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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망>
김태양/한국/2023년/93분/한국경쟁
서울 을지로3가 어딘가로 그림을 배우러 다니는 남자(하성국)는 예전에 알던 여자(이명하)와 길에서 만나 잠시 걷는다. 당시 모더레이터로 서울극장을 찾았던 여자는 몇 년 뒤 서울극장이 폐관할 때쯤 관객과의 대화를 위해 다시 그곳을 방문하고, 극장 관계자인 다른 남자(박봉준)와 그림 배우는 남자와 걸었던 그 길로 들어선다.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여자는 지인의 장례식에서 이제는 화가가 된 그림 배우는 남자와 재회하고 서울의 밤길을 같이 걷는다.
<미망>은 팬데믹 기간에 일상이 사라졌던 경험을 녹여 만든 김태양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단편으로 시작해 4년의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영화는 시간의 더께가 쌓여 더욱 단단하고 유려해졌다. 영화는 특정 장소가 머금은 사소한 일상과 순간의 정서를 스크린에 선명히 새기는 방식으로 희미했던 기억을 깨우려 한다. 극에 생생히 기록된 후텁지근한 날씨, 도시의 소음, 노포
JEONJU IFF #2호 [프리뷰] 김태양 감독, '미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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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유정>
정해일/한국/2024년/102분/한국경쟁
가족이라는 소재와 미스터리가 결합할 땐 주로 ‘가까이서 잘 아는 사람이 자극하는 공포’를 조명한다. <언니 유정>은 그보다 한 꺼풀 더 안으로 들어가 ‘잘 아는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은’ 가족의 빈틈을 파고든다. 동생의 탄생과 함께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유정(박예영)은 기정(이하은)을 엄마처럼 각별하게 키워왔다. 각자의 삶이 바빠 전보다 서먹해졌지만 그래도 내가 아는 동생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아직 고3에 불과한 기정이 영아유기 사건의 범인으로 자수해 구속됐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자신의 믿음을 의심하고 혼란스러워한다. 다시 말해 유정과 기정의 관계는 두 자매를 연결하기보다 분해함으로써 그 상태를 알 수 있다. 영화가 러닝타임 내내 동생을 향한 돌봄과 보호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못내 찜찜한 느낌을 주는 이유기도 하다. 또 영화는 잔잔하고 묵직하게 이야기를 펼쳐내면서 미지의 정
JEONJU IFF #2호 [프리뷰] 정해일 감독, '언니 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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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은 미야케 쇼 감독의 <새벽의 모든>이다. 월경증후군(PMS)으로 고통 받는 후지사와(가미시라이시 모네)와 공황장애를 앓는 야마조에(마쓰무라 호쿠토)는 충동적인 언행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인사처럼 달고 산다. 서로의 결핍을 유일하게 이해하는 둘은 전우이자 피신처로서 숨 쉴 틈을 내어준다. 16mm 카메라의 따뜻하고 뭉근한 온도를 유려하게 펼쳐내는 미야케 쇼 감독은 이제 막 관객과의 만남을 마치고 상기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평소보다 달뜬 그의 목소리에서 전주영화제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 영화제의 얼굴이 되었는데.
= 너무 영광이다. 처음 소식을 듣고 무척 놀랐다. 영화가 상영 되기 전까지 무척 불안했다. 화려한 엔터테인먼트 장치가 있는 작품도 아니고 보는 사람에 따라 선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제 개막 상영을 거치고 많은 분들이 좋은 반응을 전해주셔서 안심
JEONJU IFF #1호 [인터뷰] ‘새벽의 모든’ 감독 미야케 쇼, "개인을 인정하는 사회, 거기서 시작하는 다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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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인사 조정과 함께 무탈히 축제를 완주한 전주국제영화제가 민성욱·정준호 체제로 두 번째 영화제를 선보인다. 독립영화, 대안영화, 자주영화, 예술영화… 자연스럽게 자신의 색깔을 찾아 나서는 전주영화제는 어느 덧 개성 통통 넘치는 다양한 작품을 한 바구니에 그러모았다. 해맑은 웃음 소리와 이유 있는 설렘으로 가득한 축제 분위기 속에서 두 항해자에게 다소 진중한 질문을 건넸다. 민성욱, 정준호 공동위원장과 나눈 이야기다.
- 공동 집행위원장 체제에 많은 우려가 오가던 것이 무색하게 벌써 두 번째 전주국제영화제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를 평가해 본다면.
