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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오컬트 드라마와 달리 SBS <악귀>는 시청자가 귀신 이미지에 소스라쳐 물러서기 전에 화면을 전환하고 흐릿한 상에, 스치는 찰나에 더 다가가게 하는 방법을 취한다. 스물다섯의 공시생 구산영(김태리)에겐 정체와 목적이 불분명한 악귀가 들락날락하는데, 이를 알기 쉽게 가시화하는 CG 사용을 않고 배우에게 맡긴 덕분에 민속학 교수 염해상(오정세)과 대화하던 산영이 “아” 하는 한마디로 매끄럽게 인격이 스위치되는 순간들을 만들어낸다. 산 사람과 귀신. 분명한 경계가 있음에도 식별하기 어려운 같음에 붙들리게 하는 것이 이 드라마의 매력이랄까. 이삿짐센터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개천 돌다리를 흥얼거리며 건너는 뒷모습이 산영의 의식을 악귀가 장악하고 있던 때임을 나중에 알고 나서 떠올린 장면이 있었다. 극에 처음 등장한 산영이 배달 일을 하며 퇴근하는 직장인 무리의 퇴사 푸념을 듣던 그 뒷모습이었다. 한강 다리에 도착해 몸을 기울이는 산영과 이삿짐 일이 끝나고 유복한 아이의 인형을
[유선주의 드라마톡] ‘악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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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워스>
Apple TV+ ▶▶▶
액정이 다 깨진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금방이라도 시동이 꺼질 것만 같은 고물차로 난폭 운전을 하고 있는 한 여자. 이 여자의 이름은 페기 뉴먼이다. 과거 마약상이었던 페기는, 지금은 서부개척시대를 재현한 민속촌에서 파트타임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아직도 가끔씩 마약에 손대는 것 같기도 하다. <하이 데저트>는 이 문제적 인물이 큰돈을 벌기 위해 사설탐정 일을 시작하면서 생기는 일화를 다룬 시리즈물이다. 주연은 <보이후드>의 퍼트리샤 아켓, 감독은 <미트 페어런츠> 시리즈의 제이 로치이며 코미디의 대가 벤 스틸러가 제작에 참여했다.
<하모니움>
왓챠, 웨이브, 시리즈온, 티빙 ▶▶▶▶
7월19일 개봉예정인 <러브 라이프>의 감독 후카다 고지가 2016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그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이 영화는, 살인을 저지른 한 전과자가 친
[OTT 추천작] ‘하이 데저트’ ‘하모니움’ ‘멜랑콜리아’ ‘숨 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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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 감독 닉 브루노, 트로이 콴 / 각본 로버트 L. 베어드, 로이드 테일러, 파멜라 리본 / 출연 클로이 머레츠, 리즈 아메드, 유진 리 양, 프랜시스 콘로이 / 플레이지수 ▶▶▶▷
천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미래 도시 글로레스는 이제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 특별한 혈통을 가진 사람만이 기사가 되어 도시를 지킬 수 있다는 규칙을 깨려는 한 평범한 시민 발리스터(리즈 아메드)의 존재 덕분이다. 동료 기사들과 대다수의 시민들은 평민이 기사가 되는 것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지만 국왕의 전폭적인 지지와 연인 암브로시우스(유진 리 양)의 응원이 있기에 발리스터는 용기를 낸다. 마침내 전 국민의 관심 속에 기사 임명식이 거행되지만 그 과정에서 국왕은 살해되고 발리스터는 국왕 시해자라는 누명을 쓰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도피 생활에서 발리스터는 정체불명의 소녀 니모나(클로이 머레츠)를 만나게 되는데, 니모나는 자신과 함께 세상에 대한 복수를 하자는 뜻밖의 제안을 한
[OTT 리뷰] ‘니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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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페토 할아버지는 남자아이의 모습을 한 나무 인형을 만들고 피노키오라는 이름을 붙인다. 오랜 친구인 요정 루실다는 자신의 지팡이를 고쳐준 보답으로 제페토의 나무 인형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제페토는 피노키오가 세상 사람에게 상처를 입을까 늘 걱정이다. 하지만 피노키오는 세상을 구경하고 싶었다. 우연한 기회에 서커스단에 발탁된 피노키오는 벨라라는 친구를 만나 좋아하게 된다.
