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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몸집의 쾰른족 엘프들은 인간을 남몰래 도우며 살아간다. 이중 쾰른족의 말썽꾸러기 엘피는 전통을 고수하는 부족의 규칙에 싫증을 느낀다. 그녀는 쾰른족과 오래전부터 앙숙인 비엔나족의 엘프인 보를 만나 친구가 된다. 엘피는 보를 데려온 죄로 혼나게 되자 홧김에 가출을 결심한다. 그녀는 비엔나족의 자유분방한 생활양식에 반해 그들의 일원이 되기로 한다. <슈퍼 엘프: 빨간모자 비밀요정>은 2021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엘프>의 후속작으로 20회 취리히영화제에서 최고어린이영화상을 수상했다. 화해와 상생하는 삶이란 주제는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보기에 적절하다. 쾰른시를 그대로 그려낸 듯한 세트와 크리스마스풍의 알록달록한 색감에 먼저 눈길이 간다. 첩보물 속 스파이 같은 비엔나족과 엘프족의 천적 고양이 폴리펫의 디자인도 매끈하다. 그림이나 몸짓 등 작고 사소한 행위로 감정을 건드리는 연출도 볼만하다.
[리뷰] 작고 소중하고 안온다정한 소동극, <슈퍼 엘프: 빨간모자 비밀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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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란은 아파트 청약 당첨이라는 일생일대의 사건과 함께 시작된다. 결혼을 앞둔 웹툰 작가 정서(나애진)는 계약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혼 후 새 가족과 횟집을 운영하는 아버지 영주(안석환)를 찾는다. 엄마 미영(박현숙)이 색소폰과 함께 건넨 옛날 차용증에 의지해 떼인 돈을 받기 위해서다. 고향 동해에서 아버지의 가족과 부대끼는 동안 정서는 의복동생 정해(김진영)와 유대하게 된다. 피 대신 돈으로 서로를 착취하고 되살리는 관계. <은빛살구>는 가족이라는 모델을 존속시키는 복잡한 역학을 가차 없이 통과해나간다. 장만민 감독은 돈과 생존에 얽힌 가족구성원의 시선을 다각도로 설득력 있게 경유하지만, <은빛살구>가 내러티브의 완성도와 핍진성을 우선하는 전통적 가족드라마라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캐릭터들이 뱀파이어물의 등장인물로 묘사되는 판타지적 삽화와 더불어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과격한 캐릭터 조형, 인공적인 순간까지 밀어붙이는 힘이 전면에 나선다.
[리뷰] 온기어릴 찰나 송곳니를 드러내는, 홀로서기를 위한 드라마, <은빛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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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온라인 광고업자로 일하는 데이비드(제시 아이젠버그)가 오랜만에 휴갓길에 오른다. 사촌 형제 벤지(키런 컬킨)의 제안으로 성사된 이번 여행에서 두 손자는 최근 돌아가신 할머니의 고향 폴란드를 방문하기로 한다. 사소한 자극에도 과도한 불안을 느끼는 데이비드와 달리, 벤지는 세상의 여유를 다 가진 듯 사회의 도덕률을 넘나드는 악동이다. 바르샤바에 도착한 두 사람은 예약해둔 홀로코스트 투어에 합류해 가이드 제임스(윌 샤프)와 네명의 동행을 만난다. 폴란드, 유대인, 그리고 유대교라는 고유한 키워드로 연결된 이들은 바르샤바 게토 봉기 기념탑, 유대인 공동묘지, 루블린과 마이다네크 절멸수용소 등을 패키지 코스로 둘러본다. 병적인 감정 기복의 소유자 벤지는 투어의 면면을 비난하며 불손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 한편, 이를 바라보는 데이비드의 마음에는 가족을 향한 애정과 증오가 뒤엉킨다.
인디영화(<라우더 댄 밤즈> <호신술의 모든 것>)와 블록버스터(<나유 유
[리뷰] 우리 다 같이 역사의 뜨내기가 되어, <리얼 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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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살아있는 지구>
여러 다양한 동물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지금도 생각나는 친구는 ‘바나나농게’인데, 노란색의 커다란 집게발을 하나만 갖고 태어나 그런 이름이 붙었다. 상대에게 구애를 할 때 집게발을 번쩍 들어올리는 춤을 춘다. 단체로 자신의 집게가 더 멋있다며 뽐내는 춤을 추는데 너무 귀여웠다! 정말 신비로웠다.
<나의 문어 선생님>
다큐멘터리 보는 것을 좋아한다. 생태계를 거스르지 않고 문어의 삶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태도가 좋았다. 관찰자의 시선에서 문어의 인생을 매일 관찰하다보니 나 역시 무척 몰입이 됐다. 문어가 그 정도의 지능이 있는 동물인 줄 몰랐다.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하는 후반부에선 무척 슬펐다. 최근 인상적으로 본 다큐멘터리 중 하나다.
