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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직군 경험 제도를 통해 변호사로 활동하는 사카마 치즈루(구로키 하루)는 인권변호사 츠키모토 신고(사이토 다쿠미)와 함께 히오미 마을의 환경오염을 조사한다. 오래된 앙숙이자 동료인 이루마 미치오(다케노우치 유타카)도 때마침 같은 지역에서 활동한다. 그가 맡은 재판의 배경은 방위성이 연관된 이지스함 침몰 사건. 별개인 줄 알았던 두 사건 사이의 연결고리가 서서히 드러난다. 2021년 <후지TV>에서 방영된 드라마 <이치케이의 까마귀>의 극장판으로, 법대에서 원고석으로 자리를 옮긴 치즈루가 새 시야에서 마주하는 법과 정의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드라마 후속 극장판의 공식을 따르듯 선 굵은 서브 캐릭터와 다단한 반전, 러브라인까지 보강했지만 대부분 전형적인 변주에 머문다. 무엇보다 작중 사건의 혼탁한 인과관계가 진실의 속성에 대한 고찰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한다.
[리뷰] 관성으로 돌파하고 여백으로 무마하기, <극장판 이치케이의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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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강도단의 보스 메이슨(존 트래볼타)은 이제 지쳤다. 사랑하는 아내 아멜리아(크리스틴 데이비스)가 실은 FBI 요원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손을 씻고 잠적하려던 그는 동료 숀(루카스 하스)의 손에 이끌려 마지막 금고털이 작전에 합류한다. 그러나 강도단은 FBI가 파놓은 함정에 걸려들고 만다. 메이슨은 FBI측 협상인으로 나선 아멜리아와 통화하며 플랜 B를 준비한다. ‘암호화폐 지갑을 노리는 강도단의 코믹 액션 케이퍼 무비’라는 문구에서 떠올릴 수 있듯 <캐시 아웃>은 가볍고 날쌘 웃음이라는 담백한 목표를 정조준한다. 피자를 주문하며 건물 밖 저격수의 수를 묻는 메이슨처럼 능청스러운 영화는 쉼 없이 스크린 건너 관객의 입꼬리를 움직이려 한다. 앙상블을 결속하는 존 트래볼타의 관록이 빛난다. 산만한 드론숏과 거친 커팅의 액션 등 단점이 뚜렷함에도 우직하게 주파하는 오프로드 드라이빙의 솔직한 매력이 즐겁다.
[리뷰] 우직한 오프로드 드라이빙의 솔직한 매력, <캐시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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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엘비스 프레슬리, 오빠 부대라는 팬덤을 보유한 한국 최초의 아이돌, 트로트의 황제. 그 어떤 수식어를 써도 올해 데뷔 60주년을 맞이한 남진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오빠, 남진>은 그의 명성에 어울리는 최상급 전기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소극장에서 <님과 함께>를 부르는 무대로 시작한다. 악기를 최소한으로 편성한 <님과 함께>의 무대 구성은 인간 남진의 소박함을 반영한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인생은 인연이라고 고백하는 남진의 목소리를 시작으로 그의 가수 인생이 펼쳐진다. 쟈니 리 등 동료와 음악 평론가의 증언은 한국의 잔혹한 근현대사와 공명하는 남진의 음악과 삶을 입체적으로 되살린다. 특히 암울했던 시기에 대중을 위로했던 슈퍼스타이자, 군부독재의 정치적 외압을 받았던 야인 남진의 삶을 극적으로 과장하기보다 담백하게 따라가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리뷰] 소탈하면서도 웅장한, 거인 남진의 이름에 어울리는 최상급의 헌정 영화, <오빠, 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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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김지영)는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러 슬픔을 꾹 눌러 담은 채 제주에 내려간다. 그녀는 제주에 간 날 우연히 바다에 빠져 죽으려 하는 준우(배수빈)를 구한다. 다음날 준우의 상태를 확인하려고 그의 집에 간 영희는 그가 클래식 마니아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그에게 죽은 어머니가 남긴 메모에 적힌 클래식 음악을 틀어달라는 부탁을 한다. 영화엔 <가을동화> <겨울연가>를 연출한 윤석호 감독의 서정적인 감수성이 그대로 녹아 있다. 티 없이 맑은 제주 바닷가 풍경과 빛을 한껏 활용한 정적 촬영, 서로의 상처를 감싸안으려는 두 캐릭터의 관계, 감독이 엄선한 클래식 음악이 그 증거다. 두 배우의 연기도 이 영화만의 빛바랜 필름 사진을 보는 듯한 감수성을 한껏 살린다. 다만 감상을 방해하는 요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물에 빠진 파리와 같은 이미지로 인물의 상황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연출이 반복되는 점 등이 못내 아쉬움을 남긴다.
