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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차네일 쿨라르)는 여행 가는 부모를 대신해 반려견을 봐주러 간다. 기차에 몸을 싣고 런던역을 벗어난 순간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런던역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CCTV에 찍힌 테러 용의자의 모습이 해리와 닮았다고 그의 SNS에 댓글을 남긴다. 이후 이 게시글이 삽시간에 퍼지면서 일이 점점 꼬이기 시작한다.
<어큐즈드: SNS 심판>은 기차역 테러범으로 누명을 쓴 한 남자의 고군분투를 그린다. 영화는 SNS 시대의 혐오를 보여주는 동시에 이민자에 대한 혐오 정서 역시 끌어들이며 상황을 입체적으로 펼친다. 영화는 죽음만이 해리의 유일한 탈출구인 양 극한의 상황을 연출하고, 급기야 온라인 마녀사냥은 자경단의 사적 제재로 이어진다. 도망자 신세가 된 해리의 외로움이 배가되는 데에는 시스템의 부재가 한몫한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SNS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는 미디어와 집에 가만히 있으면 된다고 통보하는 경찰이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리뷰] ‘어큐즈드: SNS 심판’, 진실보다 믿음으로 작동하는 SNS 마녀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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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마사야(오카다 겐시)는 자신에게 온 편지 한통을 발견한다. 감옥에서 온 이 편지의 작성자는 하이무라 야마토(아베 사다오), 연쇄살인범이다. 23명의 소년, 소녀와 한명의 성인을 살해한 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야마토는, 특이하게도 다른 모든 죄는 인정하지만 마지막 한건의 살인만은 무죄를 주장한다. 야마토는 중학생 시절 인연을 맺었던 걸 언급하며 마사야에게 자신의 무고함을 조사해 달라는 부탁을 한다. 그렇게 진상을 파악해가는 과정에서 마사야는 본인의 가족과 관련한 새로운 사실을 알아내고, 마침내 내면에 숨겨져 있던 자신의 폭력성을 마주한다.
여러 편의 범죄 스릴러 영화를 연출한 일본의 중견감독 시라이시 가즈야의 <사형에 이르는 병>은 동명의 사이코 미스터리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탄탄한 극적 구성을 토대로 연쇄살인마의 심리 상태를 제3자의 시선에서 추적하는 작품이다. 특정 장면에선 살인범의 직접적인 범행 장면을 서슴지 않고 묘사하기도 하는데,
[리뷰] ‘사형에 이르는 병’, 이르는 과정을 이토록 생생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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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경계>는 지역 민영방송 <KNN>이 제작한 자연 다큐멘터리로 한반도 국립공원 22곳을 탐방한다. 해당 방송국의 기획특집국장이기도 한 진재운 감독은 전작 <물의 기억> <위대한 비행> 등에 이어 관심사인 환경과 생태라는 주제를 전국에 걸친 한반도 국립공원으로 규모를 키워 펼쳐낸다. 형식 면에서는 국립공원의 절경이 주는 시각적 쾌감을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촬영기법을 구사한 점이 눈에 띈다. 상공촬영, 타임랩스, 슬로모션, 고속촬영, 고화질, 극단적 와이드 숏과 접사, 심지어 CG까지 망라하는 데서 제작진의 노고가 느껴진다. 내용 면에서는 국립공원의 풍경뿐 아니라 그 속에 사는 특별한 사연을 지닌 인물과 동물을 담아내는 것으로 산과 바다와 생물은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자연으로서 하나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산봉우리를 넘나드는 구름은 물과 같고 망망대해에 불쑥 솟은 바위는 산과 같다고 말하며 경계 없음의 이치를 전달하려 애쓴다. 다
[리뷰] ‘무경계’, 어쩌면 다시 못 볼지도 모를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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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오리(안도 사쿠라)는 요즘 들어 부쩍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초등학생 5학년 아들 미나토(구로카와 소야)가 신경 쓰인다. 학교에서 상처를 입은 채 귀가할 뿐만 아니라 담임교사 호리(나가야마 에이타)로부터 폭언까지 들은 정황이 확인되자 사오리는 참지 못하고 학교를 방문한다. 그러나 학교측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대응을 하며 사건을 은폐하려 하고, 담임교사 호리 역시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게 엄마 입장에서 아무 의미 없는 시간들을 흘려보내던 어느 날, 영화는 이야기의 시작 지점으로 시계를 돌린 뒤, 호리의 시점으로 사건을 재구성한다. 이를 통해 밝혀지는 사실은 이 일의 중심에 미나토의 동급생인 요리(히이라기 히나타)가 있었다는 것이다. 호리의 입장을 모두 보여준 영화는 이제 다시 미나토와 요리에게로 이야기의 시점을 옮겨 가려져 있던 진실한 감정들이 무엇인지를 밝히기 시작한다. <괴물>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다시 한번 자신의 장기를 발휘한 작품이다. 이번 주인
