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철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2018년 여름 임명 이후 다섯 번째 부천영화제의 문을 연다. 코로나19와 극장가의 위기, OTT 플랫폼의 성쇠를 모두 지켜보며 그는 “다른 영역과의 융합을 통한 영화의 확장을 시도해야 할 시기”라고 말한다. 동시대성을 반영한 영화의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는 신철 집행위원장의 말을 따라, 6월29일 개막을 앞둔 부천영화제의 면면을 미리 살펴보았다.
- 2018년 8월 집행위원장으로 위촉되고 벌써 5번째를 맞이했다. 지난 시간을 평가해본다면.
= 임명 첫해에는 이미 준비된 영화제를 진행한 터라 실질적으로 두 번째 해부터 의미가 컸는데 그때 딱 코로나19 시기와 맞물렸다. 당시 영화제에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제한된 상황에서 행사 진행도 어렵고 규모도 축소됐다. 그래서인지 영화제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게 지난해 이어 두 번째인 느낌이다. 코로나19 이후 OTT가 각광받으면서 영화계의 위기가 피부로 다가왔다. 사람들이 이제는 극장에 가지 않아도
BIFAN #1호 [인터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신철 집행위원장, “영화에 무엇을 더할지 고민한다”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가 27회를 맞았다. 박진형 부천영화제 프로그래머의 말처럼 “한 세대를 지나 새로운 시대를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이 세대교체의 중심에서 부천영화제의 다섯 프로그래머는 영화, 그리고 영화제의 범위를 고민하고 있다. 올해 영화제의 슬로건인 ‘영화+’가 주지하듯 K-콘텐츠와의 연계, 고전 작품들의 복원, 다양한 산업 프로그램의 성장 등 여러 방면에서 부천영화제의 외연을 넓히는 것이다. 이는 영화제의 존재 당위와 기능을 골똘히 살피는 프로그래머진의 애정 덕분이다. 아시아권 영화를 담당하는 김영덕 수석 프로그래머를 비롯해 각각 영미권·한국권·유럽 및 기타권역 영화, XR 큐레이션을 맡고 있는 남종석, 모은영, 박진형, 김종민 프로그래머를 만나 이야기 나눴다.
- 부천영화제가 시작하려 하니 귀신같이 날씨가 더워졌다.
박진형 영화제 기간에 장마가 겹치기도 하는데 오히려 좋다고 생각한다. (웃음)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 아리 애스터의 <
BIFAN #1호 [인터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 인터뷰
-
<보 이즈 어프레이드> Beau is Afraid
아리 애스터/ 미국, 영국, 핀란드, 캐나다/ 2023년/ 179분/ 개막작
<유전> <미드소마>로 자기만의 독특한 호러 공식을 완성한 아리 애스터 감독의 신작이다. 지독한 편집증을 앓는 보(호아킨 피닉스)는 집착적인 성향의 어머니(패티 루폰)에게 순종적인 중년 남성이다. 어머니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비행기를 예매했지만 집 열쇠와 캐리어를 잃어버리면서 모든 계획이 무산된다. 보의 연락을 받고 “그래서 못 오냐”는 질문만 되새기는 어머니는 아들의 사정엔 관심이 없다. 디스토피아 혹은 망상 장애의 한축으로 보이는 보의 세상은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그를 공격하려는 사람으로 넘쳐난다. 보가 타인을 향해 공격 태세를 갖추기보다 시종일관 두려워하고 피하고 도망가기 바쁜 이유이기도 하다. 일련의 사건으로 교통사고를 당하며 그레이스(에이미 라이언) 집에 머물게 된 보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충격적인
BIFAN #1호 [프리뷰] 아리 애스터 감독, '보 이즈 어프레이드'
-
<돌을 찾아서>는 이상한 영화다. 러닝타임 내내 벌어지는 일이라고는 흥미로운 볼거리를 찾기 위해 교외 마을을 찾은 여행사 직원이 물수제비를 뜨는 남자와 매우 건전한 놀이를 하다가 헤어지는 것뿐이다. 그런데 이 영화가 가진 신묘한 긴장감은 보는 사람이 의심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대상은 제작비가 200만엔 정도로 추정되는 <돌을 찾아서>에게 돌아갔다. 아마 원래 만들고 싶었던 작품의 그림을 끝까지 밀어붙인 감독의 소신과 독창성을 높이 평가한 결과일 것이다. <돌을 찾아서>가 대상의 주인공으로 호명된 직후, 아직 얼떨떨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던 타츠나리 오타 감독을 만났다.