민성욱 임용 과정에서 많은 걱정이 나올 수밖에 없던 이유를 십분 이해한다. 그래서 정준호 위원장과 영화제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서로의 강점을 잘 공략했다. 내가 영화제 전반의 절차를 관리하는 동안 정 위원장은 대외 협력과 홍보, 예산 협의, 협찬 쪽을 많이 신경 썼다. 실제로 기업을 방문하거나 의회를 갈 때 반응이 달라진다
JEONJU IFF #1호 [인터뷰] 민성욱·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 “시대에 조응하는 영화제가 되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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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일 개막을 앞두고 만난 문석·문성경·전진수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티켓 구하기 힘들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듣고 있다”며 영화제를 찾을 많은 관객을 위한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었다. 이들은 새로운 부대 행사를 기획하고 주요 행사를 치르는 공간을 다양하게 가져가 기존 영화제 관객들뿐 아니라 전주를 방문하는 관광객, 전주시민들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 올해 한국경쟁과 국제경쟁 지원작의 경향은 어땠나.
문석 출품량이 전체적으로 늘었다는 자랑을 먼저 하고 싶다. (웃음) 우선 한국경쟁은 134편, 한국단편경쟁은 1332편으로 역대 최고 수치다. 올해 한국경쟁은 전과는 다른 결의 여성영화가 많아졌다는 게 특징적이다. 미투 직후에 나온 여성영화는 사회적으로 억압받는 피해자로서의 여성을 보여주면서 시작하는 경우가 주를 이뤘는데 이번엔 소재의 스펙트럼 자체가 넓고 일상 속의 여성을 섬세하게 바라보며 그 안에서 깊은 이야기를 끌어내려는 작품들이 많았
JEONJU IFF #1호 [인터뷰] 문석·문성경·전진수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영화제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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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기대작 <인사이드 아웃2>가 한국 최초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풋티지 상영을 진행했다. 상영 시간은 무려 34분. 평균적으로 15분 내외로 구성되는 풋티지 러닝타임을 생각하면 무척 파격적인 결정이다. 설레는 분위기 속에서 영상이 끝났을 때 기자석은 말 그대로 술렁였다. 파안대소 하는 사람은 물론 여운 진한 대화를 나누는 이들도 많았다. 프레스는 새로운 <인사이드 아웃2>의 세계를 적극적으로 환영했다. 한 마디로 34분이 그대로 ‘순식간에 삭제’된 것이다. 1318 세대로 거듭난 라일리는 어떤 감정 변화를 통과하게 될까. 풋티지 영상 내용, 켈시 만 감독과 마크 닐슨 프로듀서와의 화상 인터뷰를 기반으로 보다 정밀하고 섬세하게 확장된 <인사이드 아웃2>를 소개한다.
1. 불안, 부러움, 따분함, 당혹스러움… 새로운 감정의 등장
영화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에 없던 새로운 감정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제 막 13살이 된 라일리에게 신체적
JEONJU IFF #1호 [기획] 특별한 34분, <인사이드 아웃2> 국내 최초 풋티지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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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잠>
김솔해, 이도진/한국/2024년/85분/한국경쟁
난임부부인 지연(김시은)과 도진(이도진) 부부는 병원에서 또다시 유산 소식을 듣는다. 시술도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는 도진은 둘로도 충분한 삶으로 나아가려 하지만 지연은 아니다. 매일 밤 아기가 통잠을 자주길 기도하는 엄마가 되는 꿈을 지연은 도저히 포기할 수 없다. 그래서 더 가열하게 임신할 방법을 찾아 나서고 그런 아내를 보며 도진은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답답함을 느낀다. <통잠>은 수년간의 시험관 수술 끝에 완전히 소진돼버린 한 부부의 일상을 사실감 있게 포착한다. 정서적 교류 없이 때맞춰 병원에 가고 메마른 식사를 한 뒤 잠자리에 드는 지연과 도진의 기계적인 삶을 차분히 따라간다. 또한 <통잠>은 야속하다. 무당을 찾아가 임신이 잘되는 장소를 받아 오고, 한 번만 더 시도해보자며 술 취한 남편의 옷깃을 쥐고 울부짖는 지연을 음악 한 곡 쓰지 않고 그저 바라볼 뿐이다.
