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tory
미국에서 스페인의 한적한 시골주택으로 이주해온 레지나(안나 파킨)의 가족. 이들은 새로운 생활과 화목한 가정을 기대하고 이곳까지 왔지만, 집안에서는 자꾸 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이 불길한 기운에 의심을 품게 된 레지나는 집에 얽힌 비밀을 밝히려 노력한다. 그러나 진실에 다가갈수록 레지나의 가족관계엔 더 큰 균열이 생긴다.
■ Review
<다크니스>의 무대는 공포영화의 단골손님 ‘귀신들린 집’이다. 40년 전 근방에서 있었던 아이들의 실종사건과 연관된 공간이 <다크니스>의 집이다. 여기에 새로운 가족이 이사왔으니, 영화의 갈 길이 빤해 보인다. 이상한 일들이 집 곳곳에서 일어나고, 가족들은 공포에 떨고 차츰 비밀이 드러나고 등등. <디 아워스>가 그랬고 <혼팅>이 그랬고 넓게 보면 <버닝> 같은 별장 공포영화들도 패턴이 비슷하다. 선배 공포영화들에 비해 <다크니스>는 공포 효과나 세팅에서 새로운
별장 공포의 차별화,<다크니스>
-
■ Story
해군 정신과 의사 제롬(덴젤 워싱턴)은 걸핏하면 주먹을 휘두르는 수병 앤트원(데릭 루크)을 환자로 받는다. 억지로 병원에 끌려온 앤트원은 할말이 없다고 선언하지만, 제롬은 그가 입을 열 때까지 끈기있게 기다린다. 마침내 앤트원은 불행한 과거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단 한번도 가족을 가져본 적이 없는 앤트원은 유일하게 의지했던 친구마저 잃은 채 홀로 세상에 던져졌다.
■ Review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몇년 동안 영화를 보고 울지 않은 적도 있지만, <앤트원 피셔>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했다. <앤트원 피셔>는 돌덩이가 아니라면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는 영화다. 상처투성이 어린 소년이 아버지 같은 남자의 도움을 받아 과거와 대면할 수 있는 성인으로 자라난다는 평범한 이야기. 그러나 <굿 윌 헌팅>의 흑인 버전처럼 낯익은 이 여로는 실화이며, 분노로 주먹쥐었던 바로 그 손끝에서 생명을 얻은 것이다. 소니픽처스 안전
소박하고 적당히 무게있는 영화,<앤트원 피셔>
-
■ Story
비키(서기)는 하오하오(투안춘하오)와 고등학교도 못 마친 채 동거 중이다. 나이트클럽 호스티스인 비키에게 알짜배기 백수 하오하오가 베푸는 사랑이라곤 의심과 질투뿐. 그를 떠나려 해도 그의 애원은 늘 비키의 발목을 붙잡는다. 우연히 만난 일본 형제를 따라 홋카이도의 유바리에도 갔다오지만 상황은 변함없다. 클럽 손님이었던 야쿠자 중간 보스 잭(잭 카오)은 이런 그녀를 사려 깊게 포용해준다. 하지만 하오하오의 집착도 만만치 않고, 잭은 조직사건에 말려 일본으로 돌아가게 된다. 비키는 잭의 메시지만 좇아 일본으로 건너간다.
■ Review
허우샤오시엔의 대표작 <비정성시>에는 “이토록 찬란한 청춘이 사라지면 어쩌나” 하고 자살했다는 메이지 시대 어느 젊은이의 에피소드가 소개된다. 찬란함의 쇠락을 못 견뎌 아예 생을 반납해버리는 낭만이 통용되던 시절은 오히려 아름다웠을지 모른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뭘 하려 해도 안 되던 20대를 “가장 한심하고 가장 찬란했던
추억과 미래가 뒤섞인 시간의 주름,<밀레니엄 맘보>
-
■ Story
조쉬와 씬은 시드니의 한 파티에서 마주친다. 런던에 거주하는 사진기자 조쉬(데이비드 웬햄)는 파티에서 만난 씬(수지 포터)과의 낭만적인 하룻밤을 상상한다. 의상디자이너인 씬 역시 외지에서 온 여행객과의 부담없는 섹스를 원한다. 경쾌한 육체의 거래로 시작된 둘의 관계는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자 감정이 끼어들며 불편해진다. 조쉬와 씬은 이제 사랑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곧 런던으로 돌아가야 하는 조쉬. 조쉬와 씬은 서로의 감정을 고백하지 못한 채 혼란스러워한다.
