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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곰돌이 리락쿠라로 유명한 산엑스(San-X)에서 제작한 스미코구라시는 추위를 싫어하는 북극곰 시로쿠마, 자신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펭귄?, 누군가 먹어주는 게 꿈인 돈가스 끄트머리 돈카츠, 수줍음 많은 고양이 네코, 공룡이지만 도마뱀인 척하는 도카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전면에 나서 문제를 해결해가는 주인공이 되기보다 구석에 웅크려 있기를 좋아하는 소극적인 면모는 알 수 없는 위로를 전하며 따뜻한 기운을 남긴다. 스미코구라시의 첫 극장판인 <스미코구라시: 튀어나오는 그림책과 비밀의 아이>는 명작 동화 속에 들어간 스미코들의 순수하고 무해한 여정을 그려낸다. <성냥팔이 소녀> <빨간 모자> <복숭아 동자> <인어공주> <아라비안 나이트> 등의 주인공으로 변신한 친구들은 귀엽고 앙증맞은 모습으로 러닝타임 내내 사랑 넘치는 비명을 지르게 만든다. 무엇보다 구석을 좋아하는 스미코들의 소심한 성향이 동화 속 세상을 만나면서
[리뷰] ‘스미코구라시: 튀어나오는 그림책과 비밀의 아이’, 전국의 삼천만 I를 위한 귀여운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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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마리안(쥘리에트 비노슈)에게 활자화된 경제위기는 더이상 와닿지 않는다. 그녀는 고용불안의 현실을 체험하고자 프랑스 북부의 항구도시 캉에서 일용직 청소부 생활을 시작한다. 이혼한 가정주부로 위장한 채 노동자들을 관찰하는 사이 크리스텔(헬렌 랑베르)과 마릴루(레아 카르네)라는 두 친구가 생긴다. 마리안은 그녀들과의 순박한 우정이 기쁘면서도 정체가 발각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프랑스 기자 플로랑스 오브나의 르포르타주 <위스트리앙 부두>를 각색한 <두 세계 사이에서>는 원작에서 두드러지지 않은 잠입 저널리즘의 도덕적 고민에 집중한다. 일용직 노동자들의 삶 속에 잠시 머무르는 유명 작가의 모습은 주변인들에게 사치스러운 위선과 동정으로 다가온다. 마리안 자신도 이 혐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녀는 크리스텔이 제공하는 인간적인 유대와 취재원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불안정성 사이에서 번민한다. 크리스텔 역의 헬렌 랑베르 등 실제 노동자인 비전문 배우들의
[리뷰] ‘두 세계 사이에서’, ‘체험한다’와 ‘살아낸다’ 사이의 그 확실한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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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청년이 런던 땅에 발을 내딛는다. 지난 7년간 7대양을 떠돌며 세상을 배운 그의 이름은 윌리 웡카(티모테 샬라메)다. 윌리의 수중엔 은화 몇닢뿐이지만 그의 모자 속엔 값을 매길 수 없는 가득한 꿈이 있고 머릿속엔 런던 시민들을 사로잡을 초콜릿 제조술과 마술 실력이 있다. 누가 보아도 세상 물정 모르는 뜨내기인 윌리는 블리처(톰 데이비스)의 꼬임에 넘어가 가난한 여행객을 등쳐 먹는 스크러빗 부인(올리비아 콜먼)의 여관에 갇힌다. 하지만 윌리는 달콤백화점에 초콜릿 가게를 내겠다는 창업 계획을 포기할 수 없다. 윌리는 여관의 고아 소녀 누들(칼라 레인)과 함께 런던의 초콜릿 연합에 맞서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박차를 가한다.
