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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민(최성은), 태희(현우석), 사랑(하서윤)은 학창 시절에 가보지 못했던 수학여행을 20대가 되어서야 뒤늦게 떠난다. 제주도에 도착한 이들의 수중엔 98만원뿐, 그마저도 사랑과 시비가 붙은 행인들에게 합의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세 사람은 더 저렴한 곳으로 숙소를 옮기고 쉬는 대신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금을 모으기로 한다. 아르바이트는 ‘귤 따기’라는 단순노동에 불과하지만 수민은 일하다 쓰러질 정도로 과하게 몰입하고, 아이돌 시절에도 받지 못한 정산금을 받으며 생경함을 느낀다. 한편 사랑은 제주도에서 자신의 트렁크를 잃어버린 상태다. 짐을 찾기 위해 보관소를 찾은 세 사람은 보관소를 관리하는 소윤(강채윤)과 만나는데, 그는 무명과 다름없던 은퇴 아이돌 ‘러브앤리즈’의 수민과 사랑, ‘파이브 갓 차일드’의 태희를 한눈에 알아본다. 기껏 잘 쉬기 위해 온 제주도에서 뭘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이들을 소윤은 새로운 곳으로 인도한다.
장편 <십개월의 미래>
[리뷰] 실패도 경험에 불과하다는 믿음, 이제 앞으로 나아갈 시간, <힘을 낼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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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새끼>
초반에 문제적 금쪽이로 등장한 어린이에게 화가 나다가도 오은영 선생님의 진단과 설명을 들으면 이 세상에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은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 오은영의 관점에서 드러나는 진심을 마주하는 순간마다 타인을 마음대로 재단하지 말자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 사람에게 쑥 들어가보는 경험을 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성난 사람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정신없이 흘러가는 속도감과 키치한 표현법이 눈에 띄는 작품. 무엇보다 엄마와 딸 사이의 선명한 감정들이 너무 잘 전달돼 잊히지 않는다. <성난 사람들>도 좋았다. 특히 압도적인 마지막 화를 잊을 수 없다. 서로 다른 두 작품이 비슷한 감정을 포착한 것 같아서 하나의 흐름처럼 보인다.
Antent <Never See You Again>
<파라노이드 키드>의 배경음이 되
[LIST] 정유미 감독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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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블러미스타>
넷플릭스 / 감독 훌리오 토레스 / 출연 훌리오 토레스, 틸다 스윈턴, 이사벨라 로셀리니, 리자, 그레타 리 / 공개 12월1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성역 없는 초현실주의 코미디
엘살바도르인 알레한드로(훌리오 토레스)는 뉴욕 생활을 시작한다. 그가 관심을 보이는 완구 회사 해즈브로가 미국 거주민에 한해 지원서를 받는 폐쇄적 입사 정책을 시행하기 때문이다. 알레한드로는 우선 사람을 산 채로 냉동시킨 후 원하는 때에 해동할 수 있는 극저온 보관시설 프리즈코프에 관리직으로 취직한다. 하지만 업무 실수를 이유로 프리즈코프에서 해고되고, 냉동인간 보비(리자)의 아내 엘리자베스(틸다 스윈턴)는 알레한드로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건넨다. 잊힌 예술가인 보비의 작품 13점을 모아 함께 전시를 큐레이팅하면 알레한드로의 취업 영주권 알선을 위한 스폰서가 되어주겠다고. 알레한드로는 새 일을 시작하지만 이민자로서의 미국 생활은 만만치 않고, 깐깐
[OTT 리뷰] <프라블러미스타> <스타워즈: 스켈레톤 크루> <지하창고 사일로의 비밀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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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전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 영국의 작은 해안 마을 리틀햄프턴에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신실한 기독교 집안의 딸 이디스(올리비아 콜먼)에게 저주에 가까운 욕설 편지가 도착한 것이다. 끝도 없이 계속되는 테러에 경찰 조사가 시작되고 아일랜드 출신 로즈(제시 버클리)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다. 하지만 로즈의 혐의에 물증은 없고 경찰은 정당한 수사 절차조차 밟지 않는다. 주위에는 온통 행실이 바르지 못한 여성을 처단하려는 권위적인 남성들뿐이다. 부당함을 느낀 글래디스(안자나 바산)는 상부의 명령을 어기고 홀로 재수사에 들어간다. <X를 담아, 당신에게>는 <미 비포 유>를 연출한 테아 섀록 감독의 신작이다. 가치관이 서로 다른 세 인물의 시선을 교차하며 여성을 옥죄는 당대 사회를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사건 전개의 허술함이 아쉽지만 1920년대라는 시대 배경하에 개성 넘치는 여성 캐릭터를 세명이나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리뷰] ‘Wicked’ Little Letters, 마녀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려는 시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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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연합군의 진격으로 열세에 놓인 독일군은 인류의 궤멸을 위한 비밀 연구에 착수한다. 