[리뷰] ‘괴물’, 영화가 던지는 질문, 과연 괴물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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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상공에 미지의 초대형 디지타마(디지몬 알)가 나타난다. 이에 산해(가타야마 후쿠주로)와 브이몬(노다 준코)을 비롯한 <파워 디지몬> 시리즈의 선택받은 아이들이 나선다. 그러던 그들이 루이(오가타 메구미)와 마주친다. 루이는 자신을 디지몬과 파트너십을 맺은 최초의 인간으로 소개한다. <디지몬> 시리즈의 등장 이후 늘 미지의 존재로 남았던 최초의 선택받은 아이가 나타난 것이다. 또 루이는 파트너 디지몬이었던 웃코몬(구기미야 리에)을 자신이 죽였다고 고백한다. 선택받은 아이들은 디지타마와 접촉해 루이의 과거를 직접 체험하기에 이른다. 어릴 적 루이는 가정에서 학대당하던 아이였다. 그러던 루이는 우연히 웃코몬을 만났고, 웃코몬은 친구를 갖고 행복해지고 싶다는 루이의 소원을 들어줬다. 그러나 소원의 방향성은 점차 비뚤어졌고 루이와 웃코몬의 관계는 종결을 맞았다. 이윽고 초대형 디지타마의 정체가 루이의 소원을 다시 들어주려는 웃코몬임이 밝혀진다.
<디지몬 어
[리뷰] ‘극장판 파워 디지몬 더 비기닝’, 선택받은 아이에서 선택하는 인간으로, 모험이란 끝날 수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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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맘 레슬리(앤드리아 라이즈버러)가 복권에 당첨돼 행복을 누린 것도 잠시, 곧 그녀는 술에 빠져 상금 전부를 탕진한다. 시간은 어느새 6년이 흐르고 레슬리는 방세조차 내지 못해 모텔에서 쫓겨난다. 그녀는 염치도 없이 아들 제임스(오언 티크)의 집에 잠시 얹혀살기로 하는데, 제임스는 집에선 절대 술을 먹어선 안된다고 당부한다. 제임스가 일을 간 사이 레슬리는 온 집을 뒤져 찾아낸 돈으로 술을 사먹는다. 이를 알아챈 제임스는 실망하고 엄마를 내쫓는다. 제임스는 고향에 사는 더치 아저씨(스티븐 루트)에게 엄마의 거처를 부탁한다. 아들 덕분에 간신히 방 한칸을 얻은 레슬리는 또다시 술집으로 향한다.
<레슬리에게>는 한 싱글맘이 복권 당첨 후 망가진 삶을 회복하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에서 주목할 것은 시대착오성이다. 오프닝 시퀀스에 등장하는 레슬리가 담긴 빛바랜 사진의 속 시간대는 추측건대 1970년대처럼 보인다.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6년 후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리뷰] ‘레슬리에게’, 잊힌 70년 미국 독립영화의 정취 속에 희망을 그린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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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아줌마’ 림메이화(훙후이팡)는 이제 곧 1인 가구의 삶을 준비해야 한다. 남편과 사별 후 빈자리를 지키고 있던 아들이 독립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이 삶의 유일한 낙인 림메이화는 연말을 기념해 아들과 한국 패키지 여행을 계획하지만, 급작스러운 변수가 발생해 홀로 한국 땅을 밟게 된다. 그런 림메이화를 여행사 가이드 권우(강형석)가 맞이한다. 권우 또한 림메이화만큼 혼돈의 시기를 겪고 있는데, 최근 사채업자로부터 빚을 진 것을 빌미로 가족과 별거를 하고 있어서다. 그렇게 인원 통솔에 집중하지 못하던 권우가 림메이화를 서울의 외딴곳에 홀로 남겨둔 채 떠나는 실수를 하게 된다. 아는 한국말이라곤 드라마에서 여진구 배우를 통해 배운 몇 마디가 전부인 림메이화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넨 사람은 착한 마음씨를 지닌 아파트 경비원 정수(정동환)다. 그런 정수 역시 현재 혼자 쓸쓸한 황혼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허슈밍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
[리뷰] ‘아줌마’, 모두를 만족시키며 품위까지 잃지 않는 멋진 의기투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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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학원 강사 영호(이동욱)는 첫 수업 시간부터 탁월한 외모로 학생들의 관심을 받을 만큼 미남이지만 세속적인 인기에는 별 관심이 없다. 회식을 멀리하고 혼술을 즐기는 그는 자신만의 싱글 라이프를 전시한 사진에 감성적인 문구를 곁들인 인스타그램 운영으로 파워 인플루언서가 됐다. 한편 도시별 싱글 라이프를 담은 에세이 시리즈 ‘싱글 인 더 시티’를 준비 중인 출판사 편집장 현진(임수정)은 싱글이라더니 갑자기 임신을 했다는 작가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기획에 부합하는 작가를 고심하던 현진에게 출판사 대표 진표(장현성)가 영호를 추천한다. 영호에게도 작가 등단의 꿈이 늘 가슴속에 남아 있었기에, 에세이 시리즈의 한 꼭지인 ‘싱글 인 서울’을 맡는 건 꽤 솔깃한 제안이다. 하지만 얼굴도 보기 전에 현진이 영호를 뒷담화하는 현장부터 들키는 등 어쩐지 두 사람은 첫 만남부터 삐걱거린다. 알고 보니 둘은 대학 선후배였는데, 영호는 현진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그리 다정하지 않게 군다. ‘혼자’에
[리뷰] ‘싱글 인 서울’, 첫사랑을 교열하다 발견한 오류, 온전히 마주해야 가능한 그 다음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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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영화 <내추럴>
대한극장에서 봤던 영화. 마지막 장면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로이(로버트 레드퍼드)가 아들과 캐치볼을 나누던 장면의 감성이란 요즘 콘텐츠에서 느끼기 어려운 정서처럼 다가올 때가 있다. 그리운 시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다.