[리뷰] 한없이 착하고 서정적인 감성을 담는 빛바랜 문법, <여름이 끝날 무렵의 라트라비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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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손 성진(강승호)을 포함한 온 가족이 제사를 위해 대구 고향집으로 모여든다. 무더위 속에서 전을 부치는 여성들과 옆방에서 한가로이 고스톱을 치는 남성들. 오랜만에 할머니 댁을 찾은 성진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여느 명절날과 다름이 없다. 전통을 중시하는 할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지고 가업을 둘러싼 의견들이 술기운을 타고 맞부딪힌다. 넉살 좋은 손주들 덕에 우여곡절을 겪던 제사가 겨우 마무리된다. 그런데 정정하던 할머니가 갑작스럽게 임종을 맞이하고, 가족 구성원 사이에 흐르던 묘한 긴장감이 점차 격해지기 시작한다. <장손>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대가족에 얽힌 이야기를 그려낸다. 하지만 세대간 불통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무작정 포장하지는 않는다. 각 인물의 사연을 훑는 시선은 놀랍도록 차분하고 섬세하다. 해학이 담긴 영화는 끝내 보편적인 공감대에 닿는 데에 성공한다.
[리뷰] 솟구치는 설움마저 정(情)으로, 죽을 듯 밉다가도 괜스레 한번 돌아본다, <장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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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맞아 콜리견 래시와 함께 이모 집에 놀러간 플로(니코 마리슈카)는 헨리와 클레오 남매를 만난다. 눈부신 자연 속에서 뛰노는 즐거움도 잠시, 평화로워 보이기만 하던 동네에 강아지들이 연이어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플로가 잠시 한눈판 사이, 헨리와 클레오의 강아지 피파가 실종된다. 소년 소녀는 기억을 더듬어 납치범들이 머무는 호텔로 향한다. 용의자에 대한 단서가 전혀 없는 상황에 믿을 것은 영특한 래시의 동물적 감각뿐이다. <래시: 뉴 어드벤처>는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베스트셀러 <돌아온 래시>를 원작으로 한 <래시 컴 홈>의 후속작이다.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인간과 동물의 우정을 그려낸다. 단순한 이야기 구조와 빈약한 캐릭터가 아쉬움으로 남지만 강아지를 위한 연기상이 있다면 올해 수상자는 단연코 래시 역을 맡은 밴딧이다.
[리뷰] 어린이만을 위한 멍멍이 재롱 잔치, <래시: 뉴 어드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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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딸 낳아 강남으로 이사, 정치부장으로 승진, 이후 편집국장 역임. 앞선 목표들은 올해의 기자상을 받을 정도로 유능한 정치부 기자 상연(김재화)이 신혼여행에서 세운 그녀의 인생 계획이다. 하지만 쌍둥이를 임신한 상황에서도 일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던 그녀의 삶에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한다. 어릴 적부터 더딘 모습을 보인 둘째 아들 지우(빈주원)가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은 것. 이전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 상연은 장애 아동의 부모로서 낯설고 서툰 길을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내딛기 시작한다. 이상철 감독의 <그녀에게>는 언론인 출신 작가 류승연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에세이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발달장애 아동의 부모로서 겪은 일화를 담은 원작처럼 영화는 장애 아동의 육아를 맡게 된 부모 상연의 현실에 집중한다. 자녀의 장애 판정 직후 느낀 당혹스러움, 육아 현장에서 마주한 현실적인 문제들, 주변인들의 차별적 시선들과 그로
[리뷰] 연민과 낙담 대신 덤덤하게 고백하는 아이와 나를 지키는 법, <그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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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을 보는 10대 고스족 소녀 리디아 디츠(위노나 라이더)는 어느덧 시간이 흘러 딸 하나를 둔 엄마가 됐다. 그는 ‘고스트 하우스’라는 심령 리얼리티 쇼를 진행하는 영매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지만 여전히 비틀쥬스(마이클 키턴)의 환시를 보며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그의 옆에는 쇼의 프로듀서이자 어딘가 수상쩍은 약혼자 로리(저스틴 서룩스)가 있다. 유령의 존재를 믿지 않는 딸 아스트리드(제나 오르테가)는 엄마와 갈등을 겪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리디아의 아버지 찰스 디츠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이 전해진다.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은 딜리아(캐서린 오하라)와 리디아 그리고 아스트리드까지 뿔뿔이 흩어져 있던 삼대의 여자들은 생전 찰스가 아꼈던 집(이자 전편 <비틀쥬스>에서 디츠 가족이 이사왔던 그 집)에 다시 모인다. 찰스의 죽음을 애도하는 전시회와 장례식 그리고 리디아와 로리의 결혼식 준비로 분주한 와중에, 아스트리드에게 제레미(아서 콘티)라는 소년이 나타난다.
