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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 마리스> - 코맥 매카시 지음
<밤은 부드러워, 마셔> - 한은형 지음
<소설 보다: 겨울 2023> - 김기태, 성해나, 예소연 지음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 - 이주혜 지음
<불> - 마리아 푸르셰 지음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12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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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 김미정 옮김 / 을유문화사 펴냄
수년에 걸쳐 거슬리는 인간들을 차례로 죽이고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으며 상황에 따라 거짓말을 능수능란하게 한다. 이런 사이코패스를 독자가 응원할 수 있을까. 그가 주인공이고 그의 내면의 지도를 상세히 제시하면서도, 독자가 사이코패스를 미워할 수만 없도록, 심지어 그의 범죄 행각이 아슬아슬하게 드러날 상황이 되자 그가 상황을 무사히 피해가도록 응원까지 하게 만드는 놀라운 전개.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는 사이코패스 톰의 어두운 영혼으로 향하는 계단 층의 높이를 서서히 높여가며 독자가 그에게 동화되도록 만든다. 살인 후 덤덤하게 시체를 처리하고 감흥조차 갖지 않는, 도덕심은 없지만 미식가이고 탐미적인 취향을 가진 복잡한 톰의 내면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한 적도 없건만, 우리는 언제부턴가 톰의 시선으로 그를 둘러싼 사회와 고급 취향의 집 안 정경을 바라보게 된다. 이는 톰 리플리가 거짓말로 올라탄 계급 사다리를 투영하기도 하며, 그
씨네21 추천도서 - <리플리 5부작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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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세 준코 지음 / 허하나 옮김 / 문학동네 펴냄
일을 잘하는 사람이 있고, 못하는 사람이 있다. 조직 안에서 어떤 사람에게 일이 몰릴까. 일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업무의 경계가 불투명해서 정확히 구획을 나누기 어렵다. 그런데 문제는 일을 못하거나 일을 안 하려 하는 사람이 있을 때, 그 사람의 업무까지 다른 사람이 하게 된다는 것이다. 교실에서 부족한 아이, 월등한 아이가 있어 서로 협동심을 쌓아 사회로 나가는 것은 훈훈하겠지만 그게 회사라면 경우가 다르다. 민폐 직원은 누군가의 시간을 빼앗는 것이고, 그 결과가 고가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불공정한 것으로 취급받는다. 또 이런 질문도 있다. “일을 잘하지만 성격이 나쁜 동료, 일은 못하지만 성격이 정말 좋은 동료. 당신이라면 누구와 일하겠습니까?” 일터에서 밥을 먹고 잡담을 나누고 야근을 하고 회식을 하는, 그 시간의 일들을 ‘작가가 내 회사 생활을 들여다봤나’ 싶게 쓴 것이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기를>이다. 식사
씨네21 추천도서 -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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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버라 리비 지음 / 권경희 옮김 / 비채 펴냄
“내 꿈은 끝났다.” 최우등으로 대학을 졸업했고 석사과정으로 성취가 이어졌으나 로즈가 병이 나 박사과정을 중도탈락하면서 꿈은, 끝났다. 로즈는 주인공 소피아의 어머니인데 ‘간헐적 다리 마비’라는 원인 불명의 통증으로 걷지 못한다. 아버지가 그들을 떠난 뒤, 로즈는 소피아를 위해 살아왔다. 집을 저당잡힌 그들은 스페인 남부의 고메즈 클리닉에서 다리 통증 치료를 위해 애쓴다. 이 신비한 클리닉은 무엇을 하는지 알기 어려운 곳으로(고메즈가 돌팔이는 아닐까 우리는 의심하게 된다), 소피아와 로즈는 해변 별장을 빌려 지낸다. 소피아는 그곳에서 후안, 그리고 잉그리트와 성관계를 갖는다. 잉그리트는 소피아에게 “사랑받는”이라는 글자를 수놓은 옷을 선물하는데, 이 글씨가 사실은 “머리 잘린”이라는 뜻임을 소피아는 뒤늦게 깨닫는다. “내 실크 톱에 수놓인 ‘사랑받는’은 유로라는 단어보다 내 삶을 더 많이 바꿨다. ‘사랑받는’은 무대 한가운데에 꽂히