<브레이킹 배드>
재밌다는 말만 듣다가 얼마 전 보기 시작했다. 장르에 관계없이 개연성이 있는 현실적인 작품을 좋아하는데 <브레이킹 배드>는 그 맥락 안에 있는 작
[LIST] 노상현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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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거>
디즈니+ / 감독 유선동 / 출연 김혜수, 정성일, 주종혁 / 공개 1월15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긴장감을 무기 삼을 수 있을까, 일단 웃음으로 마무리
“여기는 드라마국처럼 큰돈은 못 벌어도 PPL은 받지 않는 지조와 자존심이 있고 그리하여 지난 10년간 시청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프로그램 1위, 대한민국 탐사보도 프로 중 단연 시청률 1위의 <트리거>예요.” 강제 마약 투입이 포착된 기이한 살인사건과 광적인 사이비의 어두운 진실을 고발하기 위해 오소룡 팀장(김혜수)이 취재를 나섰다. 명실상부 탐사보도의 명맥을 이어온 오 팀장의 비법은 바로 잠복과 잠입이다. 위험이 도사리는 현장에 직접 나간 그는 원하는 ‘그림’이 나올 때까지, 듣고 싶은 진실을 발견할 때까지 죽치고 대기한다. 진실을 은닉한 장소를 호기롭게 탐색하고 촬영하고, 교주와 광신도를 위협하기까지 하는 저돌적인 면모는 오소룡의 중심축이자 저널리즘의 실낱같은 희망이기도 하
[OTT 리뷰] <트리거> <브라이언 존슨: 영원히 살고 싶은 남자> <컬러 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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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와 <Get Lucky> 등을 만들고 그래미상을 13회나 거머쥔 뮤지션, 타고난 패션 감각으로 스트리트 패션 붐을 일으키고 루이비통의 남성복 디렉터로 활동하는 패션 아이콘. 아티스트 퍼렐 윌리엄스의 스펙트럼은 한 사람이 한 일이라고 보기에 놀랍고 다채롭다. <피스 바이 피스>는 레고 무비와 다큐멘터리 장르를 혼합한 실험적인 형식으로 그의 경력을 스케치하는 전기영화다. 이 형식은 창작을 레고 블록의 분해와 조립처럼 보는 그의 사유를 반영한 것이다. 여러 장르를 분해하고 조립하는 영화의 스타일은 대체로 신선하다는 인상을 준다. 특히 퍼렐 윌리엄스는 물론, 제이지, 푸샤 티,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 그의 삶에 영향을 준 인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각본을 구성하고 실제 인터뷰 음성을 캐릭터의 대사로 쓴 연출이 인상적이다. 애니메이션임에도 다큐멘터리의 생생함을 느낄 수 있는 이색적인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퍼렐 윌리엄스의 공감각과 예술적 상상력을 그의
[리뷰] 독창적인 힙합 비주얼과 성공학 자기 계발서의 모순된 공존, <피스 바이 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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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왕정이던 부탄왕국은 2006년 국왕에 의해 자발적인 민주화를 맞이한다. 정부는 손수 지도자를 뽑아본 적 없던 국민을 위해 투표 방법을 교육하는 모의 선거를 기획한다. 평화롭던 우라 마을도 모의 선거로 인해 한바탕 소을 겪는다. 한편 마을의 큰어른인 라마승은 제자 타시(탄딘 왕추크)에게 선거가 있을 보름달이 뜨는 날까지 총 두 자루를 구해달라고 부탁한다. <총을 든 스님>은 <교실 안의 야크>로 부탄영화의 매력을 보여준 파우 초이닝 도르지 감독의 신작이다. 세계 최연소 민주주의국가라는 외신의 평가처럼 이제 막 민주화에 적응해야 하는 국민의 소박한 적응기를 그려냈다. 총과 선거, 두 단어의 조합이 주는 서늘한 긴장감도 서툴고 순수한 부탄 사회에선 하나의 해프닝처럼 흘러간다. 순수한 시선에서 제기된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질문을 결코 무지함으로 여기지 않는 영화의 태도가 미덥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큰 호응을 이끌었다.