<웡카>는 동화 작가 로알드 달의 1964년작 소설과 이를 바탕으로 한 두편의 영화로 인기 캐릭터가 된 초콜릿 공장주 ‘윌리 웡카’에 관한 프리퀄이다. 이전의 두 영화와 전혀 다른 무드를 취하지만, 영화에 가득한 뮤지컬 넘버와 캐릭터의 의상 컨셉
[리뷰] ‘웡카’, 낯선 문화를 향한 관용과 연대를 녹인 폴 킹의 달콤한 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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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장에서 발생한 한 남자의 의문의 추락사. 의학적 사인은 두부외상, 법의학적 사인은 사고 혹은 의도가 개입된 사망. 같은 시간 유일하게 산장에 있던 아내 산드라(잔드라 휠러)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최초 목격자인 아들 다니엘(밀로 마차도 그라네르)은 시각장애로 인해 신빙성 있는 증언을 하지 못한다. 추락의 원인을 되짚는 법정에서 단란해 보이던 가정의 속사정이 낱낱이 해부된다. 법정물과 가족 드라마를 절묘하게 엮어낸 <추락의 해부>는 가족이라는 세계의 지엽적 단면이 폭력적인 의심의 체계 아래 곡해되는 과정을 그린다. 확실한 물증이 없어 정황증거만으로 판단하는 법정은 다니엘에게 두개의 가정적 진실을 제시한다. 반면 애증의 얼굴을 오가는 잔드라 휠러의 열연은 단단히 유착된 가족관계의 진실은 간단히 분리해낼 수 없는 것임을 역설한다. 재판이 진행될수록 인격 살인의 대상이 되는 산드라와 무너지는 가족공동체는 무자비한 의심과 이분법적 사고로 점철된 사회의 현주소를 곱씹어보게 한
[리뷰] ‘추락의 해부’, 정교한 카메라를 따라 관계의 피부를 절개하는 의심의 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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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이탈리아 밀라노에 유럽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세워지고 있을 무렵, 한 동굴 탐험대가 남부 칼라브리아 내륙의 한 시골 마을로 향한다. 이들은 대략 700m에 달하는 끝이 보이지 않는 비푸르토 동굴을 탐험하기 위해 온 것이다. 조용했던 마을은 이들 덕분에 떠들썩해지기 시작한다. 탐험대는 동굴 입구에 베이스캠프를 꾸리고 탐험을 시작한다. 이 모습을 산 중턱에서 양치기 노인이 내려다본다.<일 부코>는 1961년 유럽에서 가장 깊은 동굴인 비푸르토 동굴을 탐험한 동굴학자들의 모습을 재현한 영화다. 감독의 전작인 <네번>(2010)처럼 이 영화에도 대사가 없다. 자막에 신경 쓸 필요가 없이 오직 이미지로 관객에게 다가가는 시적인 영화다. <네번>에서 삶과 죽음의 순환을 인간과 동물과 자연을 병치시킴으로써 형상화했다면, <일 부코>는 인간의 표면과 자연의 내부를 겹침으로써 관객에게 심상을 만드는 시도를 한다. 영화 후반부에 죽음이 임박한 노
[리뷰] ‘일 부코’, 인간의 표면과 자연의 내부를 겹쳐 세계를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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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 유토피아>는 탈북민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북한의 인권 실태를 폭로한 다큐멘터리다. 지금까지 낙원이라 믿고 자란 자국을 스스로 탈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기록했다. 어려서부터 서양 국가들은 야만적이고 참혹하다는 메시지의 동화와 동요를 접하고 자란 아이들은 오로지 북한만이 유일한 천국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하지만 북한에서 자행되는 아슬아슬한 정치 싸움과 지속되는 국민적 빈곤, 생존하기 위한 일상적 사투 등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목숨을 내어놓고 강을 건넌다. 탈북을 시도하다 붙잡히면 극악한 고문이 이어지고, 북에 남은 가족들은 하릴없이 추방되고 만다. 탈북의 희망인 브로커들은 오직 돈으로만 움직이며, 그사이에 어린 여성들은 인신매매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그 안에 머물러 살아가는 것만큼 벗어나는 것에도 엄청난 용기와 감내가 필요하다.
어릴 적 거쳐온 탈북 과정을 낱낱이 고백하는 이현서씨, 북한에 두고온 아들의 월남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이소연씨,
[리뷰] ‘비욘드 유토피아’, 지나치게 연민하지도, 지나치게 관여하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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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별세한 시대의 아이콘 제인 버킨의 삶과 업을 다루는 영화라는 점에서 <아녜스 V에 의한 제인 B>를 선택한 이에겐 예상과 다소 다른 결과물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제인 버킨의 생과 커리어를 연대기적으로 훑는 아카이브 푸티지나 관계자들의 정갈한 인터뷰 등은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정한 매력은 영화가 상투적이고 심심한 전기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감독의 무궁한 상상력과 배우의 무진한 가능성이 만난 협업의 결과인 동시에,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경계에 서 있는 독특한 자화상이라는 점에서 비롯된다.“촬영되는 거, 본인에 대해 말하는 거 좋아해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요.” (중략) “이 영화 할 거죠?” “네, 대장님!” 60대의 감독 아녜스 바르다는 40살 생일을 앞두고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인 배우 제인 버킨을 마주한다. 그들은 진솔한 담소를 나누고, 바르다의 질문과 버킨의 대답이 이어진다. 버킨의 삶, 감정, 기억, 생각이 그의 독백
[리뷰] ‘아녜스 V에 의한 제인 B’, 아녜스와 제인, 두 예술가의 삶과 영화에 대한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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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극장 가서 본 영화다. 쓸쓸한 정조 속에서 터지는 코미디가 정말 좋았다. 영화의 분위기, 기막힌 대사들, 강아지 채플린도 귀여웠다.