씨네21 추천도서 - <핫 밀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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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말이 통하는 누군가를 사회생활에서 만나면 반가울 것이고 마음을 터놓고 싶을 것이다. 관계는 서로 주고받는 능동적 행위의 연속이라, 어느 순간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일이 생긴다. 그렇게 관계가 갑자기 끝나버릴 수도 있다. 있을 수 있는 일이고 받아들여야 할 일이지만, <자전거와 세계>의 주인공에게는 그리 쉽지 않다. 한때 친밀했던 동료가 갑자기 냉랭해져 애가 타고, 또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할머니가 뭔가 속이는 듯한 모습을 보여 혼란스럽다. 그렇지만 직장에서는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은근히 경고할 뿐이다. 내 친구는 그럴 사람이 아닌데, 나의 할머니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아마도 시간이 지나면, 외롭고 애타는 마음은 사그라들고 대신 현실의 이해관계를 빠르게 계산하는 마음이 고개를 쳐들 것이다. <산무동 320-1번지>의 호수 엄마는, 철거를 앞둔 동네의 건물주 장 선생 대신 발품 팔아가며 월세를 척척 받아낸다.
씨네21 추천도서 - <축복을 비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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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란 지음 / 창비 펴냄
열한 가구가 사는 집에서 그나마 왕래가 있던 윗집 할아버지가 어느 날 세상을 떠났다. 집주인은 나중에 들어올 새 세입자에게 할아버지의 죽음을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하고, ‘나’는 비어버린 집을 홀로 기웃거린다. 막걸리 한잔과 샤인머스캣을 윗집에 남겨두고, 그가 남긴 오래된 책 한권을 가지고 온다. 그렇게 일상에서 개인적인 장례식을 치르며, 마음에 일어난 파동을 온몸으로 느껴본다. 그 파동의 중심에는 한동안 마음을 터놓고 지낸 친구와 어느 순간 관계가 끝나버린 사건이 있다. 솔직한 관계는 무엇인지, 다정하고 용감한 마음은 또 무엇인지, 손에 잡히지 않는 의문들이 일상에 내려앉아 있다.
<해피 엔드>는 극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이야기가 아니고, 악인이 등장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잔잔하고 차분하게 밀려드는 안개 낀 강물 같은 이야기다. 문득 생각나 사 먹은 구슬 아이스크림은 맛있고, 공장에서 키우는 개는 밥을 잘 먹고 똥도 잘 싼다. 유튜브를 열심
씨네21 추천도서 - <해피 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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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엔드 - 이주란 지음
축복을 비는 마음 - 김혜진 지음
핫 밀크 - 데버라 리비 지음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기를 - 다카세 준코 지음
리플리 5부작 세트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11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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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트렌드 2024>는 국내 최초, 국내 유일의 20대 전문 연구기관을 표방한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신간이다. 2021년까지 <밀레니얼 Z세대 트렌드>라는 제목이던 이 시리즈는 지난해부터 ‘밀레니얼’ 없이 Z세대 트렌드를 예측하는데, (앞으로도 계속될) 제목의 변화는 세대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이 짚는 메인 트렌드는 ‘트라이브십’이다. 초개인화 시대에 더 중요해지는 ‘지향성과 공감’ 기반의 트라이브십이 더 강력해지리라는 뜻이다. 이는 SNS를 통해 인지도를 높인 인플루언서의 스몰 브랜드의 인기로 이어진다. 소비자들끼리의, 소비자와 브랜드간의 유대감 형성 역시 중요한데 팬 브이로그의 인기 역시 이와 관련 있다. 대형 브랜드가 스몰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하는 빈도가 늘어나는 이유 역시 같은 맥락이다. 공간 역시 개인적 지향성과 맞닿은 공간이어야 인기를 끌고, 서울에서는 부암동, 신당동 등의 장소가 인기를 끌고 있다. “Z세대는 젊은 층만 가득한 곳