JEONJU IFF #1호 [프리뷰] 김솔해, 이도진 감독, '통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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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리는 울지 않는다> Cu Li Never Cries
팜응옥란/베트남, 싱가포르, 프랑스, 필리핀, 노르웨이/2024년/93분/국제경쟁
독일에 거주하던 응우옌은 죽은 전남편의 유해와 작은 베트남 야생동물 쿨리를 데리고 하노이로 돌아온다. 보육교사로 일하는 그녀의 조카 반은 임신 사실을 숨긴 채 결혼을 준비한다. 순하고 유복한 약혼남과 함께 웨딩드레스 상점과 쇼핑몰을 돌아다니는 철없는 조카가 응우옌은 탐탁지 않다. 대신 그녀는 과거의 기억이 남아 있는 장소들을 순례한다. 옛날 노래가 나오는 라이브 클럽을 방문하고, 전남편을 만났던 지방의 댐을 찾아 오랜 동료를 만난다. 한 도시는 그렇게 두 공간으로 분리된 채 각자의 세월을 감내한다.
골프장이 되어버린 공동묘지, 사원과 수력발전소가 공존하는 메콩강. 팜응옥란 감독의 단편영화들 속 공간은 직진하는 시간과 정체된 기억 사이의 엇갈림을 담는다. 그의 첫 장편 <쿨리는 울지 않는다>가 그리는 하노이, 고도발전
JEONJU IFF #1호 [프리뷰] 팜응옥란 감독, '쿨리는 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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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모든> All the Long Nights
미야케 쇼/일본/2024년/119분/개막작
세오 마이코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새벽의 모든>은 매달 생리증후군으로 고통받는 후지사와(가미시라이시 모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다달이 호르몬의 조종을 받아 충동적으로 거친 말과 행동을 취하는 그는 송곳처럼 날카로운 일상을 견디며 지낸다. 따뜻한 성정으로 지난날의 잘못과 실수를 사과하며 주변 관계를 유지하지만 그 유효기간도 길지 않다. 언제까지나 타인의 인내심에 의존할 수 없다는 사실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난번엔 죄송했어요. 그땐 제 상태가 좋지 않아서…”가 입버릇이 된 여자는 새로 입사한 회사에서 공황장애를 앓는 야마조(마쓰무라 호쿠토)를 만나게 된다. 의지대로 통제하기 어려운 육신, 충동적인 생각과 발언, 계속 눈치봐야 하는 주변인들의 시선. 두 인물은 공통된 경험을 바탕으로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게 되고 그동안 받아본 적 없는 공감과 위로를 형
JEONJU IFF #1호 [프리뷰] 미야케 쇼 감독, '새벽의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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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0일부터 24일까지 열린 제25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이 성황리에 폐막했다. 이번 BIAF에선 총 36개국에서 온 118편의 애니메이션이 상영됐다. “애니메이션은 상상력과 예술성, 기술과 감동을 담을 수 있는 무한한 그릇입니다”라는 서재환 조직위원장의 개회사처럼, 올해 BIAF에서 상영된 애니메이션들은 저마다 경험한 적 없는 환상의 세계와 본 일이 드문 고유의 기술을 관객의 눈앞에 펼쳐 보이며 예술이 줄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인 감상인 감동을 선사했다. 올해로 25회를 맞은 BIAF의 개막부터 폐막까지의 인상적인 순간들을 전한다.
BIAF 2023의 홍보대사인 YENA(최예나)가 개막식에서 개막작 <로봇 드림>과 감독 파블로 베르헤르를 소개하고 있다. 최예나는 이번 영화제 기간 중 영화 관람 전 에티켓을 설명하는 트레일러 영상에도 등장하며 관객들에게 얼굴을 익혔다.
개막식의 축하 공연은 반도네온 연주가 고상지가 맡았다. 고상지는 애니메이션으로
제25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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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을 보러 자주 오던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하 BIAF)에 내 작품이 초청돼서 정말 기쁘다.” 전다현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안녕, 우주>는 집을 떠나는 우주와 그를 배웅하러 나온 명경이 기차역에서 기차가 오길 기다리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승강장에서 잠시 잠든 명경의 꿈속에선 우주와 함께한 시간이 환상처럼 펼쳐진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만화가가 되겠다고 다짐했던 전다현 감독은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를 졸업한 뒤 애니메이션 제작사 레드독컬처하우스에 입사해 자신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끊임없이 차기작을 구상 중이던 전다현 감독에게 대화를 청했다.
- 모녀 관계를 독특하게 묘사했다.
= 엄마의 말에서 시작된 연출이다. 집에 나를 포함해 총 4명의 자매가 있다. 어느 날 딸들이 장성해 집을 떠나기 시작하니 엄마가 적적하다고 느끼셨나보다. 내가 쌍둥이인데, 또 다른 쌍둥이 자매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더라. 우리가 어릴 때 엄마에게 고민 상담
#BIAF 3호 [인터뷰] ‘안녕, 우주’ 전다현 감독, “엄마의 삶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