프로젝트명 ‘분더바페’는 미국 전역을 좀비화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다. 여성, 아이, 노인까지 무자비하게 생체실험에 투입한 나치의 계획을 입수한 연합군은 사형을 앞둔 인간 병기 딕 다이너마이트(게리 스나스 앨런)를 비밀리에 호출한다. 나치 학살이 인생의 낙인 딕은 나사 빠진 특공대원들과 나치 소탕에 나선다. 마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열화판을 연상시키는 <거친 녀석들: 히틀러 암살단>은 감독 로비 데이비드슨의 자비와 크라우드펀딩으로 제작되었다. 조악한 특수효과, 허무맹랑한 설정, 난무하는 저급한 성적 농담과 개연성이 전무한 서사에서 유추할 수 있듯 영화는 나치 살육이라는 소재를 자극적으로 비트는 것 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유일하게 본받아야 할 점을 꼽자면 모든 것이 아수라장인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영화를 완성하겠다는 감독의 의지뿐이다
[리뷰] 에드 우드와 토미 웨소도 한수 배울 열화판의 심연, <거친 녀석들: 히틀러 암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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셸리(FKA 트위그스)는 친구가 찍은 한 영상 때문에 난처해진다. 누군가가 그녀를 뒤쫓기 시작한다. 도망치는 와중에 셸리는 마약 소지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고 재활 센터로 이송된다. 그곳에서 에릭(빌 스카르스가르드)을 만난다. 어느 날, 셸리를 뒤쫓는 사람들이 재활 센터에 찾아오고 그녀는 에릭과 함께 그곳에서 탈출한다. <더 크로우>는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며 1994년 영화 <크로우>의 리부트작이다. 이소룡의 아들 브랜든 리가 맡았던 하얀 얼굴의 크로우와 달리 빌 스카르스가르드가 연기한 크로우는 검은색의 스모키한 메이크업이 특징이다. <그것>과 개봉예정작인 <노스페라투>에서처럼 이 영화에서도 그의 얼굴은 캔버스가 되어 스펙터클을 만들어내는 장소로 기능한다. 이 영화의 백미는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유혈이 낭자한 액션 시퀀스다. 오페라의 선율에 맞춰 공연장 안과 밖이 교차편집되며 액션에 리듬감을 더한다.
[리뷰] 불멸의 사랑을 위하여, <더 크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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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지식을 담는 그릇이다. 이때 책에 담기는 것은 단순히 텍스트나 활자가 아니다. 안에 담긴 내용물만큼이나 그것이 담긴 그릇의 형태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움베르토 에코. 세계의 도서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책의 물성과 모인 형태까지 논의를 확장한다. 세계적인 작가 움베르트 에코의 개인 도서관을 탐색하는 이 고고학적 다큐멘터리는 ‘책’이라는 우주를 향한 흥미진진한 모험 같다. 에코 사후 유가족들의 협조를 통해 처음으로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움베르트 에코의 도서관은 5만권 이상의 현대 도서와 1500권의 희귀 서적, 고서적을 보유하고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신비하고 경이롭다. 거기에 더해 2015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비디오 설치 작업을 위해 촬영했던 생전의 에코의 모습을 바탕으로 책의 의미를 고찰해나가는 에코의 내레이션은 책과 도서관의 의미를 재정립한다. “책은 식물적 기억”이라고 했던 에코의 정의처럼 무엇을 기억하는지만큼 어떻게 보관되고 배치되어 있는지를 살펴
[리뷰] 기억이 된 기록, ‘콘텐츠’ 소비와 ‘작품’ 감상의 차이는 공간에서부터, <움베르토 에코. 세계의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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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하나로 일가를 이룬 무옥(김윤석)의 유일한 고민은 가족이다. 하나뿐인 자식 문석(이승기)이 출가함에 따라 가문의 대를 이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무옥의 식당에 자신들의 아빠가 문석이라고 주장하는 두 아이가 나타난다. 당황한 문석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문득 과거에 자신이 정자를 기증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그러나 무옥은 그저 할아버지가 되었단 사실에 감격할 뿐이다. <변호인>과 <강철비>를 통해 현실 정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소재를 다뤄왔던 양우석 감독이 코미디영화로 돌아왔다. <대가족>은 줄거리만 보면 출생의 비밀과 관련된 코믹스러운 사건이 휘몰아칠 것 같은 영화이지만, 그보다는 가족 구성원들의 마음을 보살피는 데 집중한다. 전통을 중시하는 세대에 대한 고마움이 군데군데 담겨 있어 감동을 자아낸다. 김성령, 강한나, 박수영 등 조연들의 활약 또한 관객을 충분히 웃기고 울린다.
