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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셋 러브>의 세계 속에서 사랑은 힘이 세다. 수정(류현경)이 여행하는 생경한 장소들에는 미미한 권력에 취한 채 욕망을 채우려는 사람들이 가득하지만, 수정과 수자(한양희)가 공유하는 단순한 사랑에의 믿음은 그들을 감화하기에 충분하다. 김오키 감독의 삶 속에서도 사랑의 영향력은 마찬가지다. 영화에 품은 오랜 연심은 결국 그를 영화제작의 길로 이끌었고, 그가 차린 촬영 현장은 동료들을 향한 깊은 애정을 발산하는 즐거움의 공간이 되었다. 코리안시네마 섹션에 초청된 알록달록한 장편 데뷔작 <하나, 둘, 셋 러브>의 감독이자 ‘전주씨네투어x음악’의 무대를 수놓을 뮤지션으로 전주를 찾은 멀티 아티스트 김오키에게 그의 창작을 이끄는 긍정적인 가치들에 관해 물었다.
- 처음 영화 제작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 자체는 어릴 적부터 있었다. 댄서로 활동하던 시절에는 16mm 캠코더로 다양한 촬영에 도전하기도 했고. 하지만
JEONJU IFF #3호 [인터뷰] '하나, 둘, 셋 러브' 감독 김오키, “모두가 즐겁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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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눈을 뜨고 잘 때> Sleep with Your Eyes Open
넬레 볼라츠/브라질, 아르헨티나, 대만, 독일/2024년/97분/월드시네마
공항에서 갑작스레 이별 통보를 받은 대만인 카이(랴오 카이 로)는 홧김에 브라질로 여행을 떠난다. 말도 통하지 않는 외지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일은 고역인데다, 호텔 객실 에어컨이 내뿜는 소음에 잠까지 설치게 된다. 다행히 그녀는 같은 언어권의 중국인 우산 장수 푸앙(왕신홍)를 만나게 된다. 다음날 카이는 푸앙의 가게를 찾아가지만, 푸앙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낡은 여행엽서 더미만이 남겨졌다. 엽서에는 샤오신(첸 샤오신)이란 이름의 여자가 쓴 일기가 빼곡히 담겨 있었다. 푸앙을 안다는 샤오신의 언급에 흥미가 생긴 카이는 그녀의 일기를 읽어나간다.
<우리가 눈을 뜨고 잘 때>는 브라질에 머물다 간 세 명의 중화권 인물을 느슨하게 엮는다. 관광객, 노동자, 부유층의 자제. 브라질에 온 이상 서로 다른
JEONJU IFF #3호 [프리뷰] 넬레 볼라츠 감독, '우리가 눈을 뜨고 잘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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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 아파트> Lucky, Apartment
강유가람/한국/2024/96분/전주시네마프로젝트
작은 아파트를 장만한 9년차 레즈비언 커플 선우(손수현)와 희서(박가영). 다리를 다쳐 집에서 재활 중인 선우는 어느 날부터 배관을 타고 풍겨오는 악취에 힘겨워한다.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공인중개사와 동 대표의 경고에도 선우는 냄새의 근원을 찾아 단지 안팎을 들쑤시고, 회사 내의 성차별을 견디며 대출금을 갚아나가는 희서는 그런 선우가 못마땅하다.
<럭키, 아파트>는 한국 사회에서 절대적인 안정성을 상징하는 아파트 속에서도 여전히 안전한 보금자리를 꾸릴 수 없는 사람들을 눈여겨본다. 제도의 부재 속 편견과 차별을 견디는 동성 커플, 이웃과 단절된 독거인 등은 아파트가 형상화하는 파편화된 사회 속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고립되는 존재들이다. 단지를 배회하는 악취는 생존의 사각지대에 몰린 이들의 몸부림을 대변하는 또 한 명의 인물처럼 기능한다. 하지만 오히려 선우나
JEONJU IFF #3호 [프리뷰] 강유가람 감독, '럭키,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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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킹 타이거스> Smoking Tigers
셸리 요(여소영)/미국/2023년/91분/월드시네마
하영(유지영)의 열여섯 번째 여름은 익숙하지 않은 것투성이다.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아버지(정준호)는 집을 떠나 자재창고에서 숙식하고, 피아노를 전공한 어머니(아빈 앤드루스)는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한인 식당에서 일을 시작한다. 어머니의 등쌀에 밀려 등록한 입시 여름 캠프에는 유복한 학생들뿐이다. 집안 사정을 애써 숨긴 채 우정과 사랑을 꿈꾸지만 어딘지 어긋나는 일상의 궤적은 그녀를 혼란스럽게 한다.
