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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세 친구 장(주헌양), 한(송백위), 왕(채범희)은 각자가 저질렀던 악행을 대결하듯 풀어낸다. 계속해서 충격적인 폭로가 이어지는 가운데, 10대의 마지막 추억으로 나쁜 짓을 함께 저질러보자는 치기 어린 마음이 충동적으로 폭발한다. 그만두는 것은 약함을 인정하는 것. 이젠 누구도 이 질주를 선뜻 멈출 수 없다. 어느새 엄청난 사건에 휘말린 세 친구는 이제 자신의 행동을 책임져야 한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첫사랑 커징텅으로 설렘을 안겨 주었던 배우 가진동이 긴장감 넘치는 세 친구의 하룻밤을 지휘하는 감독으로 부천을 찾았다. 연출자로 나선 가진동의 이야기를 들었다.
-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구파도 감독이 쓴 시나리오를 직접 연출했다. 극본의 어떤 점을 보고 연출을 맡기로 했나.
= 처음 시나리오를 읽는데 이 영화의 메시지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명확한 단계로 나눌 수 없다
BIFAN #5호 [인터뷰] ‘흑교육’ 가진동 감독, “사실적인 연기와 연출이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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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교육> Bad Education
가진동/ 대만/ 2022년/ 77분/ 부천 초이스: 장편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세 명의 친구 장(주헌양), 한(송백위), 왕(채범희)은 아무도 없는 폐건물 옥상에서 술을 마시며 자축을 한다. 그때 다른 두 친구를 도발하는 장의 말. "아무도 모르는 비밀 말해볼래? 자기가 얼마나 악행을 저질렀는지." 세 친구는 암묵적인 서열을 저울질 하듯 그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을 가감 없이 뱉어낸다. 장애인 성폭행, 노숙자 살인 등 충격적인 실토가 이어지고 이들은 10대가 끝나기 전 마지막으로 함께 나쁜 짓을 해보기로 한다. 치기 어린 세 친구는 길거리 갱 단원을 습격하고, 이들의 하룻밤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영화 <흑교육>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키워드는 '책임'이다. 자신이 내뱉은 말에,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모든 사람은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이제 장, 한, 왕은 새로운 결단의 순간에 이른다. 무엇으
BIFAN #5호 [프리뷰] 가진동 감독, '흑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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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이름을 바꿔서 찍어도 모르겠는데···.” 가타야마 신조 감독은 공동 연출자 우치다 에이지 감독과의 협업을 이렇게 평했다. 두 감독은 <가부키초의 탐정 마리코>에서 사랑, 가족, 그리고 일본의 사회 문제를 여기는 태도에 있어 구분 불가능할 만큼의 동질성을 보여준다. <가부키초의 탐정 마리코>는 도쿄 신주쿠 가부키초에 모인 인물들이 가족의 붕괴, 사랑의 실패로부터 겪는 갖가지 비극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영화는 등장 인물들에게 탐정, 외계인, 닌자나 전문 암살자 등의 독특한 캐릭터와 서사를 부여함으로써 B급 영화의 키치를 탁월하게 견지한다. ‘이상해도 괜찮아’라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슬로건이 딱 맞아떨어지는 ‘이상한 사람들의 이상한 이야기’다.
- 공동 연출의 계기는?
우치다 에이지 처음엔 마리코 역의 이토 사이리 배우를 중심으로 한 옴니버스 영화를 기획했다. 열 명 정도의 감독이 릴레이 형식으로 작품을 찍어 합치는 방식이었다. 몇몇 프
BIFAN #5호 [인터뷰] ‘가부키초의 탐정 마리코’ 우치다 에이지, 가타야마 신조 감독, B급영화의 문법으로 그린 일본의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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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씨딩> The Seeding
바나비 클레이/미국/2023년/95분/부천 초이스: 장편
남자 등산객이 황무지를 헤맨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소년을 쫓는다. 그러다가 사막 한가운데 구덩이에 갇힌다. 사방은 암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안엔 외딴 오두막이 하나 있다. 오두막엔 성인 여성 한 명이 살고 있다. 어떻게든 바깥으로 탈출하려는 남자와 달리 여자는 이미 구덩이 속 일상에 익숙한 것처럼 보인다. 남자는 연신 구덩이를 오르려 하지만 구덩이 위에서 나타난 정체불명의 소년들이 그를 방해한다. 심지어 소년들은 남자와 여자에게 생필품과 음식을 내려주며 사육하듯 관리한다. 남자는 이러한 일상에 적응하는 듯하다가도 종종 찾아오는 공포감과 무력감, 분노를 이기지 못한다. 종국에 인물들의 갈등은 격해지고 남자의 심신은 되돌릴 수 없을 만큼 피폐해진다.
