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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 포세 지음 /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펴냄
얼마 전 아내를 떠나보낸 노르웨이의 어부 요한네스의 아침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다. 침대에서 애써 몸을 일으켜 담배를 피우고 커피를 끓이고 빵에 치즈를 곁들여 먹은 다음 바다와 바람이 기다리는 집 밖으로 나선다. 산책할까 아니면 배를 타고 나가 낚시할까 생각하며 흐린 날씨를 배경으로 한 노인이 느리게 움직이는 고요한 풍경이, 마침표 없이 이어지며 밀어붙이는 문장으로 어딘지 불안하게 다가온다. 모든 것이 어제와 같고 그저께와도 같은데 요한네스는 무언가 다르다고 느낀다. 그 이유는 요한네스 본인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것도 안다. 이미 죽은 줄 알았던 친구 페테르를 만나 배를 타기도 하고, 게를 잡아 시내로 가서 젊은 시절의 데이트를 반복하기도 한다. 온 세상 사물이 너무나 무거우면서도 한편으로 가볍게 느껴지는 이 기이한 감각과 무언가에 홀린 듯한 경험이 어떤 저녁으로 향하는지는, 사실 소설의 시작이 알려주었다. 모든 아기가 그렇듯 요한
씨네21 추천도서 - <아침 그리고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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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지음 / 창비 펴냄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중 3권에 달하는 교토편의 핵심 내용을 추려 <여행자를 위한 교토 답사기> 한권으로 출간되었다. ‘여행자를 위한’이라는 말에 걸맞게 주요 관광지 중심으로 목차가 구성되었는데, 유명 여행지를 문화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돕는 유홍준의 설명이 든든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건 일본에서도, 교토에서도 마찬가지다. 교토 여행은 유명한 절과 정원을 빼놓을 수 없는데 정원이 왜 유명한지를 짚고 넘어가는 대목이 3장에서 나온다. 한국 여행자들이 자주 찾는 절 중에서 정원으로 유명한 천룡사(덴류지), 용안사(료안지), 계리궁(가쓰라 이궁)을 비롯한 장소가 소개된다. 아라시야마의 명소 천룡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사찰로 일본 특별명승 및 사적 제1호로 지정된 정원이 있는 곳이다. 몽창 국사는 이름난 정원 설계가(작정가, 作庭家)인데, 그는 천룡사 준공에서도 큰 역할을 했으며 창건 후 줄곧 주지로
씨네21 추천도서 - <여행자를 위한 교토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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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를 위한 교토 답사기> - 유홍준 지음
<아침 그리고 저녁> - 욘 포세 지음
<육교 시네마> - 온다 리쿠 지음
<찰스 밍거스-소리와 분노> - 진 샌토로 지음
<쿄코와 쿄지> - 한정현 지음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10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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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미 지음 / 창비 펴냄
최은미는 장편소설 <마주>의 ‘작가의 말’에 이렇게 쓴다. “언제부턴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거나 새 인물을 구상할 때면 그의 2020년을 먼저 생각해보는 습관이 생겼다.” 2020년에 무슨 일이 있었더라. 무슨 일이라니, 코로나19 바이러스로 국경이 봉쇄되고, 집합 시설이 문을 닫아야 했으며, 사람이 사람에게서 거리를 둬야 한다고 캠페인을 하던 팬데믹이 바로 2020년이잖아. 일어나면 오늘의 확진자 수부터 확인했던, 바이러스가 일상 그 자체였던 시기를 왜 이토록 빨리 잊었나. 서로를 배제하고, 감염자의 동선을 뉴스로 세세히 보고받으며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는 민폐인을 낙인 찍기 바빴던, 공동체가 나서서 타인을 지옥처럼 여기라 강요했던 때. <마주>의 나리는 이런 사람이다. 바쁜 부모를 대신해 ‘만조 아줌마’의 돌봄을 받았던 어린 시절을 지금도 가끔 떠올리는 30대 기혼 여성, 은채의 엄마이고, 남편 오종수의 아내, 캔들공방을 운영하
씨네21 추천도서 - <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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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런 코벤 지음 / 부선희 옮김 / 비채 펴냄
할런 코벤은 충격적이라 인상적인 오프닝을 쓰는 데 재능이 있다. <네가 사라진 날>의 도입부. 뉴욕 센트럴파크의 스트로베리 필즈의 벤치에 앉은 사이먼은 심장이 산산조각 나는 고통을 겪고 있다. 그는 과거를 추억하고 있다. 자신의 세 아이들인 페이지, 샘, 애니아를 데리고 산책을 다니던 길이다. 갖은 장난을 치던, 혹은 온갖 상상을 펼쳐내던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을 지켜보던 아내. 넥타이를 맨 양복 차림의 사이먼은 멀지 않은 곳에서 연주하는 비틀스의 곡을 듣고 있다. 길거리 음악가라기보다는 부랑자나 떠돌이로 보이는 사람이 원곡을 무시하고 부르는 노래. 깡마른 체격에 누더기를 걸친, 더럽고 망가지고 오갈 데 없는 길 잃은 여자가. 이 장면은 이런 문장으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사이먼의 딸 페이지기도 했다.”