한국계 미국인 셸리 요 감독의 장편 데뷔작 <스모킹 타이거스>는 코리아타운의 불편한 공기를 읽기 시작한 사춘기 소녀의 시선을 통해 미국 사회에서 표류하는 1세대 이민가정의 애환을 담는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아버지와 영어가 더 익숙한 딸들 사이에서 오가는 소통은 언제나 미묘하게 어긋난다. 한국계 미국인 친구들과의 소통도 반쯤의 문화적 동질성을 가진 사람들이기
JEONJU IFF #3호 [프리뷰] 셸리 요 감독, '스모킹 타이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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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기다림의 날들> My Endless Numbered Days
숀 네오/일본, 싱가포르/2023년/78분/국제경쟁
만약 도시인들의 고독에 궤적을 그릴 수 있다면, 이는 양극단을 정처 없이 배회하는 진자운동일 것이다. 영화를 찍기 위해 고향 아사히카와를 떠나 싱가포르로 향했던 미츠에(반자이 미츠에)도 별 소득 없이 일본으로 다시 돌아오고 만다. 아무런 계획 없이 복귀한 일본에서 그녀에게 두 사람이 다가온다. 1년 전 미츠에와 헤어지고 다른 이와 결혼한 전 애인은 미련이 남은 문자로 그녀에게 안부를 묻는다.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새롭게 만난 동료 안나(야나기 에리사)는 갑작스레 미츠에의 집에 얹혀살고자 한다. 과거의 사랑과 새로운 우정 사이에서 마츠에는 소소한 일상을 보내며 찰나의 유대감을 느낀다. 하지만 미츠에는 여전히 어느 관계에도 온전히 마음을 주지 못한다.
배회와 진동에서 멈춤과 안온함으로 향하는 여정을 자신만의 리듬으로 담아낸 <끝없는
JEONJU IFF #3호 [프리뷰] 숀 네오 감독, '끝없는 기다림의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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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관객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전주톡톡은 영화인들의 현장 경험,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 작품과 현시 사이를 잇는 메시지 등을 가볍고 유쾌하게 들어볼 수 있는 토크 프로그램이다. 5월 3일 금요일, 청명한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문화광장 부근의 소담한 카페에서 <목화솜 피는 날>의 감독과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작품을 지휘한 신경수 감독을 필두로 박원상, 우미화, 조희봉, 최덕문 배우가 관객들을 만났고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할 준비를 마쳤다는 듯 적극적으로 질문을 꺼내는 공승연 배우가 진행을 맡았다.
'코리안시네마: 세월호 참사 10주기 특별전'에 소개된 <목화솜 피는 날>은 10년 전 참혹한 사고로 둘째 딸을 잃은 부부 병호(박원상)와 수현(우미화)의 이야기를 다룬다. 10년 동안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외쳐온 병호는 다른 유가족들과 갈등에 충격을 받아 기억을 잃고 만다. 서서히 희미해지는 과거에도 그에게는 마음 한 편에 영원히 잊지 않는
JEONJU IFF #2호 [스코프] ‘목화솜 피는 날’ 전주톡톡 “슬픔과 애도를 전유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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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바쁘고 지쳐있는 대학병원 간호사 유정(박예영)은 좀처럼 얼굴 보기 힘든 고3 동생 기정(이하은)의 소식을 전화 너머 경찰에게 듣는다. 기정이 교내에서 벌어진 영아 유기 사건의 당사자라고 자수해서 구속됐다는 것. 엄마가 기정을 낳다가 돌아가셨기에 일찍부터 자기를 엄마 대신이라고 여겼던 유정은 동생을 구하고자 애쓰지만 쉽지 않다. 친한 친구도 모르고 똑똑하고 알아서 잘하는 애라고밖에 동생을 설명하지 못하는 자신을 보면서 기정에 대해 무지했다는 걸 그제야 깨닫는다. <언니 유정>은 가까운 사이라고 해서 이해하려는 노력을 간과하고 있는 건 아닌지 예리하게 묻는다. 서툴지만 분명하게 한 사람을 진심으로 알아가려는 작업에 돌입한 사람을 따뜻한 시선으로 따라가며 그의 분투하는 시간을 먹먹하게 담아낸다. 정해일 감독에게 첫 장편작 <언니 유정>은 유정에게 기정이 그렇듯 애틋한 존재다. 영화를 놓아줄 때가 되어서야 그는 5년가량 한 작품을 붙들고 있는 동안 많은 용기를 얻었
JEONJU IFF #2호 [인터뷰] '언니 유정' 정해일 감독, “누구도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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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정서(나애진)는 차용증을 들고 아버지 영주(안석환)를 찾아 묵호항으로 향한다. 떼인 돈을 받으러 온 고향에서 정서는 내내 복잡한 마음이 든다. 돈독 오른 아버지에 지쳐 하루 빨리 이 곳을 떠나고 싶지만, 자신을 닮은 이복동생 정해(김진영)가 내내 마음에 걸린다. 정서는 돈으로 얽힌 낯선 가족의 모습에서 자신이 작업한 웹툰 속 뱀파이어의 모습을 떠올린다. 바닷바람이 차게 불던 묵호항에서 이야기를 건져 올렸다는 장만민 감독과 <은빛살구> 속 복잡하게 얽힌 가족이란 관계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 첫 장편 <은빛 살구>는 어디서 시작하게 되었는가.
