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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노처녀 요가 선생 애비(마돈나)와 게이인 로버트(루퍼트 에버렛)는 터놓고 신세한탄을 할 수 있는 절친한 친구 사이. 어느날 남자친구가 떠나가자 상심한 애비는 로버트와 함께 술을 마시며 상심을 달래다 하룻밤을 함께 보낸다. 몇주 뒤 임신양성반응이 나온 애비는 날짜를 계산해보고 로버트가 아이의 아빠임을 알게 된다. 아이를 낳을 테니 아빠 노릇을 해달라는 애비의 제안을 로버트는 받아들이고, 몇년 동안 아들 샘의 아빠 역할을 훌륭히 해낸다. 어느날 요가 강습소에 뉴욕에서 출장온 사업가 벤(벤자민 브랫)이 나타나고, 그와 사랑에 빠진 애비는 결혼을 결심한다. 하지만 샘을 누가 키울 것인가. 애비와 로버트는 서로 자기가 키우겠다며 싸우다 법정소송을 하기에 이른다.■ Review ‘로맨틱코미디’로 포장했지만 <넥스트 베스트 씽>은 그다지 로맨틱하지 않고, 코믹한 대사가 꽤 많을 뿐 사건들은 오히려 비극적이다. 시작은 로맨틱코미디처럼 한다. <내 남자친구의 결
넥스트 베스트 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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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마약반에 배속된 신출내기 형사 호이트(에단 호크)는 고참형사 해리스(덴젤 워싱턴)의 전화를 받고 집을 나선다. 해리스는 호이트를 데리고 LA 거리의 이곳저곳을 누비는데, 범죄소탕엔 영 관심이 없고 압수한 마약을 피우도록 강요하는가 하면 범죄자들의 돈을 빼앗아 챙겨넣기도 하는 해리스의 태도가 호이트에겐 영 이해되지 않는다. ■ Review 다소 속된 표현을 빌려 말을 시작하자면, 이른바 ‘초짜’들의 눈에 비친 ‘선수’들의 세계는 종종 음험하고 거칠다. 하지만 거의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해 보이는 그들만의 게임의 규칙은 그저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기에는 너무나도 강한 매력을 내뿜곤 한다. 남들 몰래 당신의 손에 건네진 한장의 패는 순식간에 게임의 판도를 바꿔놓을 수도 있지만 당신에겐 그걸 써먹을 용기가 없다. 그래 이 패를 내게 건네준 이가 누굴까 하고 고개를 뒤로 돌리는 순간, 당신은 흠칫 놀라게 된다.이렇게 말했다고 해서 <트레이닝 데이>를 도박영화로 생각한
트레이닝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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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이탈리아 소도시에서 정신분석의 조반니(난니 모레티)는 아내 파올라(로라 모란테), 아들 안드레(주세페 산펠리체), 딸 이레네(야스민 트린카)와 오붓하게 살아가는 중산층 가장. 어느날 아들 안드레가 스쿠버다이빙을 갔다가 사고로 죽는다. 이때부터 남은 세 가족은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힘들 만큼 고통스런 슬픔에 빠져든다. 우연히 알게 된 아들의 옛 여자친구가 이들에게 작은 생기를 불어넣는다.■ Review 아들이 사고로 갑자기 죽었다. 남은 가족들은 깊은 슬픔에 잠긴다. 그러다 서서히 슬픔을 이길 힘을 찾아간다. 이건 슬프지만 범상한 이야기다. 너무 많은 영화들이 너무 많은 죽음을 선사해왔다. 이 영화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면 좀 의외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평범함은 작가의 비범함 때문에 훨씬 풍부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의 평범함은 적어도 평범함에의 회귀나 평범함의 성찰로 수용되는 것이다.<아들의 방>은 난니 모레티라는 감독의 존재감이 후
아들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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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창진운수 택시기사 해곤(김해곤), 학락(최학락), 준형(조준형)은 일이 끝나면 함께 치킨집에 모여 생맥주를 마시며 하루의 피로를 푸는 친구들이다. 별볼일없는 30대 아저씨인 그들에게 자랑거리란 베트남 참전용사였던 삼촌 이야기 혹은 대학 나온 티를 내는 것이다. 어쩌다 유한마담한테 걸려 하루 일을 제쳤다면 더할 나위 없는 일이고. 어느날 회사 상무가 택시기사들의 돈을 떼어먹고 도망가는 사건이 생긴다. 식사 때마다 공기밥만 추가해 먹으며 한푼두푼 저축해 모은 1500만원을 떼인 준형은 앞이 캄캄해진다. 그는 학락에게 일생 한번만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가 되자고 제안한다.■ Review 데뷔작 <걸어서 하늘까지>부터 98년작 <남자의 향기>에 이르기까지 장현수 영화는 언제나 가파른 신분상승의 드라마와 음험한 범죄세계의 질서가 충돌하는 내용이었다. 남자는 그녀를 위해 죽음과 맞서지만 사랑은 끝내 이뤄지지 못하고 관객은 눈물을 떨어뜨리며 극