<비틀쥬
[리뷰] <웬즈데이> 세대에게 소개하는 8~90년대 버튼의 전성기, <비틀쥬스 비틀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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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영화 <딸에 대하여>, 시리즈 <돌풍> <최악의 악> <여신강림> 등 출연
밥
농부가 심혈을 기울여 재배한 쌀로 갓 지은 밥을 사랑한다. 농사 짓는 이와 밥 짓는 이의 정성이 모인 그 순간! 채소를 미친 듯이 때려 넣은 밥, 콩 반 쌀 반을 넣어 만든 밥, 곤드레밥, 버섯밥 등등 레시피도 다양하다. 칙칙칙 뚜껑 돌아가는 소리가 좋아서 1인분을 지어도 압력솥에 쌀을 안친다.
하늘 보기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종종 “여행이나 떠나고 싶다”라고 하지 않나. 나는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복잡한 마음이 바로 상쾌해진다. 만일 바다가 보고 싶은데 당장 갈 수 없다면 답답할 텐데, 하늘은 빌딩 속이든 가로수길이든 어디에나 공평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마음이 놓인다.
아르보 패르트의 <거울 속의 거울>
<어바웃 타임>의 삽입곡으로도 알려진 <거울 속의 거울>을 사계절 내내 듣는다
[LIST] 임세미가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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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
디즈니+ /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 출연 에마 스톤, 제시 플레먼스, 마거릿 퀄리, 윌럼 더포, 홍차우, 요르고스 스테파나코스/ 공개 8월30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예술적 완성 혹은 피로? 어느 쪽이든 란티모스적 스펙터클임이 확실하다
“어떤 이는 학대하길 원하고, 어떤 이는 학대당하길 원하지.” 영화의 문을 여는 유리스믹스의 신스팝 <Sweet Dreams>만큼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오랜 주제를 재치 있게 요약하는 노래가 또 있을까. 세편의 독립된 우화에 동일한 배우들이 출연해 역할을 변주해가는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는 감독의 전작들을 선명한 참조점으로 떠올리게 만든다. 첫 번째 이야기는 <송곳니>의 가족 권력 구조를 기업 세계로 확장했다. 신격화된 상사 레이먼드(윌럼 더포)로부터 삶을 통제 당하는 로버트(제시 플레먼스)가 살인 명령을 거절하면서 결국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이야기다. &l
[OTT 리뷰]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 ‘아일린’ ‘우씨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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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북아일랜드, 민족주의 성향의 지하 단체 IRA의 도이린(케리 콘던)과 그 일당은 폭탄테러를 저지른 뒤에 수사망을 피해서 한적한 시골 마을로 도망친다. 이곳에는 살인에 환멸을 느껴 은퇴하고 마을에 정착하려는 살인청부업자 핀바 머피(리엄 니슨)가 있다. 그러던 중 핀바는 도이린의 동생이면서 아동성애자인 커티스로부터 마을의 여자아이를 지키기 위해 커티스를 공격한다. 이에 분노한 도이린은 핀바에게 복수를 감행한다. <원맨>은 <테이큰> 속 리엄 니슨의 이미지를 재탕하는 액션영화 중 하나일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는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를 오랫동안 제작한 감독은 이 영화를 리엄 니슨식의 <그랜 토리노>로 그리려 한다. 북아일랜드 출신인 리엄 니슨이 <마이클 콜린스>에서 아일랜드 독립운동가를 연기했던 이미지와 액션 스타로서 가진 이미지가 배합되어 흥미를 이끈다. 다만 영화는 아일랜드 내전의 복잡한 정치적 맥락을 회피한다.
[리뷰] <그랜 토리노>를 몰기에는 아직 내공이 부족한 리엄 니슨, <원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