- 먼저 대상 수상을 축하드린다. 결과를 예상했나.
=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국제경쟁 섹션의 다른 작품들이 <돌을 찾아서>보다 예산도 훨씬 높고 퀄리티가 높았기 때문에 수상은 좀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설마 이렇게 상을 받게
JEONJU IFF #8호 [수상작 인터뷰] ‘돌을 찾아서’ 타츠나리 오타 감독, 새로운 발견이 곧 영화의 리듬이 된다
-
-
고독은 태생적이다. 특히 도시의 분주함과 복잡성은 인간의 소외감을 증폭시킨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각자의 일과 예술을 하며 살아간다. 아르헨티나 코르도바에서 촬영한 <구름에 대하여>는 구름처럼 흐르는 인생의 속성을 탁월하게 포착하는 작품이다. 마리아 아파리시오 감독의 전작 <거리>(2016)가 아르헨티나 남부 파타고니아 지역에 사는 어부의 삶을 담았다면, <구름에 대하여>는 실제 감독의 고향 코르도바로 무대를 옮겨 좀더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에 주목한다. “아르헨티나를 벗어난 곳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는데, 이렇게 상까지 받을 줄 몰랐다.” <구름에 대하여>가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부문 작품상을 받은 직후 영화를 연출한 마리아 아파리시오 감독을 만났다.
- 영화의 배경인 아르헨티나 코르도바에서 실제 자랐다고 들었다.
= <구름에 대하여>를 만들기로 처음 결심한 것은 5년 전이다. 2016년 완성한 첫
JEONJU IFF #8호 [수상작 인터뷰] ‘구름에 대하여’ 마리아 아파리시오 감독, 매일 보는 구름이 그렇듯 삶 또한 흘러간다
-
믿었던 사랑에 배신당한 지수(김재경)는 이별 후 아파트 쓰레기장에서 쓰레기봉투를 뒤져 봉투의 주인을 파악한 후 다시 내다 버린다. 흡사 프로파일링과 같은 과정으로 상대를 엿보는 지수의 눈에 정체 모를 봉투의 주인, 우재(현우)가 들어온다. <너를 줍다>는 고령화 사회의 이면을 깊이 파고든 <욕창>(2020)으로 화제를 모았던 심혜정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너를 줍다>가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 CGV상과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을 모두 수상하는 2관왕의 쾌거를 거두기 하루 전, 4년 만에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은 심혜정 감독과 처음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은 배우 김재경을 만났다. 인터뷰에 앞선 사진 촬영부터 서로를 살뜰히 챙기는 데 여념이 없던 둘은 인터뷰 중에도 다감한 리액션을 아낌없이 교환하며 서로를 향한 두터운 신뢰를 자랑했다.
- 심혜정 감독은 지금까지 자전성을 반영한 창작 각본으로 영화를 만들어왔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하성란
JEONJU IFF #8호 [수상작 인터뷰] ‘너를 줍다’ 심혜정 감독, 김재경 배우, 모두에게 도전이었던 영화
-
중학교 교사인 도경(전석호)은 현장학습에서 물에 빠진 반 학생을 구하다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다. 홀로 남게 된 그의 아내 명지(박하선)는 집안 곳곳에서 도경의 기억을 맞닥뜨리고, 슬픔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폴란드 바르샤바로 향한다. 동명의 김애란 원작 단편소설로 시작된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사회적 사고 이후 남겨진 유가족의 슬픔을 물에 빠진 아이의 주변인과 아이를 지키려던 교사의 가족, 두 가지 축으로 보여준다. 누구도 탓할 수 없지만 누구든 탓하고 싶은 원망 속에서 사람들은 끝끝내 안개 속을 걸어 나온다. 어떤 터널에도 끝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며 사람들을 위로하는 영화의 중심을 김희정 감독과 함께 들여다봤다.