데시가하라 히로시의 <모래의 여자>를 참고한 듯한 우화 영화다. <모래의 여자>처럼 사회의 젠더 구조를 모래
BIFAN #5호 [프리뷰] 바나비 클레이 감독, '더 씨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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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소녀> Tiger Stripes
아만다 넬 유/말레이시아/2022/95분/부천 초이스: 장편
또래 친구들에게 브래지어 입는 것을 자랑하는 자판(자프린 자이리잘)은 이제 막 2차 성징에 접어든 어린 소녀다. 화장실 한 칸에 여러 친구들과 함께 들어가 비밀 이야기 나누길 좋아하고, 하굣길엔 작은 계곡에 들러 물놀이를 즐기는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그런 자판에게 갑작스러운 변화가 찾아온다. 바로 생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젠 너도 더러워졌다." 부정적인 엄마의 첫 반응부터 자신을 둘러싼 학교 친구들의 쑥덕거림까지 자판은 갑자기 많은 것을 참아야 한다. 교실에 떠돌아다니는 소문에 의하면, 생리를 시작한 여자는 어떤 저주에 걸릴 수 있다고도 한다. <호랑이 소녀>는 여성 청소년이 겪는 2차 성징의 낯섦을 사회적 시선으로 풀어내면서 '변신'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한다. 생리의 시작과 함께 격변하는 교우관계, 고민 없이 자신을 훼손하는 자해적 증상, 쉽게 통
BIFAN #4호 [프리뷰] 아만다 넬 유 감독 ‘호랑이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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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뽕>으로 2023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과 올해의 음악인 등 4관왕을 휩쓴 뮤지션, 동시대 K-POP의 대표주자 걸그룹 뉴진스의 곡들을 만든 프로듀서. 250(이오공) 프로듀서가 현재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보유 중인 수식들이다. 이에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코리안 판타스틱: 영화 + K-Pop’이란 프로그램으로 <뽕>의 메이킹 다큐멘터리 <뽕을 찾아서>를 상영하고 250 프로듀서와의 메가토크를 개최했다. 올해 영화제의 슬로건, ‘영화+’를 통해 영화와 영화제의 외연을 확장하려는 시도의 일부다. <씨네21>은 <뽕을 찾아서> 메가토크 현장을 찾은 후, 250 프로듀서와의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과거의 슬픔에서 벗어나고자 <뽕>을 만들었다는 그의 음악 지론은 비단 음악 만들기에만 국한되지 않을 모든 창작에 대한 자극제였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뽕을 찾아서> 메가토크
7월1일 한국만
BIFAN #4호 [기획] ‘뽕을 찾아서’ 250 프로듀서와의 만남, “뽕짝은 슬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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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럽지 않은 직장에 다니는 예비 신랑 카와무라(나카지마 유토)의 인생에는 구멍이 없다. 대신 구멍에 빠진다. 결혼식 전날, 성대한 축하 파티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맨홀로 추락한 것이다. 그러나 좌절은 잠시뿐, 기지 넘치는 20대 청년은 SNS에 도움을 요청하는 계정을 만들어 살 길을 모색한다. <#맨홀>은 스마트폰을 활용한 생존법으로 독자적인 길을 가는 탈출영화다. 장르적 긴장이 내내 이어지는 이 영화의 진짜 공포는 탈출 불가가 아닌 사이버공간에서는 타인이 쉽게 내가 될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서 온다. 소셜미디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현상에 관심을 둔 구마키리 가즈요시 감독은 <#맨홀>이 뻔한 좌충우돌 탈출기였다면 연출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한다.
-<#맨홀> 프로젝트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 영화 담당 프로듀서에게 제안받은 게 시작이었다. 오카다 미치타카라는 각본가가 지금 재밌는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데, 이 이야기의 연출을 맡아보는 게 어
BIFAN #4호 [인터뷰] ‘#맨홀’ 구마키리 가즈요시 감독 , 소셜 미디어의 명암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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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 오대수의 아역 배우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오태경(오태경)은 성인이 된 이후 카메라 앞에 설 일이 좀처럼 없다. 아쉬움과 좌절이 밀려들기 전, 그는 스스로 시청자를 찾아 나선다. 바로 ‘BJ리오(리틀 오대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의 호기심을 대신 해결해주는, 다소 가벼운 챌린지를 이어가던 중 어느 날 광화문에 선 말 없는 피켓남을 찾아가달라는 요청을 받게 된다. ‘좋아요, 댓글, 구독알람’이라는 뜻의 <좋.댓.구>는 유튜브 시청자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빠르게 전개한다. 구독자를 늘리기 위한 무명 유튜버의 몸부림은 일명 ‘관종 비즈니스’로 이어지고 곧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온라인 현상을 현실적으로 드러낸다. 이 여정을 거침없이 달려 온 박상민 감독과 배우 오태경을 만났다.