<극장판 피노키오 위대한 모험>은 인간이 되기 위한 피노키오의 위대한 여정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1883년 <피노키오의 모험>이란 제목으로 첫 책이 출간된 이래, <피노키오>는 올해 탄생 140주년을 맞이한다. 이에 걸맞게 영화는 새로운 피노키오를 보여주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기본적으로 모험 활극인 이 영화는 스릴러적인 요소를 강조한 연출을 선보인다. 벨라와 관련한 서커스단의 추악한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 영화의 핵심 포인트다. 이외에도 벨라의 사랑을 얻기 위해 인간이 되고
[리뷰] ‘극장판 피노키오 위대한 모험’, 140주년 맞이 새로운 피노키오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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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 소녀 블레이즈(줄리아 새비지)는 우연히 후미진 골목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남녀를 본다. 돌변한 남성은 여성을 성폭행하기 시작한다. 블레이즈는 무서움에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대로 몸이 굳어버린다. 사건의 피해자인 한나(야엘 스톤)는 현장에서 사망한다. 죄책감으로 힘든 시기를 겪던 중에 블레이즈는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로 재판에 증인으로 서게 된다.
<블레이즈>는 끔찍한 범죄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인 한 소녀의 트라우마 극복기를 그린 성장영화다. 영화는 아름다우면서 기괴한 눈동자를 비추며 시작한다. 그 눈은 블레이즈의 상상 속 친구 제피다. 제피는 화려한 깃털과 장식을 한 한 마리의 용이다. 그와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노는 것이 블레이즈의 낙이다. 하지만 우연히 맞닥뜨린 사건 이후 블레이즈의 상상의 세계는 트라우마로 물들기 시작하고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 딸의 안타까운 모습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존재가 영화에서 돋보인다. 드라마 <멘탈리스트>로 유명한
[리뷰] ‘블레이즈’,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소녀의 상상 테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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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해에서 핵잠수함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침몰한다. 잠수함에는 전세계 첩보망을 컨트롤할 수 있는 인공지능 엔티티의 소스 코드가 잠들어 있다. 여기에 접근할 수 있는 한쌍의 열쇠를 놓고 전세계 첩보기관이 쟁탈전을 벌인다. 한편 IMF의 지령을 받은 에단 헌트(톰 크루즈)가 열쇠를 손에 넣으려는 찰나 과거의 숙적 가브리엘(에사이 모랄레스)이 에단의 앞을 가로막는다. 엔티티의 지령을 받은 가브리엘은 에단과 새로운 동료 그레이스(헤일리 앳웰)는 물론 에단의 동료들을 위기에 빠트린다.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은 시리즈 최고작을 넘보는 최상의 엔터테이닝을 제공한다. 전작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에 견줄 만한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짜임새 있는 구성, 따라잡지 못할 스펙터클은 21세기 액션영화의 모범답안과도 같다. 톰 크루즈의 스턴트 액션은 여전히 괴력을 발휘하고 액션 퍼레이드는 쉴 틈 없는 즐거움을 안긴다. 시의적절한 스토리와 캐릭터간 사연의 연결도
[리뷰]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기어이 맨몸으로 기어오른 엔터테이닝의 최고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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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한 바다 마을에서 오랜 세월 배를 타는 일을 했던 하워드(제임스 코스모)는 이제 집에서 홀로 은퇴 후의 삶을 보내고 있다. 아내는 오래전 세상을 떠났고, 딸 그레이스(캐서린 워커)만 가끔씩 하워드를 찾아올 뿐이다. 아버지를 혼자 두는 것이 마음에 걸린 그레이스는 가사도우미 애니(브리드 브레넌)를 고용하여 아버지를 돌보려 한다. 하워드는 처음엔 이 모든 과정을 자신을 요양 병원에 보내려는 딸의 속셈이라 생각하고 애니를 함부로 대하지만, 이내 애니의 진심을 확인한 뒤 그녀에게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디어 마이 러브>는 <야곱 신부의 편지>를 통해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한 세계 여러 영화제의 초청을 받았던 핀란드 감독 클라우스 하로의 신작이다. 아일랜드의 아킬섬에서 촬영된 이 영화는,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자연을 배경으로 세 인물이 평화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얼핏 노년의 사랑에 관한 영화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디어