할런 코벤은 <네가 사라진 날>의 출간 기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누군가가 죽는 이야기보다
씨네21 추천도서 - <네가 사라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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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제 지음 / 문학동네 펴냄
<낮은 해상도로부터>는 서이제의 소설집이다. 세상의 북적이는 구석구석의 장면들이 고해상도로 포착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벽과 선을 넘는 플로우>에서 벽을 때리는 이웃의 소음에 시달리는 첫 장면부터가 그렇다. 소음? 랩이다. 시도 때도 없이 들이닥치는 랩은 소음이 된다. 옆집에 쪽지를 쓴다. 힙합으로 썼다. 매드클라운의 <Flowdown>(feat. 화나 & 탁 of 배치기)에서 인용했다. “그 잘난 이빨 갈아봤자 너는 겨우 다람쥐.” 써놓고 보니 다람쥐는 너무 귀엽고, 다람쥐 하니까 도토리가 생각났고, 도토리 하니까 미니홈피 생각이 나고. 쿵 쾅쾅. 그리고 깨닫는다. 지금 페이퍼를 써야 하는데 백지일 뿐인 페이퍼가 한숨과 두려움의 원천임을. 생각은 흘러흘러 한국문학이란 무엇일까에 닿는다. 쿵 쾅쾅. 생각은 흘러흘러, 쿵 쾅쾅! 한국 힙합의 랩 가사들이 곳곳에 각주 표시되어 등장하는 이 소설은 결국 힘 빠
씨네21 추천도서 - <낮은 해상도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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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규 지음 / 나비클럽 펴냄
대림동 수정커피호프, 2022년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2043년 화성 마오 기지로 옮겨갈 때, 문득 ‘옴니버스 소설인가?’라는 형식에 대한 의문이 둥실 떠오른다. 이내 주인공 이름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동일한 인물들이 다른 시공간에서 겪는 사건임을 깨닫게 된다. 사실 대림동과 화성에서 만나는 ‘씨엔’과 ‘미’의 이름이 서로 달랐을지라도 이들은 같은 온도를 지니고 있다. 성격과 말투, 계급조차 다르지만 씨엔의 이름이 등장하기 전까지 이 화자가 앞선 대림동의 거친 남성과 같은 사람임을 독자가 예상케 하는 감정의 연결선이 기저에 깔려 있다. 답답한데 어디로 나가면 좋을까, 이 항변을 어느 광장에 나가 누구와 외치면 좋을까. 뉴스를 볼 때마다 조여드는 갑갑함에 부대끼는 현실 속에서 김형규의 소설은 노동자와 가난한 자, 외국인 노동자와 비정규직 인물들을 촘촘하게 그려낸다. 노동자 스스로 자신을 노동자로 부르기보다는 직장인이라 불리길 원하는 세상에서 그의 소설을
씨네21 추천도서 - <모든 것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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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이주혜,전하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문학과지성사가 분기마다 세편의 소설을 선정하는 시리즈 <소설 보다>의 가을 2023 버전이 출간됐다. 김지연의 <반려빚>은 빚을 반려동물처럼 여기는 주인공에게서 착안한 제목이다. 반려빚이라니, 처음엔 빛을 잘못 읽은 줄 알았다. 정현은 전 애인에게 빌려주고 받지 못한 돈을 포함해 총 1억6천만원의 빚을 떠안고 있다. 꿈속에서 정현은 반려빚과 함께 산책도 나간다. 물론 목줄을 쥔 쪽은 반려빚이다. 현실에서도 정현은 종일 돈 생각만 하고, 대출 이자에 허덕이느라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 사먹지 못한다. 빌려준 돈도 갚지 않고 다른 사람과 결혼해버린 주제에 오랜만에 찾아와 “나 너희 집에서 지낼게”라고 요구하는 서일에게 화조차 내지 않는 정현이 구제 불능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왜일까. 정현에게 빚을 떠안긴 서일 역시 전세 대출 사기의 피해자이기 때문일까. 정현은 빚을 다 갚고 대출금이 0이 되고서야 플러스도 아닌 제