■ Review
자유로운 만남을 격려하는 낯선 곳에서의 로맨틱한 파티. 사진기자 조쉬는 시드니에서 만난 씬을 바로 그 기회가 허락한 흥미로운 상대쯤으로 여긴다. 책임과 관계의 부담감을 느낄 필요가 없을 외지인. 씬은 그렇게 지루한 일상에 찾아온 흔적 없을 기회라고 여기며 조쉬를 선택한다. ‘2일간 탈선이라, 내가 가는 것도 알고. 정말 입맛당겨.’ 조쉬는 그렇게 생각한다. ‘재미있겠어. 귀찮게
다른 방식의 로맨틱코미디,<베터 댄 섹스>
-
-
■ Story
때는 일제시대. 경성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정신이상자가 되어 귀향한 영진(노익현)은 일본 순사나 그 앞잡이들만을 골라서 골탕먹이는 기행으로 소작농 아버지의 근심을 산다. 누이 영희(황신정)는 대학생 현구(이필모)와 사랑하는 사이이지만 악덕 지주의 아들 기호(최대원)가 치근대는 바람에 괴로워한다. 기호가 영희를 겁탈하려 하자 영진이 낫을 들어 살인을 저지른 뒤 정신이 돌아온다.
■ Review
나운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아리랑>을 리메이크한다…. 국가적인 기념 사업이라면 도리어 때늦었다 하겠지만 민간인 제작자(이철민)가 상업영화의 지형 안에서 이런 일을 한다는 것은 다소 어리둥절한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관객 입장에서는 상당히 흥미로운 영화적 체험을 하게 되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고 무엇보다 <아리랑>이 지난 80여년 동안 항일 혹은 민족주의를 호소하려는 모든 드라마와 영화에 원형적인 내러티브를 제공해왔기 때문
낯선 형식의 체험,<아리랑>
-
■ Story
시온이 컴퓨터 군단에 장악될 위기에 처하고, 네오, 트리니티, 모피어스는 예언자 오라클의 도움을 얻어 매트릭스의 심장부로 향한다. 그 방으로 안내할 키메이커의 행적을 찾아낸 이들은 키메이커를 데리고 신출귀몰한 악당 트윈스와 매트릭스 요원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탈출구가 제한된 고속도로로 들어선다.
■ Review
날아가는 총알과 격투의 한순간을 합성했던 ‘불렛 타임’, 그리고 트리니티의 발차기를 360도 회전으로 보여주던 ‘멋진 신세계’의 행진이 멈칫거린다. 14분의 고속도로 추격신은 놀라운 액션이고, 100명의 복제된 스미스 요원과 벌이는 네오의 격투신은 재밌는 액션이다. 그러나 전편처럼 액션의 패러다임을 충격적으로 바꿀 것 같지는 않다.
두배 이상 들어간 제작비는 감춰진 인간들의 도시 ‘시온’을 거대하게 구현했다. 그러나 3분의 1가량의 초반부를 장식하는 시온장면은 지리하리만치 전형적이다. 동굴 광장을 가득 메운 다인종 인간들이 난교를 방불케 하는 관능적인
철학하는 액션블록버스터,<매트릭스2 리로디드>
-
■ Story
1957년 코네티컷 하트포드. 이곳에서 모범적인 여성으로 평판이 높은 캐시(줄리언 무어)는 남편과 두 아이들과 함께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다. 늦게까지 일하고 있는 남편 프랭크(데니스 퀘이드)를 위해 도시락을 싸들고 남편의 회사를 방문한 캐시는, 한 남자와 애무를 나누고 있는 남편을 발견하고는 충격에 빠진다. 프랭크는 캐시의 충고를 받아들여 정신과 치료에 응하기로 한다. 하지만 프랭크는 자신의 동성애적 욕망을 끝내 억제하지 못한다. 한편 캐시는 그녀의 집 정원사였던 죽은 아버지를 대신해 정원을 가꾸고 있는 흑인 레이몬드(데니스 헤이스버트)에게 호감을 갖게 되는데, 이웃의 사람들은 캐시와 레이몬드의 관계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악의적인 소문을 흘린다.
■ Review
다행스럽게도, 아주 가끔은 우리에게도 이런 영화와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 매우 지적이고 아름다운 영화 <파 프롬 헤븐>은, 의심의 여지없이 올해 우리가 스크린을 통해 이제까지 접할
황홀하도다,고전적 우아함의 극치!<파 프롬 헤븐>
-
<이른 여름,수퍼맨>
국도를 달리는 시외버스. 엄마와 함께 버스를 타고 가는 어린이에게 버스 안의 풍경은 적적하고 밖의 풍경은 단조롭다. 문득 창 밖으로 스쳐가는 빨간 물체. 뭘까? 슈퍼맨이다! 짜리몽땅한 슈퍼맨은 유리창 밖으로 나란히 날며 아이를 위해 즐거운 한순간을 선물한다.