라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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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컨텐더스>라는 가상의 TV쇼가 있다. 복권추첨처럼 뽑힌 출연자들은 단 한명 살아남을 때까지 서로 죽여야 한다. <시리즈7>은 <컨텐더스>의 7번째 시즌 방영분이라고 거짓말을 하는 가짜 다큐멘터리다. 지난회까지 10명을 죽인 주인공 돈(브룩 스미스)은 임신 8개월 된 여인이다. 그녀는 이번 회에 새로 뽑힌 경쟁자 5명과 대결을 벌여야 한다. “오직 배 속에서 숨쉬는 아기를 위해 죽인다”는 그녀가 챔피언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Review <시리즈7>은 다큐멘터리처럼 찍은 극영화이다. 무작위로 출연자를 뽑아 서로 죽이는 걸 생중계하는 TV 프로그램이 있다면 어떨까? 출연자에겐 총기가 주어지고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게임의 룰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상관없다.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시청률은 오른다. 엔딩을 예측할 수 없는 살인게임을 보여주는데 누가 채널을 돌리겠는가? <시리즈7>은 이 TV 프로그램
시리즈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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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유능한 광고제작자 버디(벤 애플렉)는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그렉(토니 골드윈)과 자신의 비행기표를 바꾸게 된다. 그러나 버디를 대신해 LA행 비행기에 탑승한 그렉은 비행기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다. 깊은 죄책감에 시달리던 버디는 그렉의 가족들의 안부를 살피려는 목적으로 부동산 중개업자인 그렉의 미망인 애비(기네스 팰트로)에게 접근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그녀와 가까워진다. 애비에게 사랑을 느낄수록 버디의 죄책감은 커져만가고 그녀에게 사실을 말하려던 일조차 점점 어렵워진다.■ Review공을 튀길 때나 덤블링을 할 때, 혹은 침대 위에서 뛰어놀 때 느껴지는 탄력있는 솟아오름, 그것이 ‘바운스’라는 단어의 의미이다. 물론 이 영화는 위의 세 가지 경우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영화는 심리적 바운스, 즉 사랑을 잃어버리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의 우울한 기분이 어떻게 해서 원위치, 추락하기 전의 명랑했던 상태로 다시 되돌아오는가의 과정을 그린다.아이러니한 것은 버디와 애비의 관계. 두
바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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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파리에 온 젊은 작가 크리스티앙(이완 맥그리거)은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방 위층에 살고 있던 난쟁이 화가 툴루즈 로트렉(존 레기자모) 및 그의 보헤미안 친구들과 교류하게 된다. 로트렉을 따라 방문한 춤, 열정, 낭만, 그리고 환락의 공간인 물랭루주에서 크리스티앙은 젊은 댄서이자 창부인 샤틴(니콜 키드먼)을 만나 한눈에 반한다.■ Review 한동안 할리우드 뮤지컬은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나 몇몇 작가들의 성공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기획들에서 근근이 명맥을 유지해왔다. 뮤지컬의 매력이 현실적인 것이 아니라 장르 자체가 형성한 자족적이고 꿈 같은 세계로 관객을 이끄는 데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리하여 바즈 루어만은 마틴 스코시즈의 <뉴욕 뉴욕>이나 밥 포스의 <올 댓 재즈>에 나온 자의식 강한 주인공들 대신 고전 뮤지컬의 인물들을 내세워 삼각관계 구도를 만든다. 이들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놓고 그들이 공연하는 극과 현실 사이를 오가며 내기를 벌
