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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집에서 식사를 준비한다. 귀가한 남자는 여자를 욕실로 부르고, 여자는 그가 원하는 대로 몸을 내보이고 움직여야 한다. 이유나 전사는 설명하지 않은 채, 영화는 남자의 폭행과 강간으로 피투성이가 되는 여자의 괴로운 일상을 따라간다. 거기에는 이 집 안을 통째로 도청 중인 또 다른 남자 지훈(이지훈)이 있다. 형의 죽음으로 불행한 스무살을 겪던 지훈은 같은 수업에서 이름을 불러준 유일한 사람 예은(이윤우)의 온기에 행복을 느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예은과 다시 멀어진 채로 시간은 흐르고, 9년이 지나 관상어 수족관을 운영하게 된 지훈은 우연히 예은과 재회하나 그녀는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오이시 게이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언더 유어 베드>는 <드라이브> <버니 드롭> 등을 연출한 일본 감독 사부가 한국 배우들과 함께한 첫 작품이다. 지훈의 공간을 둘러싼 수많은 모니터와 그가 늘 귀에 꽂고 다니는 에어팟 등을 통해 감시와 도청의 모티프를 드러
[리뷰] ‘언더 유어 베드’, 구멍이 숭숭, 어수룩한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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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망 높은 양반 가문인 광산 김씨 일가의 차남 김유(윤산하)는 올해에도 과거 시험에 떨어지고 만다. 연이은 낙방에 아버지는 아들을 외딴 절에 보내 공부를 시키기로 한다. 그러나 김유는 이내 다른 분야에 한눈을 팔게 되는데 그건 조선 시대에 남자가 멀리해야 했던 일, 바로 요리다. 김유는 절의 요리사인 계암(김강민)으로부터 요리를 배우며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지만, 가족들이 그 사실과 함께 계암의 천민 신분을 알게 됨에 따라 위기에 처하게 된다.
<수운잡방>은 조선 전기의 유학자 김유가 저술한 음식 조리서 <수운잡방>을 모티프로 창작된 퓨전 사극으로, 요리를 통해 신분 차이를 넘어 우정을 쌓은 두 남자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신분과 성격이 다른 두 인물의 브로맨스가 극에 시종일관 웃음을 불어넣으며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정갈한 한식들이 적당한 구경거리를 제공한다. 영화는 이를 통해 ‘진정 원하는 것을 하는 삶’에 대한 예찬을 던지지만 이야기가 대부분
[리뷰] ‘수운잡방’, 창의력이 결여된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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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애니메이션 최고의 히트 상품인 <뽀롱뽀롱 뽀로로>가 탄생 2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하기라도 하듯 뽀로로와 친구들은 <뽀로로 극장판 슈퍼스타 대모험>에서 우주 공간으로 스케일을 키우는 모험을 감행한다. 이번 우주행의 목적은 분명하다. 전 우주 최고의 음악 축제, ‘파랑돌 슈퍼스타 선발대회’에 참가하는 것이다. 열정 가득한 매니저 스캣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예선을 준비하는 뽀로로 밴드. 그러나 라이벌 매니저 빅밴과 완벽하게 설계된 인공지능 가수 아이원의 등장으로, 꿈의 무대로 오르는 길에 전운이 감돌기 시작한다.우주를 배경으로 인공지능 캐릭터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이번 뽀로로 극장판은 SF적 성향이 더욱 짙어졌다. 에디가 만든 우주선을 타고 지구별을 떠나 파랑돌 행성으로 향하는 첫 여정은 여타 할리우드 우주영화들의 시작과도 다르지 않다. 지치지도 않고, 연습도 필요하지 않은 최첨단 인공지능 로봇 역시 인간성에 대해 다시 묻는 철학적 요소로 활용된다. 아이원
[리뷰] ‘뽀로로 극장판 슈퍼스타 대모험’, 뽀로로 탄생 20주년 스페이스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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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살의 여성 이르마(잔드라 휠러)는 결혼하지 않으면 수녀원으로 쫓겨나야 할 미래를 상상하기 싫어 황실의 시녀가 되기로 한다. 황후 엘리자벳(수잔네 볼프)의 곁에서 그녀를 보필하지만, 변덕스러운 엘리자벳의 마음에 들기란 쉽지 않다. 매일 저울에 올라 체중을 보이고, 운동에도 소질이 있음을 어필해야 한다. 마른 몸을 향한 엘리자벳의 집착으로 먹을 것조차 귀하다.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이르마는 엘리자벳의 총애를 받는 시녀이자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엘리자벳과 나>는 합스부르크 왕국의 황후였던 엘리자벳과 그녀의 시녀 아르마가 돈독해지는 과정을 따라간다. 황후와 시녀라는 주종 관계보다 독특한 두 여성 인물들이 그려나가는 우정이 집중적으로 그려진다. 이 관계를 개성적으로 만드는 요소는 음악이다. 시대극에 동원될 법한 관현악 스코어는 오히려 배제되었고 포티스헤드, 니코, 티렉스의 음악 등 다양한 팝송이 배경을 채운다. 이 때문에 영화는 동시대와 유쾌한 접속을 꾀하려는 듯 보
[리뷰] ‘엘리자벳과 나’, 아름다우려다 난삽해져버린, 시대착오 오용의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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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인 하이더르(알리 준조)는 몇년째 조카를 돌보며 집안일을 도맡아 살아간다. 그의 부인 뭄타즈(라스티 파루프)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일을 하며 생계를 책임진다. 한편 시아버지는 며느리 뭄타즈에게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살림을 하라고 강요한다. 하이더르가 트랜스젠더 뮤지션 비바(알리나 칸)의 댄서로 취직하면서 부부는 한순간에 역할이 뒤바뀐다. 하이더르는 오랜만에 자유를 만끽하는 동시에 비바에게 점점 끌리게 된다. 반면에 뭄타즈는 집안일을 시작한 뒤로 점점 고립감이 심해진다.