[리뷰] ‘디어 마이 러브’, 늦었다고 생각할 때 시작해야 할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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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태경은 영화 <화엄경>에서 5천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 선재 역에 발탁된 이후 국민 드라마 <육남매>의 맏아들 창희, <허준>에서 허준 아들 허겸, 영화 <올드보이>의 어린 오대수를 연기하며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아역배우 이미지가 강하게 각인된 나머지 성인이 된 그를 향한 대중의 관심은 시들해졌다. 이제 그의 새로운 목표는 유튜브 채널 운영. ‘리틀 오대수’의 줄임말인 ‘BJ리오’로 활약하는 오태경은 일진 참교육, 산낙지 먹방 등 사람들의 호기심을 대리 만족시켜주며 이목을 끈다. 그러던 어느 날, 광화문에 선 피켓남의 정체를 밝혀 달라는 소원이 접수되고, 피켓남의 사연을 파헤치며 순식간에 구독자 50만명을 돌파한다. 하지만 대중의 뜨거운 관심은 곧 위험신호로 바뀌고, 피켓남의 사연이 모두 조작된 것이라는 폭로가 이어진다. 영화는 유튜브 문법을 재현하기 위해 스크린 라이브 형식으로 진행된다. 유튜브 안팎의 갈무리가
[리뷰] ‘좋.댓.구’, 엉킨 박자에 갈피 잡기 힘든 유튜브 세계의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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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삶의 목표가 슬기로운 아내이자 현명한 어머니가 되는 것이었던 1960년대 프랑스, 폴레트(쥘리에트 비노슈)와 로베르(프랑수아 베를레앙) 부부는 주부 교육 기관인 반데르벡 학교를 운영 중이다. 반데르벡의 학생들은 2년의 교육 기간 동안 현모양처 7계명을 하늘의 계시처럼 따르고 요리와 청소, 바느질 같은 각종 집안일 수업을 받으며 완벽한 아내이자 어머니로 재탄생하기 위해 노력한다. 평범한 일상이 지속되던 어느 날, 폴레트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 로베르를 떠나 보내고 학교 운영을 도맡게 되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로베르가 남긴 도박빚으로 인해 학교가 파산 직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혼과 출산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오늘날의 관점에선 케케묵다 못해 다소 우스꽝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주부 교육 기관’이라는 공간을 주 무대로 전복의 유머를 꾀한다. 천의 얼굴을 지닌 명배우 쥘리에트 비노슈가 ‘현모양처’라는 알을 깨고 진짜 세상을 마주하며 자신의 본능과 욕망을 깨닫는 폴
[리뷰] ‘슬기로운 아내수업’, 현모양처라는 알을 깨고 전복의 유머를 손에 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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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나이 75살. 8인의 명주동 ‘언니’들은 대부분 서로의 평생을 곁에서 지켜본 사이로, 남의 집 살림살이를 훤히 꿰뚫고 있을 만큼 돈독한 우애를 살려 영화 촬영장의 분업 시스템에도 빠르게 적응 중이다. 매주 열리는 작은 시사회의 객석은 스크린에 떠오른 자기 모습에 잔뜩 얼어붙은 옆 사람을 다정히 추켜세우느라 너나 할 것 없이 수다스럽다. 세월이 길러낸 해학의 스토리텔러들이 주인공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작은정원>을, 배우는 노년의 삶을 들뜬 뉘앙스로 예찬하는 감동 다큐로 추측해선 곤란하다. ‘나이 듦은 좋은 것’이라는 피상적 긍정은 이런 다큐멘터리를 만나면 외려 가만해지고 말 것이다. 언니들은 여전한 활력과 학구열만큼이나 피할 수 없는 상실의 슬픔도 두런두런 고백한다.
강릉 영화인들이 꾸린 협동조합에서 할머니들에게 스마트폰 사진을 가르치면서 영상 실습의 토대가 마련됐다. 서울 생활을 정리한 후 고향에 내려간 이마리오 감독(<더 블랙> <강정 인터뷰
[리뷰] ‘작은정원’, 노년의 배움과 창작, 함께 만드는 기쁨에 관한 애정어린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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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초등학교 5학년 명은(문승아)의 콤플렉스는 자신의 부모이다. 그들이 시장에서 젓갈을 판다는 사실뿐 아니라 세상살이에 닳고 닳은 저속하고 투박한 언행이 명은을 부끄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명은은 담임 선생(임선우)과 가정환경 조사 면담을 하다 자신의 부모를 회사원과 가정주부라고 거짓말한다. 한편 또래에 비해 어른스럽고 똑 부러진 품행을 강점으로 반장에 당선된 명은은 자신의 공약대로 교실에 비밀 우체통을 설치해 친구들의 고민을 해결하고 때론 친구간의 문제를 중재하며 학급을 효율적으로 운영해간다. 선생님과 친구들 모두 그런 명은을 신뢰한다. 그러나 남들 앞의 자신과 진짜 자신 사이의 미묘한 간극으로 인한 불편함이 조금씩 커져갈 즈음, 명은의 반에 쌍둥이 자매 혜진(장재희)이 전학을 온다. 자신과 달리 매사 솔직한 태도로 세상을 대하는 혜진 자매를 보며 명은은 생경하고도 꺼림직한 기분을 느낀다. 혜진은 명은의 특기인 글짓기 영역에서마저 위협을 해온다.
열두살 소녀
[리뷰] ‘비밀의 언덕’, 나를 키운 비밀과 거짓말, 부끄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