[리뷰] 무지하지 않은 순수, 작금의 시국에 필요한 선의, <총을 든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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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함께 그림을 그려온 은우(도준영)와 태이(동하)는 지금도 작업실을 공유하는 사이다. 하지만 미술계의 주목을 받는 은우에 비해 지지부진한 작업으로 태이는 초조함을 느낀다. 어느 날 태이의 연인 유진(김수민)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태이는 유진의 동생 유림(허지원)과 진실을 밝히기로 결심한다. 사건에 다가설수록 태이는 익숙했던 현실이 자꾸만 낯설게 느껴진다. 이현지 감독의 <코넬의 상자>는 애인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심리 스릴러다. 영화의 제목인 <코넬의 상자>는 아방가르드 조각가 조셉 코넬의 대표작인 상자 연작을 의미한다. 그러나 일상의 편린을 초현실적 콜라주로 승화시킨 조셉 코넬의 명성과는 달리 영화가 빚어낸 결과물은 엉성하기만 하다. 상투적이고 직선적인 서사는 서스펜스를 직조하는 데 실패하고, 꿈과 현실을 교차하려는 시도마저 투박한 연결점으로 무위에 그친다.
[리뷰] 굳이 열어보고 싶지 않은 판도라의 상자, <코넬의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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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을 다쳐 소리를 낼 수 없게 된 아오이(야마다 료스케)는 삶을 기대 없이 살아가기로 한다. 청소부로 일하는 대학에서 평소처럼 옥상 작업을 하던 어느 날, 투신하려는 여자를 구하면서 삶에 생기가 찾아온다. 여자의 이름은 미카(하마베 미나미). 유망한 피아니스트로 주목받았으나 교통사고로 시력을 잃고 방황 중인 피아노과 학생이다. 다시 살 마음을 먹은 미카는 연주 연습을 결심하고 폐강당을 찾지만 잠긴 문에 돌아서고 만다. 그 모습을 목격한 아오이가 강당 문을 열어주면서 둘은 친구 비슷한 사이가 된다. <사일런트 러브>는 조심스러운 두 주인공을 닮은 영화다. 깊은 상처로 곁을 주지 않던 남녀가 결이 맞는 서로에게는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는 과정을 응원하는 시선으로 담아낸다. 히사이시 조의 섬세한 음악이 인물들의 심리를 충분히 표현한다. 피아니스트란 목표를 지켜나가는 미카 캐릭터와 공들여 찍은 그의 연주 장면이 인상적이다.
[리뷰] 대사의 역할을 대신하는 히사이시 조의 섬세한 음악, <사일런트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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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죽음 이후 엔초 페라리(애덤 드라이버)와 라우라 페라리(페넬로페 크루스) 부부 사이에는 어쩔 수 없는 균열이 생긴다. 엔초 페라리가 이끄는 페라리사는 레이싱 경기에 너무 많은 비용을 지출해 파산 위기에 직면해 있다. 1957년 여름, 엔초 페라리는 서킷이 아닌 일반 도로에서 열리는 1천 마일 레이스 ‘밀레 밀리아’에서 최고의 레이싱카를 선보여 자신과 페라리를 증명하겠다는 야망을 불태운다. 실제 있었던 비극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엔초 페라리의 전기영화인 만큼 <러시: 더 라이벌> <포드 V 페라리> 등 레이싱영화가 추구했던 질주의 쾌감은 거세돼 있다. 대신 오만한 남성들의 속도와 승리를 향한 욕망 이면에 도사리는 죽음의 유령이 <페라리>를 지배하는 정서가 된다. <히트> <콜래트럴> <인사이더> <마이애미 바이스>를 만든 거장 마이클 만 감독의 신작으로, 제8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처음 공개됐
[리뷰] 질주와 성취의 욕망은 죽음과 얼마나 닮았나, <페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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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도쿄 상공에 미지의 초거대 우주선 ‘모함’이 나타난다. 자연스레 인류 멸망을 점칠 수밖에 없는 듯했지만, 이게 웬걸, 생각보다 인류는 강했다. 지구의 군사력은 모함에서 출격하는 소·중형 우주선과 외계의 침략자들을 사냥하다시피 한다. 모함의 등장 이후 3년, 모함 아래에서 사는 주인공 카도데(이쿠타 리라)와 오우란(아노)은 심심함에 신물이 난 독특한 고등학생들이다. 인류와 외계인의 불안한 공존 속에서 두 주인공이 일상 학원물과도 같은 잔잔한 이야기를 그려낼 무렵, 인류와 외계인 사이의 기괴한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잘 자, 푼푼>등으로 근래 일본 만화계에서 컬트적 인기를 끄는 아사노 이니오의 원전에 현재 일본 문화계의 최고 스타인 아노, 요아소비의 이쿠타 리라가 목소리 연기 및 O.S.T로 합세했다. 어두운 인류의 심연을 청춘물의 양태에 맞춰 아이러니하게 끄집어낸 작품으로 올해 안 후속작이 공개될 예정이다.
[리뷰] 원작보단 순화, 그럼에도 기괴하기 짝이 없는 우리 세계, <데드데드 데몬즈 디디디디 디스트럭션: 파트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