<조이랜드>는 전업주부로 지내던 남편이 일을 시작하면서 부부가 겪는 변화와 위기를 그린다.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인 파키스탄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에는 인물들의 억눌린 충동과 욕망이 들끓는 한편, 그들이 이러한 사회에 이미 적응한 모습도 섞여 있다. 상반된 두 모습은 뭄타즈와 동서 누치(사르와트 길라니)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 녹아 있다. 딸만 계속 낳은 누치는 아들을 임신한 뭄타즈가 부러운 듯이
[리뷰] ‘조이랜드’, 굴레를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프레임 바깥을 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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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로의 시청 공무원 윌리엄스(빌 나이)가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최소 6개월, 최대 9개월의 삶만이 남았다고 한다. 죽음의 문턱 앞에서 지나온 삶을 복기한다. 그는 이르게 아내를 여의고 홀로 아들을 키웠다. 하지만 장성한 아들은 자신의 아내 편만 들며 아버지를 험담하고, 갑갑한 본가에서 탈출할 생각뿐이다. 그는 평생을 시청 공무원으로 일했다. 그러나 어느 때인가부터 서류 더미에 파묻혀 의미 없는 일과만 보냈을 뿐 이렇다 할 보람을 못 느낀 지 오래다. 결국 윌리엄스는 일탈에 도전한다. 우연히 만난 극작가 서덜랜드(톰 버크)와 함께 술집을 다니고 멋들어진 중절모도 산다. 전 시청 직원 마거릿(에이미 루 우드)과 극장 나들이를 가고 인형 뽑기도 한다. 하지만 허한 윌리엄스의 마음은 좀처럼 채워지지 않는다. 그러던 그는 모종의 이유로 인해 삶의 마지막을 시청 일로 매듭지으려 한다. 고약한 관료제 탓에 좀처럼 진행되지 않았던 동네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려는 것이다. 동네 폐가를 놀이터로 바
[리뷰] ‘리빙: 어떤 인생’, 빌 나이의 따스함이 영화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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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웹툰 읽기
웹툰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나의 루틴이다. 요즘 열독하는 웹툰은 <악의 등교> <얼짱시대> 그리고 <작전명 순정>이다.
음악
요즘 가장 자주 듣는 두곡이 있다. 허용별의 <Promise>는 노래 잘하는 세 가수(허각, 신용재, 임한별)의 하모니만으로 속이 뻥 뚫린다. 볼륨을 높여 들으면 콘서트장에 와 있는 듯한 기분도 든다. 데이브레이크의 <꽃길만 걷게 해줄게>는 평소 애창곡이기도 한데 듣고 부를 때마다 신나는 위로를 얻는다. 그리고 나의 올 타임 페이버릿은 혼네의 <COMING HOME>.
유튜브 <윤시원> <진용진>
공포물을 정말 사랑해 온갖 것을 다 챙겨보는데 그중 고스트헌터 유튜버 윤시원의 채널 <
[LIST] 이선빈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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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례 날 공주가 사망해 청상부마가 된 심정우(로운)는 8년째 혼인 무효 상소를 올리는 ‘울분남’. 좌의정 집 둘째 며느리 정순덕(조이현) 역시 청상과부로, 방물 장수로 변장해 북촌을 누비는 ‘중매의 신 여주댁’이라 불린다. 조선의 규율과 예법에 통달한 심정우는 세자의 혼례를 막으려는 좌의정측에 ‘혼인 못해 자결한 원녀의 소문이 파다한 마당에 금혼령은 민심과 어긋난다’는 명분을 제공했다. 이 사실을 임금에게 들킨 심정우는 어명으로 여주댁과 원녀 중매에 나서며 자신이 인용했던 소문의 근원과 의도를 밝히게 된다.