물랑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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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2차대전 말 일본군이 점령중인 중국의 작고 외딴 마을. 과부 유아(장홍보)와 사랑을 나누고 있던 늙은 총각 마다산(장원)의 집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이 일본군 포로 두명을 맡기며, 자신이 다시 찾으러 올 때까지 잘 감시하고 있으라며 떠난다. 포로의 신상에 무슨 일이 생기면 책임을 묻겠다는 위협과 함께. 일본군의 눈 피하랴 죽여달라는 포로 달래랴, 상처 치료하고 비싼 밥 먹여주랴, 마다산과 마을사람들은 탈진할 지경이다. 6개월이 지나도 괴인이 다시 오지 않자 포로를 죽이려 하지만 그나마 실패한다. 마침내 포로는 마을사람들과 합의를 맺는다. 일본군에 인도하면 자신들이 마을에 식량 두 수레를 보상하겠다는 것. 그러나 이때부터 사건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Review 어느 학자의 말대로 역사가 시체의 산을 넘어 달려가는 마차라 해도, <귀신이 온다>의 무대인 중국의 외딴 강촌 사람들은 피의 수레바퀴를 피할 수도 있었다. 적어도 정체불명의 괴인이 일본
귀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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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나이트클럽에서 연주하는 남성 4인조 밴드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불경기로 인해 한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출장 밴드를 전전한다. 팀의 리더 성우는 고향에 오는 것이 탐탁지는 않지만 수안보의 와이키키 호텔에서 일자리를 얻어 팀원들과 귀향한다. 성우는 고교 시절 밴드를 하며 꿈을 나눴던 친구들과 재회하지만, 어느새 친구들은 찌든 생활인으로 변해 있다. 이 와중에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맴버 강수는 여자 문제로 정석과 다투고 약물에 취해 살다 팀을 떠난다. 밴드는 해체 위기에 놓이고, 성우는 첫사랑이었던 인희를 만나지만 선뜻 그녀에게 손을 내밀지 못한다.■ Review그들은 더이상 바다로 나아가지 못한다. 신나는 드럼소리에 맞추어 ‘컴 백’을 부르던 친구들은 고작 노래방 기계음에 몸을 실고 ‘세상만사 무슨 일이 뜻대로야 되겠소만’이라며 반체념조의 노래를 불러젖힌다. 한때는 대한민국의 비틀스를 꿈꾸던 친구들은 지금은 목욕탕에 들어온 너훈아를 보는 일이 최고의 연예인 접견이 돼버렸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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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관찰관(방은진) 감시하의 전기수리공 민규(박정철)는 전봇대에 붙은 사람찾는 전단을 떼어 인터넷에 올리는 습관이 있다. 다혜(최유정)는 그가 일하는 구역에 살고 있는 매춘여성. 퇴행성 시력으로 서서히 앞이 어두워지는 그녀는 어릴 적 집을 나간 남동생을 찾기 위해 전단을 전봇대에 붙인다. 자꾸만 전단을 뜯어가는 사람을 잡으리라 벼르던 다혜는, 그를 잡고 얼마 뒤 그와 연인이 된다.■ Review쌀쌀한 날씨에 어울릴 만한 따뜻하고도 애달픈 사랑을 그리려 했던 걸까. <우담바라> <절대사랑> <똑바로 살아라> 등의 조감독을 거쳐 연출 데뷔를 하는 김정식 감독의 <잎새>는 언뜻 상투적인 멜로로 보인다. 힘든 삶을 사는 남녀가 만나 서로에게 마음을 의지하고, 처음으로 자신을 포근히 보듬어주는 사람을 위해 결국은 스스로를 희생한다는 이야기. “양지보다는 음지쪽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순수한 사랑을 그려내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
잎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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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파리의 풍차 카페에서 일하는 아멜리에 풀랭(오드리 토투)은 어딘지 남다른 아가씨. 무뚝뚝하기 짝이 없는 아버지와 신경과민인 어머니 사이에서 심장이 약하다는 오해를 받아 집에서만 자란 그녀는 고립된 성장기를 보냈다. 학교도, 친구도 없이 자신만의 상상 속에 은신해온 그녀의 일상은, 스물넷의 여름 뜻밖의 사건으로 출렁인다. 욕실 벽에서 40년 묵은 보물상자를 발견한 아멜리에는 남몰래 주인에게 상자를 전하고, 그의 반응에 보람을 느껴 선행을 계속하기로 맘먹는다. 어머니가 죽은 뒤 더욱 폐쇄적으로 살아가는 아버지, 헤어진 사랑에 집착하는 카페 손님 조셉과 잔병치레에 시달리는 동료 조제트 등 주변 사람들의 행복을 찾아주는 일을. 그리고 지하철역에서 즉석사진 부스에 버려진 사진들을 수집하는 니노(마티외 카소비츠)와 마주친 순간, 낯선 두근거림이 다가온다.■ Review뜻밖에도, 장 피에르 주네의 이상한 나라에서 날아온 또 하나의 초대장 <아멜리에>는 화사한 동화다. 갓
아멜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