형사들은 앱을 만든 개발자의 신원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그가 필리핀에 취직이 됐다며 한국을 떠난 뒤 이미 살해됐음을 알게 된다. 그의 죽음에는 온라인 불법 도박 범죄가 연루되어 있다. 잔혹한 살상 행위로 특수부대에서 퇴출된 용병 출신 백창기(김무열)는 필리핀에서 경쟁사 도박장을 가차 없이 밀어버리고 살인도 서슴지 않는 괴물이 되어 있다. 그는 한국 IT 업계에서 어릴 적부터 천재로 정평난 거물 장동철(이동휘)의 명령을 따르고 있는데, ‘나중에 큰 몫 챙겨주겠다’라는 말만 할 뿐 약속을 지킬 기미가 보이지 않아 심기가 불편하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한국의 흉악 범죄를 소재 삼아 ‘마석도’라는 독보적인 캐릭터와 새로운 빌런의 맞대결을 중심에 둔 프랜차이즈다. 이번 편은 육체파 빌런 백창기와 지능파 빌런 장동철을 함께 내세워 사이버범죄의 양상과 장르영화에
[리뷰] ‘범죄도시4’, 육체파 빌런과 지능파 빌런의 묵직한 타격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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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필요>는 낯선 곳에서 자기 감정과 믿음의 현행을 따르려는 한 방랑객의 하루에서 미묘한 무늬를 발견해낸다. 번역과 해석이 반복되는 동안 발생하는 작은 오차들은 홍상수 영화에서 존재의 실체가 번뜩이는 순간들을 그 어느 때보다 홀연한 기색으로 전하고 있다. 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연기한 이리스는 프랑스어를 가르치고 서울을 돌아다닌다. 집요한 질문으로 대화를 견인하는 이리스의 교습 철학은 상대가 자기 내면의 사실을 끌어올리게 하는데, 이리스는 그것을 순간적으로 의미화해서 글과 목소리로 기록한 뒤 사라진다. 그에게 집을 내어준 청년 인국(하성국)의 엄마(조윤희)는 이리스에 관한 세속적 설명을 필요로 하지만 <여행자의 필요>는 진지한 침묵을 지킨다. <다른나라에서>와 <클레어의 카메라>가 그나마 비스듬한 역사가 되어주고, 아버지를 향한 용서를 말하는 이혜영 배우의 캐릭터 원주 역시 스크린 밖까지 공명한다. 음악에 기대어보려는 세명의 캐릭터,
[리뷰] ‘여행자의 필요’, 번역의 틈새, 행로 없는 여행 속으로 홀연히 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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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여름, 미국 뉴욕주의 뉴로셸에서 US오픈 진출을 위한 테니스 챌린저 대회의 결승전이 열린다. 코트에 선 두 선수는 패트릭 즈바이크(조시 오코너)와 아트 도날드슨(마이크 파이스트). 아트의 코치인 타시 덩컨(젠데이아)은 초조한 표정으로 관중석에 앉아 둘의 접전을 지켜본다. 셋의 내막은 얽히고설켜 있다. 타시와 아트는 코치와 선수 관계인 동시에 딸 하나를 둔 부부 사이다. 아트는 부상 이후 슬럼프에 빠져 있고 아내 타시와의 관계도 권태기에 접어들었다. 타시는 코치로서 이번 테니스 챌린저 대회가 아트가 선수로서 재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판단해 무력한 남편을 채근한다. 한편 대회 참여 전날 경기장 근처 숙소에 묵을 자금조차 없는 빈털터리 패트릭은 챌린저 대회의 참가 수당 수령이라도 절박한 상황이다. 승부욕에 불타는 패트릭은 사실 테니스 학교 시절부터 아트와 룸메이트로 지내온 죽마고우‘였’다. 청소년기 내내 단식 선수이자 복식팀으로 활약하며 ‘불과 얼음’ 콤비로 통했던
[리뷰] ‘챌린저스’, 페로몬과 스태미나간 지칠 줄 모르는 관능의 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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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라스페치아
이탈리아 밀라노 혹은 친퀘테레 근교의 인적 드문 도시다. 고즈넉해 여행하기 좋았다. 이 지역 와인이 슴슴해 해산물 요리와 기막히게 어울린다. 여행객으로 머무는 내내 밤마다 굴과 와인을 마셨다. 야경도 아름답다.