KBS <혼례대첩>은 아비 없는 집 여식들은 밤마다 냇가에서 아무 남자나 덮친다는 소문으로 손쉽게 모욕의 올가미를 씌울 수 있는 반면, 고리채를 놓고 여성을 약취하는 병조판서의 진실은 그저 소문이라고 덮을 수 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남동생인 병판에게 “아무 대응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 조언했던 정경부인 박소현(박지영), 순덕의 시어머니에게도 소문이 있다. “첫째
[유선주의 드라마톡] ‘혼례대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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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러웨이 다운스>
디즈니+ / 6부작 / 감독 배즈 루어먼 / 출연 니콜 키드먼, 휴 잭맨, 브랜던 월터스 / 공개 11월26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15년 전과 달리, 역사와 시대의 편에 선 루어먼
애슐리 부인(니콜 키드먼)은 남편의 목장을 팔기 위해 호주로 향하지만, 낯선 땅에서 그녀가 마주한 것은 남편의 죽음이었다. 그녀에게 남겨진 것은 소몰이꾼 드로버(휴 잭맨)와 수천 마리의 소, 인종차별 정책으로 교화시설에 강제 입소할 위기에 처한 혼혈 소년 놀라(브랜던 월터스)뿐이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들은 남겨진 목장을 지키기 위해 죽음의 땅을 횡단한다.
2008년 공개된 바즈 루어만의 영화 <오스트레일리아>는 개봉 당시 긴 러닝타임과 평면적인 서사로 인해 흥행에 실패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났지만, 바즈 루어만은 <오스트레일리아>에 대한 미련을 놓지 않았다. 그는 <오스트레일리아>를 재편집하여 추가 촬영분
[OTT 추천작] ‘파러웨이 다운스’ ‘나의 데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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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 8부작 / 감독 이응복, 박소현 / 각본 홍소리, 박소정 / 출연 송강, 이진욱, 이시영, 고민시, 김신록 / 공개 12월1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아파트를 벗어나니 서울과 함께 붕괴된 설정들
<스위트홈> 시즌1은 낙후된 아파트를 떠나며 막을 내린다. 괴물의 능력을 해방시킨 현수(송강)와 정의명(김성철)의 일부가 흡수된 상욱(이진욱)은 특수 감염자를 실험하기 위한 군대로부터 쫓기고 있고, 은유(고민시)와 생존자들은 군대에 의해 구조되었다. 아파트를 벗어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그들의 기대는 폐허가 된 서울 앞에서 좌절된다. 결국 세상은 무정부 상태에 이르렀고 괴물 사살을 위해 조직된 까마귀 부대와 지하 세계를 이끄는 생존자 집단의 리더 지 반장(김신록)의 지배 아래 새로운 질서가 확립되었다.
생존이라는 단일한 목표 아래서 각자의 방식으로 작은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던 전편의 인물들은 이제 군대와 계급, 힘의 논리에 입각한
[OTT 리뷰] ‘스위트홈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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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그리고 한국의 대도시에서 세쌍의 남녀가 묘한 인연을 키워나간다. 먼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배경으로 대부 업체 상담사로 일하는 여자와 카트장을 운영하는 남자의 달콤쌉싸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음으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펍을 운영하는 남자와 그의 모델 ‘여사친’간의 엎치락뒤치락 모호한 관계가 흥미를 자아낸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서울에서 포클레인 기사로 일하는 ‘모쏠남’이 키스방을 찾아가 매니저에게 키스 수업을 듣게 된다. 그는 과연 키스를 할 수 있을까?
<룩앳미 터치미 키스미>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단편들로 구성된 옴니버스영화다. 호유항, 제나르 마에사 아유, 김태식 감독이 각각 연출을 맡았으며, 아시아 3국 청춘들의 꿈과 고민, 우정과 사랑을 발랄하고도 가벼운 터치로 그려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배경으로 다양한 직업군을 앞세워 현실감을 살리면서도 군데군데 말랑말랑한 상상력과 로맨틱
[리뷰] ‘룩앳미 터치미 키스미’, 추운 겨울을 달짝하게 녹여줄 옴니버스 로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