소고기뭇국
많은 반찬을 두는 것보다 단출한 끼니를 좋아한다. 그냥 국 하나 구이 하나. 이런 식으로. 소고기 국밥처럼 한번에 말아먹을 수 있는 것도 좋고. 소고기뭇국, 야 그거 좋다. 내가 또 소고기뭇국을 기가 막히게 하는데. 겨울엔 소고기뭇국이 최고다.
영화 <화양연화>
클래식 이즈 더 베스트. <화양연화>만이 가진 고유한 분위기가 겨울과 너무 잘 어울린다. 연말에 다시 보면 좋을 작품. 특히 앙코르와트에서 양조위 배우가 속마음을 드
[LIST] 차승원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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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댄 포기 안 해. 대신 노래는 네가 해. ‘그날 밤’으로. (중략) 우리 서로 ‘윈윈’이잖아.” 성대결절로 라이브에 문제가 생긴 왕년의 디바 윤란주(김효진)는 더덕 축제 무대 뒤편에서 노래를 대신해준 자신의 팬 서목하(박은빈)에게 블라인드 경연 예능 ‘N번째 전성기’의 립싱크를 제안한다. 31살의 목하와 42살의 란주가 서로 인생 역주행의 기회가 되어주는 tvN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15년이 지체된 둘의 만남에는 사연이 있다. 2007년 중3이었던 목하(이레)는 란주의 기획사로 오디션을 보러 가던 길에 바다에 빠져 실종되었고, 목하의 뮤직비디오를 찍고 대신 응모해 오디션 기회를 마련해줬던 친구 정기호(문우진)는 란주를 찾아가 목하를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었다. 란주가 2008년 발표한 ‘그날 밤’은 목하와 만나기로 했던 약속과 목하의 생존을 믿는 기호의 기다림에 관한 노래다. 란주는 무인도에 15년간 고립되었던 목하가 방송을 이용해 기호를 찾고, 자신에게 다시 향하
[유선주의 드라마톡] ‘무인도의 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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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링거>
왓챠, 웨이브 ▶▶▶▶
쌍둥이의 분리/결합 이야기는 매번 신비롭고도 으스스한 기운을 지니는데, 이는 <데드 링거>에서 데이비드 크로넌버그의 괴이한 손을 만나 더욱 징글맞게 뻗어나간다. 일란성쌍둥이 형제 엘리엇과 비벌리. 어린 시절부터 함께였던 둘은 청년이 되어서도 한집에 살며 서로에게 의존한다. 유능한 산부인과 의사인 이들은 어느 날, 자궁 경부가 세개로 나뉜 클레어를 알게 된다. 끔찍하게도 이 형제는 많은 것을 서로 나눠온 터, 클레어와의 잠자리 또한 공유한다. 같은 날 같은 곳에서 태어나 같은 얼굴을 한 두 존재의 뒤틀린 공존이 끈적하게 그려진다.
<45년 후>
시리즈온, 왓챠, 웨이브, 티빙 ▶▶▶▷
기념일의 축복은 지난 시간에 대한 장송이기도 해야 한다. 하나 결혼 45주년을 앞두고 성대한 파티를 계획 중이던 케이트와 제프 부부에게 예기치 못한 소식이 도착한다. 50년 전 제프의 첫사랑이 알프스 빙하의 크레바스에서
[OTT 추천작] ‘데드 링거’ ‘45년 후’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 ‘창밖은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