아침 루틴과 운동
요즘 만들고 있는 아침 루틴. 눈을 뜨면 사과 한개, ABC 주스 한컵, 계란 다섯알을 먹는다. 가끔 요거트도 추가한다. 그리고 운동하러 나간다. PT와 자이로토닉, 필라테스를 하고 기초체력을 단련하기 위해 달린다. 단체로 하는 구기종목은 즐기지 않는다.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
좋아하는 영화를 물어보면 늘 답하는 작품. 살아본 적 없는 그 시절의 무질서와 자유, 그 속에서 방황하는 이들의 모습도 멋있다. 무엇보다 영화에 등장하는 1960년대 말, 1970
[LIST] 이종원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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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에서 새진 교회 신도이자 경찰인 강원석(김인권)은 ‘인간의 머리’를 차지하려는 목사 권혁주(이현균)를 점령한 기생생물과 한패가 되기를 선택한다. 혁주가 계획한 대로 차기 대선후보의 머리만 차지하면 출세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기생생물이 인간의 몸에 기생하는 듯하지만, 인간의 형상을 한 원석은 살아남기 위해 무고한 생명을 희생시킨다는 면에서 기생생물에 가깝다. 한편 기생생물 ‘하이디’는 정수인(전소니)의 몸을 차지하지만, 마트 고객의 습격에 치명상을 입고 죽기 직전인 수인이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다가 머리를 점령할 타이밍을 놓쳐 오른쪽 얼굴에만 기생하는 ‘변종’이 된다. 변종은 기생생물 세계에서 동족이 될 수 없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마트에서 캐셔로 일하며 홀로 살아가는 수인도 인간 세계에서 환영받지 못 하는 변종이긴 마찬가지. 이 둘을 돕는 설강우 (구교환)도 변종에 가까운 인물이다. 그렇게 세 변종은 ‘공생’하며
[오수경의 TVIEW] ‘기생수: 더 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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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bel Moon(레벨 문): 파트2 스카기버>
넷플릭스 | 영화 / 감독 잭 스나이더 / 출연 소피아 부텔라, 미치엘 휘즈먼, 에드 스크레인, 배두나 / 공개 4월19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받아쓰기에 머무른 세계, 그 이후가 궁금하지 않다
코라(소피아 부텔라)와 군나르(미힐 하위스만)를 비롯한 용사들이 벨트 행성으로 금의환향한다. 고향을 지켜냈다는 안도감도 잠시, 이들은 더 큰 결전을 준비해야 한다. 빈사 상태에서 부활한 애티쿠스 노블 제독(에드 스크레인)이 복수를 다짐하며 함대를 이끌고 벨트로 향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과 전사들이 힘을 모은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Rebel Moon(레벨 문): 파트1 불의 아이>에 이어 코라가 이끄는 저항세력과 구세력 마더월드를 수호하는 함대의 재격돌을 그린다. 1부에 비해 전투 규모는 더 커졌고 인물들의 교감도 적극적으로 그려지지만 여전히 전달력이 문
[OTT 추천작] ‘Rebel Moon(레벨 문): 파트2 스카기버’ ‘걸스 스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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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 10부작 / 연출 박철환 / 출연 한효주, 주지훈, 이희준, 이무생 / 공개 4월10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호기심을 끌어내지 못하는 다소 딱딱한 몸풀기
세계 최초로 배양육을 상품화한 생명공학기업 BF의 윤자유 대표(한효주)는 오늘만을 기다려왔다. 4년 만에 신제품 발표회를 열면서 기쁨에 취한 건 잠시뿐, 미심쩍은 교통사고를 당한다. 병원 신세를 지는 동안 BF가 해킹 단체 시티즌X에 공격당해 시스템이 마비되는 일까지 겪으면서 윤자유는 불안에 시달린다. 한편 퇴역 장교 출신의 경호원 채운(주지훈)은 신변 보호가 절실해진 윤자유의 전담 경호원으로 채용된다. 채운은 시티즌X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면서 윤자유에게 신임을 얻고 둘은 내부의 적을 찾아나선다.
4월16일 기준 2회까지 공개된 <지배종>은 <비밀의 숲>을 쓴 이수연 작가의 신작이다. 전작 <그리드>에서 환경문제에 관심을 드러냈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공장식 축산
[OTT 리뷰] ‘지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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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벤처 레이싱팀의 주장 마이클(마크 월버그)은 19년간 선수로 활동한 베테랑이다. 탁월한 개인 능력에도 아직 우승 경험이 한번도 없는 그는 마지막으로 팀을 꾸려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열리는 경기에 도전한다. 빠듯한 예산과 촉박한 일정으로 모든 조건이 최악이지만 그는 자신을 믿으며 고통을 감내한다. 험난한 지형을 거스르며 스테이지를 통과하던 팀 앞에 떠돌이 개 한 마리가 등장한다. 마이클은 고통을 즐길 줄 아는 강아지의 꼿꼿한 태도에 ‘아서’라는 왕의 이름을 붙인다. 5번째 멤버가 새롭게 합류하며 순탄할 것만 같았던 그들의 도전은 어느덧 아서를 포기하지 않으면 우승을 놓치는 긴박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주인공을 평생 괴롭히던 커리어와 가족이라는 갈림길이 또다시 찾아온 것이다. <아서>는 액션을 고스란히 담은 카메라와 속도감 넘치는 연출로 어드벤처 레이싱의 스릴을 효과적으로 구현했다. 실시간 중계를 방불케 하는 편집은 실제 경기를 보는 듯 몰입감을 준다. 가족 중심의 내적 성장
[리뷰] ‘아서’, 강아지와 모험, 싫어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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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 가득한 선유도공원 곳곳을 뛰노는 아이의 발걸음이 <땅에 쓰는 시>의 첫행이다. 소년의 눈높이에서 유영하듯 거닐어보고 때로는 드론카메라의 시점에서 공원의 구조를 조망하다보면, 앞서 <이타미 준의 바다>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를 만든 정다운 감독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 공간성에 대한 감독의 일관된 관심사는 한국 1호 국토개발기술사(조경)를 획득한 최초의 인물, 정영선 조경가를 만나 흙과 풀로 숨쉬는 드넓은 땅에 안착했다. 사계절의 변화를 담은 풍경과 생태의 고유함을 지키려는 정영선 조경가의 철학이 순리를 따르는 그의 정원처럼 조화를 이룬다. 풀꽃의 시를 써온 인물의 업적을 탐구하는 이 영화는 경관만큼이나 인물의 얼굴에도 정성을 쏟으며 베테랑에게 깃든 긴 세월을 함께 전한다. 눈여겨볼 점은, <땅에 쓰는 시>가 조경 활동의 시적 아름다움과 지혜를 전하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여성 조경가의 생애에 대한 유효한 자각을 이끈다는
[리뷰] ‘땅에 쓰는 시’, 조경가의 지혜로 돌보고, 여성 선구자의 집념으로 일궈낸 경관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