[리뷰] 모양은 달라도 맛은 좋은 각자의 진심이 담긴 푸짐한 한 그릇, <대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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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아껴주세요.” 배우 엘리자베스 스파클(데미 무어)은 언제나 이 말과 함께 자신이 진행하는 데이타임 에어로빅 쇼를 마무리한다. 하지만 그는 실상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수많은 외모 품평과 연령 차별 속에 스스로를 아끼기 어려운 처지다. 엘리자베스는 어느 날 한 남성 간호사로부터 일주일간 ‘더 나은 나’로 살 수 있는 신약 서브스턴스를 은밀히 권유받고, 투약 후 젊고 아름다운 분신 수(마거릿 퀄리)를 낳는다. 수가 스타덤을 얻어 비상할수록 엘리자베스는 비참해진다. 서로 평화롭게 공존할 수 없는 두 존재는 급기야 각자의 길에서 폭주하기 시작한다. <서브스턴스>는 여러 면에서 끝까지 가는 영화다. 여성의 외모를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 비정상적 수준으로 노화를 거부하는 스타 시스템 등 미디어 산업의 뇌관을 과감한 상상력과 이에 기반한 고수위의 시각 묘사로 건드리며 관객을 극한으로 밀어붙인다. 이미지로든 사운드로든 다른 영화에선 쉽게 할 수 없는 극단의 극장 체험을 선사하는
[리뷰]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뇌관을 기폭하는 극단의 시청각적 자극, <서브스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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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키건(<이처럼 사소한 것들> <맡겨진 소녀>)의 세계에 제대로 접속했다는 확신이 선명한 첫인상으로 다가온다. 서로 거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사람들. 냉랭함이라기보다는 수줍음에 의해. 매일 제자리에 놓인 실내의 기물들과 이따금 그런 사소한 것들에 눈 돌리는 카메라. 하루치의 노동으로 더러워진 손을 씻어내는 구정물 가득한 세면대가 고요한 정물화의 연속으로서 <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일상을 전해온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1980년대 아일랜드의 소도시는 춥고 흐린 낮을 지나 밤이 되면 축복을 청하는 전구들로 반짝인다. 모두를 위한 안락의 계절, 그러나 말없이 근심하는 한 남자가 있다. 설명하기 힘든 슬픔과 불의를 감지하면서 불면하는 중년의 주인공, 빌 펄롱(킬리언 머피)이다. 그는 마을 곳곳에 무거운 석탄 자루를 배달하고 집에 돌아오면 검게 변한 손을 깨끗이 솔로 문지른 뒤 가족의 식탁으로 향한다. 아내 아일린과 결혼해 다섯 딸을 둔 성실한 가장,
[리뷰] 타인의 고통에 용기낼 때 자기도 치유됨을 알리는 크리스마스 영화의 새 고전, <이처럼 사소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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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츠신 <삼체>
SF소설 <삼체>가 한국에서 처음 알려질 때 내가 사실상의 홍보대사 역할을 했다. 심지어 익명의 독자로서 출판사에 전화해 “3부는 도대체 언제 나오느냐”라며 독촉한 적도 있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시리즈도 재밌게 봤다. 시즌2를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
운동
평소 다양한 운동을 즐긴다. 요즘은 아이돌 노래가 나오는 헬스장을 다니며 근육량 40kg을 목표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40kg의 벽이 정말 높더라. 젊을 때였으면 금방 넘겼을 텐데⋯.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 중이다.
후지모토 다쓰키 <룩 백>
<체인소 맨>을 그린 만화가의 단편이다. 최근 개봉한 애니메이션이 아닌 원작 만화책을 읽었다. 정말 다른 세대가 태어났구나, 이전에는 명확히 구분되어 있던 장르들이 한 인간에게서 모두 튀어나오는 시대가 왔구나 싶어 씁쓸했다. 그러면서도 어쩐지 크게 힘들이지 않고 그린 것 같은 그림체를 보고 있자
[LIST] 최규석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