= 뿌리를 잃었던 시기가 있었다. 최대한 멀리 떠나고 싶은 맘에 고향 순천에서 가장 떨어진 도시를 찾아 동해시로 홀로 향했다. 무뚝뚝해도 정이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고요한 곳이다. 그런 점에서 순천과 동해시가 참 닮아 있었다. 외지에서도 고향을 발견한 셈이다. 그렇게 4월의 묵호항에서 주인공 김
JEONJU IFF #2호 [인터뷰] ‘은빛살구’ 감독 장만민, “뱀파이어의 형상에서 낯선 가족을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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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고국에 돌아온 응우옌(민 쩌우)에게 현대의 하노이는 어색하다. 결혼을 준비하는 조카 반(하 푸엉)의 단순한 삶의 태도는 더욱 이해할 수 없다. 반이 백화점과 지하철을 오가며 오늘을 살아가는 사이 응우옌은 추억이 담긴 장소들을 방문하며 먼 과거를 더듬는다. 영화는 어떠한 사념도 없이 응우옌의 순례에 차분히 동행한다. 옛 노래의 빛바랜 음색을 통해, 흑백의 거친 촉감을 통해, 쿨리의 신비로운 눈을 통해 그녀의 깊은 회한을 감각한다. 팜응옥란 감독은 개인의 기억과 베트남의 현대사를 우아하게 엮어낸 장편 데뷔작 <쿨리는 울지 않는다>를 들고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진중한 눈빛으로 시간과 공간을 바라보는 팜응옥란 감독의 이야기를 전한다.
- 공간, 인물, 사건 등에서 이전에 제작한 단편들과 느슨히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 처음 영화를 만들어야겠다 마음먹은 때가 2016년이다. 그때부터 <쿨리는 울지 않는다>의 제작을 준비하
JEONJU IFF #2호 [인터뷰] '쿨리는 울지 않는다' 감독 팜응옥란, “시간의 절대적 방향성을 존중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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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솜 피는 날>
신경수/한국/2024년/91분/코리안시네마: 세월호 참사 10주기 특별전
생동감 넘치는 아이들의 등굣길로 시작하는 <목화솜 피는 날>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기억하고자 재난 이후의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2014년 4월16일, 여객선의 침몰과 함께 둘째딸 경은을 잃은 병호(박원성)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조금씩 기억이 희미해진다. 그의 아내 수현(우미화)이 매일 서로의 신상과 정체를 묻지만 그가 답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거대한 슬픔이 훑고 지나간 가족들의 빈자리엔 무엇이 남아 있을까. 오직 시름과 애수만 가득한 수현의 가족은 뒤늦게 세월호 참사의 여파를 직면한다. 4·16참사가족협의회가 공동제작 주체로 참여한 <목화솜 피는 날>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한 유가족의 내밀한 사정과 채 다 용해되지 않은 응어리를 밀도 있게 보여준다. 특히 진상 규명 목표를 두고 유가족 집단 내부의 갈등이 피어오르거나 이들을 향한 타
JEONJU IFF #2호 [프리뷰] 신경수 감독, '목화솜 피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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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셋 러브>
김오키/한국/2023년/94분/코리안시네마
색소포니스트로 잘 알려진 김오키 감독의 첫 장편영화 <하나, 둘, 셋 러브>는 환상과 현실, 이야기의 형식, 나아가 영화 안팎의 경계를 파악하려는 욕망을 무위로 만든다. 재즈를 비롯해 특정 장르로의 포섭을 거부하는 그의 자유로운 음악을 만나본 사람들은 이쯤에서 이미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테다. 일종의 멀티버스 설정과 B급 코미디를 조합한 자유로운 스타일을 휘두르는 영화는 천진한 환상과 무정한 현실로 추정되는 여러 세계를 이어 붙인다. 여배우 수정 역의 류현경을 중심으로 배우들의 극중 역할과 관계가 차례차례 변화한다는 점에서는 언뜻 변주곡의 인상도 스친다. 이에 더해 감독의 사재를 털어 부었다는 자체수급 프로덕션, 김의성 배우와 이종필 감독 등의 존재감을 패러디의 요소로 활용하는 재기 등도 영화 속에서 반복되는 독립영화와 상업영화에 대한 케케묵은 논쟁에 무효표를 던지려는 듯하다. 이 모든
JEONJU IFF #2호 [프리뷰] 김오키 감독, '하나, 둘, 셋 러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