아스팔트 지평선 위에서 달음박질쳐오는 슈퍼맨의 이미지로 시작한 영화는 소풍놀이라도 예고하는 듯한 경쾌하고 단순한 음악과 함께 시외버스 안의 한 여자아이에게 집중한다. 그런데 문득 창 밖으로 무서운 얼굴 하나가 나타난다. 밀짚모자에 흰색 러닝셔츠만 입은 채 자전거를 탄 아저씨의 얼굴은 거무스름한 수염으로 덮여 있기까지 하다. 아이는 놀라 움츠러드는 반면 창쪽으로 시선을 돌린 엄마는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 시시해하는 얼굴이다. 바로 이 순간은 이후에 펼쳐질 황당한 상상의 출발점이다.
그러고도 영화는 한참 동안 차창 밖 풍경을 나열한다. 산과 하늘색 하늘, 흰구름이 큼지막하게 얹혀 있는, 아이의
[단편 Review] <이른 여름,수퍼맨> <노을소리>
-
■ Story
임무 수행 도중 파트너를 잃은 LA 경찰 행크(스티브 존)는 범인을 향한 증오와 분노를 다스리지 못한다. 한편 경찰학교에서 쫓겨난 퇴학생 얼(마틴 로렌스)도 상태가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얼과의 악연, 어처구니없는 오해로 불명예 퇴직한 행크는 수개월 뒤, 사설 경비업체 ’내쇼날 시큐리티’에서 얼을 다시 만난다. 밀수조직의 음모를 알아차린 이들은 함께 팀을 이루지만, 사사건건 부딪히기만 한다.
■ Review
데니스 듀간은 시류를 잘 타는 코미디 감독이다. 한때는 <해피 길모어> <빅 대디> 등 덜 떨어진 캐릭터의 성장기(성공담)로 폭소를 자아냈고, 섹스코미디가 유행일 때는 막가파 화장실 유머를 구사한 <악마 같은 그녀>를 내놓았다. 그러더니 이번엔 9·11 이후 부활하고 있다는 경찰 소재 영화를 택했다.
물론 그건 소재의 얘기일 뿐,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코미디다. 미더운 경찰 캐릭터의 활약상과는 거리가 멀다. 하나는 ‘
우연과 비약의 액션코미디,<내쇼날 시큐리티>
-
■ Story
한 조직의 보스가 로마에서 살해된다. 용의자는 뛰어난 무공을 지닌 여성 킬러. CIA는 그녀를 붙잡아 배후의 인물인 마담 M의 소재를 파악하려 하지만 실패한다. M은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지 못한 킬러를 총으로 쏘아죽이고 이내 잠적한다. 한편, CIA 요원인 잭 찬(오언조)은 M이 사라진 이후, 연이어 발생하는 여자아이 납치사건에 주목한다.
■ Review
킬러인 그녀(들)는 ‘몸’이 무기다. 철통 같은 경호도 그녀(들) 앞에선 번번이 뒤통수를 맞는다. 혹시 무기를 소지하고 있지 않을까, 맨살이 들여다 보이는 드레스까지도 들춰보지만 별 수 없다. 그녀(들)가 유유히 침실을 빠져나오는 순간, ‘빅 브러더’들의 숨통은 이미 끊어져 있으니까. 성적으로 어필한 뒤, 무력으로 제압하는 ‘육탄공격’이 특기인, 킬러 샬린(매기 큐)과 캣(안야)을 투톱으로 내세운 <네이키드 웨폰>은 ‘섹스와 폭력’이라는 광맥을 노골적으로 겨냥한 홍콩영화다.
전반부는 샬린과 캣
<매트릭스>의 강박증? <네이키드 웨폰>
-
■ Story
토론토에 살고 있는 부유한 인도인 가족의 장남인 라훌(라훌 칸나)은 착한 인도인 신붓감을 찾아야만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여동생의 결혼식도 미뤄질 거라는 이야기를 어머니로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고민하던 라훌은 클럽에서 수(리사 레이)라는 매력적인 여성을 만나고 그녀에게 약혼녀 행세를 해달라며 일종의 ‘계약’을 맺는다.
■ Review
과감하게도 지금 이 세상에서 그 위용이 가장 대단하다는 두 ‘영화제국’의 이름을 제목에 갖다붙인 <발리우드 할리우드>란 이 영화에서 우리가 처음으로 가질 법한 인상이라면 아마도 이런 것일 게다. ‘영화의 정형이란 걸 마련해준 할리우드식 영화와 할리우드의 기준으로 보자면 전혀 영화적이지 않다고 하는 발리우드식 영화의 만남을 보여주려는 영화인가? 그렇다면 그것 꽤 흥미롭겠는걸.’ 우선 결과를 따지지 않고 이야기한다면, <발리우드 할리우드>는 그 의도하는 바에서 우리의 이런 짐작에 부합하는 영화이고 그런 만큼 독특한
범용한 로맨틱코미디,<발리우드 할리우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