스노보드
2년차 스노보더다. 요새 한창 타러 다닐 시즌이라 지금 온몸이 멍투성이다. 하늘을 나는 듯한 짜릿함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다.
된장밥
된장찌개에 밥을 넣어 죽처럼 끓이는 된장밥은 나의 솔 푸드다. 당연히 된장찌개도 좋아한다. 직접 집에서 끓여 먹기도 하고 맛집을 수소문해 다니기도 한다. 나만의 비법은 고기를 사용하지 않고 멸치로만 육수를 낸 후 좋은 시골 된장을 공수해 끓이는 것. 그리고 무조건 배추를 넣어야 한다.
욘 포세의 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
올해 처음 읽은 책이다. 서점의 베스트셀러 랭킹
[LIST] 이솜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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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키친>
넷플릭스/ 감독 대니얼 컬루야, 키브웨 타바레스/ 출연 케인 로빈슨, 여다야 배너맨, 호프 익포쿠 주니어 / 공개 1월19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흑인 사회 이슈를 근미래로 옮겨놨을 뿐
아침 7시를 알리는 라디오 소리에 아이작(케인 로빈슨)은 눈을 뜬다. 그가 사는 런던 주택 단지 ‘더 키친’은 홍콩의 옛 구룡채성을 연상시키는 고층 슬럼가이다. 약탈을 일삼으며 살아가는 이웃들과 다르게 아이작은 장례업체 ‘Life after Life’의 건실한 직원이다. 하루빨리 이곳을 탈출해 정상적인 삶을 살고 싶은 그는 우연히 벤지(여다야 배너맨)라는 소년을 만난다. 죽은 소년의 엄마와 친분이 있는 아이작이 소년을 집에 들이며 유사 가족 같은 두 사람의 동거가 시작된다. <더 키친>은 <겟 아웃> <놉>으로 잘 알려진 배우 대니얼 컬루야가 처음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흑인 사회 이슈를 다루지만 안타깝게도 그 깊이가 한
[OTT 추천작] ‘더 키친’ ‘해즈빈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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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 8부작 / 연출 이권, 노규엽 / 출연 이동욱, 김혜준 / 공개 1월17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나도 모르게 킬러가 된 여성의 활약이 기대된다
대학생 지안(김혜준)은 삼촌 진만(이동욱)이 자살했다는 소식에 고향으로 향한다. 보호자 역할을 해왔던 그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가운데 삼촌 집에서 또 다른 충격을 받는다. 농기구 전문 쇼핑몰을 운영하며 평범하게 사는 줄 알았던 삼촌이 인터넷에서 살인 무기를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을 정리할 겨를도 없이 정체 모를 사람들에게 공격을 받자 지안은 삼촌이 생전에 알려주었던 기술을 떠올리며 그들과 맞선다.
1월23일 기준 2화까지 공개된 <킬러들의 쇼핑몰>은 자신도 모르게 킬러로 길러진 젊은 여성이 앞으로 어떻게 전사로서 활약할지 기대하게 만든다. 지안은 갑작스러운 총격에 당황하지만 본능적으로 생활용품을 활용해 적의 위치를 파악하고 “사각을 잘 활용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삼촌의 조언
[OTT 리뷰] ‘킬러들의 쇼핑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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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노백(미아 바시코프스카)은 엘리트 학교에 새로 부임한 영양 교사다. 환경과 건강을 염려하는 아이들에게 노백은 ‘의식적으로 먹기’라는 느린 식사법을 제안한다. 눈앞의 음식을 천천히 응시하면서 먹으면 먹는 속도가 줄고 자연스레 먹는 양도 줄게 된다. 음식을 적게 소비하면 환경을 지킬 수 있고 스스로를 통제하면서 마음의 평화까지 얻게 된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이다. 아이들의 심리적 부담을 부드럽게 헤아려주는 노백의 관심에 학생들의 마음도 조금씩 열리고, 결국 믿음을 향해 완전히 잠기게 된다. 의식적 식사를 성공적으로 터득한 학생들은 노백의 지도에 따라 다음 단계로 향하며, 한 가지 종류의 음식만 먹는 모노 다이어트를 거쳐 아예 음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금식이라는 궁극적 목표에 도전한다. 이것은 영양의 문제가 아니라 믿음의 문제다. 이미 그녀를 완전히 신뢰하게 된 아이들은 다음 과제를 기쁘게 받아들인다. 노백은 아이들에게 세상 어딘가에 먹지 않고 지내며 비밀스럽게 편견에 맞서고 있는 ‘
[리뷰] '클럽 제로', 웃을 수도 화낼 수도 없는 무기력한 부조리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