- <좋.댓.구>는 배우 오태경의 자전적 이야기로 시작한다.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부터 오태경 배우를 염두에 두었나.
박상민 기획 단계
BIFAN #4호 [인터뷰] ‘좋.댓.구’ 박상민 감독, 배우 오태경, 유튜브라는 하나의 사회현상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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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소녀> The Artifice girl
프랭클린 리치/미국/2022년/93분/부천 초이스: 장편
“헤이 시리, 옳은 것과 틀린 것은 어떻게 구분하지?” AI에게 많은 질문을 건네고 그에 대한 답을 구하는 디나(신다 니컬스)는 온라인 아동 포르노의 가해자를 추적하기 위한 AI 시스템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린 소녀의 영상 이미지를 활용한 AI 체리(테이텀 매튜스)는 초기 목적과 달리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능동적 단계로 발전하게 된다. 어느덧 10년의 시간이 흐르지만 인간보다 오래 생존하고 늙지 않는, 하지만 계속해서 시스템 발전을 거듭하는 체리를 두고 영화는 AI 활용에 대한 윤리의식이나 도덕적·규범적 책임을 다각도로 비추며 묻는다. A.I. 개발자는 이제 체리를 자신의 자식처럼 여긴다. 직접 만날 수도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존재와의 관계가 일상 곳곳에 스며들수록 갈등과 불안은 모순적으로 더 커진다. 이처럼 <A.I. 소녀>는 다양한
BIFAN #4호 [프리뷰] 프랭클린 리치 감독, 'A.I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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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받아줘> With Love and a Major Organ
킴 올브라이트/캐나다/2023년/92분/메리 고 라운드
생각할 필요도 없이 앱이 정해준 대로 살면 되는 근미래의 직장인 애나벨(안나 맥과이어)은 튄다. 느끼는 대로 행동하고 직접 인연을 맺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소원은 공원에서 무감각한 남자 조지(함자 하크)를 만나면서 이뤄진다. 여자는 첫 만남에 사랑에 빠지지만 애석하게도 남자는 여자와 같은 마음이 아니다. 자신에게 이별을 고하는 조지에게 애나벨은 자기 심장을 보낸다. 몸 안에서 펄떡펄떡 뛰는 진짜 심장을 말이다.
로맨틱 코미디 <내 심장을 받아줘>는 말 그대로 다채로운 영화다. 의상부터 공간까지 극에 쓰이는 모든 색을 창의적이고 치밀하게 조합해 독특한 분위기를 낸다. 심장을 꺼낼 때마다 뿜어져 나오는 오묘한 보라색이 대표적이다. 배우 애나 맥과이어의 유쾌하고 쓸쓸한 매력이 살아있는 연기는 이 영화의 강점으로 작용한다. 친구,
BIFAN #4호 [프리뷰] 킴 올브라이트 감독, '내 심장을 받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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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정해준 대로 살면 되는 근미래의 직장인 애나벨은 튄다. 느끼는 대로 행동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급기야 무감각한 남자 조지에게 사랑을 느끼고서는 자기 심장을 준다. 몸 안에서 펄떡펄떡 뛰는 진짜 심장을 말이다. 뮤직비디오와 광고 작업을 해온 킴 올브라이트 감독의 장편 데뷔작 <내 심장을 받아줘>는 반드시 서로여야만 하는 러브 스토리이자, 시니컬한 유머가 작품 도처에 널린 코미디 영화이고, 아들을 지키려는 어머니의 가족 드라마다. 화상 인터뷰 시작부터 환한 표정으로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 킴 올브라이트 감독에게 첫 장편에 관한 대화를 청했다.
- 극작가 줄리아 레더러가 쓴 동명의 희곡을 장편 데뷔작으로 선택했다. 원작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꼈나.
= 첫째로 이상하고 초현실적인 대안 세계란 배경이 마음에 들었다. 연극을 위해 만들어진 세계지만 그대로 영화에 가져와도 좋을 만한 세팅이었다. 둘째로 심장을 다루는 방식이 재밌었다. 신체 기관 중 일부가 아닌 하나의
BIFAN #3호 [인터뷰] ‘내 심장을 받아줘’ 킴 올브라이트 감독, “심장을 준다는 건 내 전부를 준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