[리뷰] Z세대 트렌드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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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공적인 역사를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그 공적인 역사만 존재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소설가 한정현이 <마고>의 작가의 말에 쓴 문장은 이번 소설집에서도 유효하다. 고리타분하지만 ‘격동의 한국사’를 대체할 표현을 찾기 어려운 과거사에 국가 폭력에 의해 죽임을 당하거나 다친 사람들, 그로 인해 더불어 숨어야 했던 피해자 가족들의 서사를 한정현은 집요하게 추격하고 상상해왔다. 한정현의 소설을 따라왔던 독자라면 역사와 피해자, 퀴어 인물들의 주체화, 여성 연구자가 숨은 퀴어와 여성을 가시화하는 과정을 연상할 수 있다. 두 번째 소설집 <쿄코와 쿄지>에서도 그러한 경향은 두드러진다. 표제작 <쿄코와 쿄지>는 광주를 배경으로 혜숙, 미선, 영성의 우정, 이들이 가부장제하에서 받은 고통과 폭력을 극복하고 서로를 구원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가 서술된다. 다음 세대에 의해 전 세대 여성들의 발자취가 그려지는 방
씨네21 추천도서 - <쿄코와 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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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샌토로 지음 / 황덕호 옮김 / 을유문화사 펴냄
음악가의 전기를 읽으면서 그의 음악을 연속재생하는 것만큼 즐거운 독서법은 없을 것이다. 경계인이었으며, 다면적인 얼굴을 가졌고, 예측 불허의 인물이었던 찰스 밍거스가 밴드 멤버와 불화하며 무대 위에서 기행을 펼치는 장면을 읽을 때 과 같은 곡이 불쑥 재생되고 있으면 문장과 음률이 환상의 합을 이뤄낸다. 밍거스의 음악은 성마른 그의 성격처럼 일정하게 흐르지 않고 전혀 다른 악장으로 튀어가거나 방향을 급선회한다. 경쾌한 베이스가 진행되다가 갑자기 분위기를 미스터리하게 변모시키는 트럼펫이 흐르고 피아노는 밤도둑의 발소리처럼 가만가만 음표를 올려놓는다. 찰스 밍거스의 전기 <찰스 밍거스-소리와 분노>의 번역가인 재즈 칼럼니스트 황덕호는 옮긴이의 글에 밍거스를 구스타프 말러와 비교하며 이렇게 소개한다. “음악적으로 비타협적이었으며 다혈질의 성격으로 오케스트라 혹은 밴드를 지휘했고 오십대에 생을 마감했던 두 사람은 자신들의 음악
씨네21 추천도서 - <찰스 밍거스-소리와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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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 지음 / 권영주 옮김 / 비채 펴냄
한 가지 장르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기묘한 ‘분위기의 소설’을 잘 쓰는 온다 리쿠의 소설집. <육교 시네마>에는 미스터리, 호러, 판타지, SF, 청춘 소설 등 장르를 넘나드는 18편의 단편이 실렸다. 첫 번째 단편은 호퍼의 그림 <철길 옆 집>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그림은 히치콕의 <사이코>에 등장하는 집의 모델이기도 하다. 온다 리쿠는 “명확히 말해서 이 집에는 출입구가 없다. 완전히 폐쇄된 집. 들어갈 수 없는 집. 나올 수 없는 집이다”라고 그림에 대해 설명한 뒤, 소설 속 화자가 어느 날 그림 속 집을 연상시키는 집과 그 안의 세 사람을 발견한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큰 집의 한방에만 늘 모여 있는 닮지 않은 세 사람의 존재는 어떤 의미일까? 단편 <풍경> 역시 그림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다. 주간지의 표지로 쓰인 그림을 보는데, 그 그림에서 어딘지 모를 광기 어린 분위기를 읽어낸 것이
씨네21 추천도서 - <육교 시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