씨네21 추천도서 - <소설 보다: 가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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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하 지음 / 메이킹북스 펴냄
일상생활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평상시의 생활이라고 한다. 평상시는 특별한 사건이 없는, 보통 때를 가리킨다. <단 하루의 부활>은 그리 특별하지 않은 일상 풍경으로 시작하는 네 편의 단편집이다. 첫 단편 <단 하루의 부활>은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는 아버지의 이름으로 휴대전화에 전달된 스미싱 문자로 시작한다. 다들 이런 사기 문자를 한 번쯤 받아보았을 것이고, 링크를 누르면 큰일 난다는 것도 알 것이다. 그렇지만 보낸 상대가 아버지 이름을 하고 있어서, ‘나’와 엄마는 마음이 흔들린다. 또 다른 단편 <할머니의 방황>은 오랜 세월 살아온 집을 재개발 때문에 넘기고 이사한 할머니가 마음에 드는 새 교회를 찾지 못해 이 교회 저 교회 시험 삼아 가보며 방황하는 이야기다. 재개발이나 교회 찾기 또한 그리 특별한 것은 없다. 그런데 자식과 손주가 할머니의 교회 길에 함께 가주어야 하는 이유는, 할머니가 교회 지인의 아들
씨네21 추천도서 - <단 하루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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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준 지음 / 을유문화사 펴냄
‘생활명품’이란 직접 사용해서 고른, 일상의 유용하고 아름다운 물건을 뜻 한다. 일상이 소중하다면 그 일상을 채우는 흔한 물건부터 잘 골라서 써야 하지 않겠느냐고 저자는 말한다. 아마 자취를 좀 했거나 살림을 맡아본 적 있다면 쉽게 동의하리라. 책에는 장보기 목록에 올려둘 법한 물건이 잔뜩 실려 있다. 이미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바 있는, 택배 상자 전용 커터 ‘트로이카’는 아무래도 사야 할 것 같다. 계란찜을 맛있게 만들 수 있다는 ‘실룩실룩’ 실리콘 찜기는 지금 쓰는 도구를 버릴 때가 되면 사봐도 좋겠다. 콧수염 가위 브랜드 ‘카이’는 여성들에게는 눈썹 칼로 유명한 브랜드다.
비싸지만 언젠가는 사고 싶은 제품도 있다. 어느 재벌가 회장이 입어서 유명해진 캐나다의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 재킷은 재봉선이 꼼꼼하고, 산에 가나 콘서트홀에 가나 어색하지 않은 디자인이라고 한다. 매끄러운 핸들링으로 유명한 유아차 브랜드 ‘부가부’에서 바퀴 잘
씨네21 추천도서 - <윤광준의 생활명품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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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준의 생활명품 101> _ 윤광준 지음
<단 하루의 부활> _ 김서하 지음
<소설 보다: 가을 2023> _ 김지연, 이주혜, 전하영 지음
<모든 것의 이야기> _ 김형규 지음
<낮은 해상도로부터> _ 서이제 지음
<네가 사라진 날> _ 할런 코벤 지음
<마주> _ 최은미 지음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9월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