-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가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이하 전주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었다. 소감이 궁금하다.
= 내게 전주는 가족 같은 곳이다. 2006년에 작업한 <열세살, 수아>를 대부분 전주에서 촬영했고,
JEONJU IFF #8호 [폐막작 인터뷰]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김희정 감독, "도시가 슬픔을 애도하는 방식은…"
-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대상의 영예는 신동민 감독의 두 번째 장편 <당신으로부터>에게 돌아갔다. 첫 장편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가 동일 부문 대상에 선정된 이후 3년 만이다. 이로써 신동민 감독은 해당 대상을 2회 수상한 최초의 감독이 됐다. <당신으로부터>의 형식과 내용이 전작과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이 의미 있는 족적이다. 먼저, 실제 신동민 감독의 어머니 김혜정 배우가 다시 등장한다. 신동민 감독이 직접 출연하여 모자 관계를 연기하기까지 한다. 다만 <당신으로부터>에 연기라는 단어를 무턱대고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3부엔 신동민 감독이 실제로 겪었던 아버지의 상실, 전작에서 경험한 어머니와의 영화 촬영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 2부에서도 신동민 감독의 주변인들이 각자의 일상을 영화 속에 녹여낸다. 시상식 직후의 신동민 감독은 들뜬 맘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본인의 연출론을 진중히 읊어냈다.
- 3
JEONJU IFF #8호 [수상작 인터뷰] 한국경쟁 대상 '당신으로부터' 신동민 감독 , 아버지를 기억하는 증언집
-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김희정/한국, 폴란드/2023년/104분/폐막작
중학교 교사인 도경(전석호)은 현장학습에서 물에 빠진 반 학생을 구하다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다. 홀로 남게 된 그의 아내 명지(박하선)는 집안 곳곳에서 도경의 기억을 맞닥뜨리고, 슬픔의 그늘로부터 벗어나고자 사촌의 집이 잠시 비어 있는 폴란드 바르샤바로 향한다. 이역만리 머나먼 곳으로 피신을 시도했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도경과 함께한 모든 순간이 오감에 저장되어 머릿속에서 예고 없이 재생되기 때문이다. 바르샤바에서 유학 중인 대학 동창 현석(김남희)을 만난 명지는 도경과의 추억을 끄집어내는 그에게 사실을 전하지 못하고 회피하기 급급하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과 진실을 알지 못한 사람은 서로의 오해를 정답 삼으며 어긋난 방향으로 나아가지만 명지는 바르샤바가 간직한 진정한 의미의 애도를 경험하며 깊은 위로를 얻고 감정적 소강에 이른다.
김애란 소설가의 동명 단편소설을 영화화한
JEONJU IFF #8호 [프리뷰] 김희정 감독,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
<오키쿠와 세계>는 사카모토 준지 감독의 예외적인 작품이다. 지금껏 그의 스타일로 명명되던 강렬함, 거침 대신 섬세함, 따스함의 감성이 가득하다. 시대 배경은 19세기 중반 일본의 에도 시대다. 주인공 셋은 인분을 수거하여 농사꾼들에게 되파는 분뇨업자 청년 야스케와 추지, 그리고 쇠퇴한 사무라이 가문의 외동딸 오키쿠다. 당대 사회에서 하층 계급에 속하던 이들은 경제적 빈곤, 구조적 차별, 가족의 상실을 겪으며 고된 삶을 이어간다. 그러나 <오키쿠와 세계>는 절망보다 희망을 택한다. 이러한 곤궁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과 희망의 가능성이 작품을 뒤덮는다. 90년대 이후 일본의 주요 감독으로 손꼽히며 한국과도 각별한 연을 이어오던 사카모토 준지 감독이 공식 일정으로는 처음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았다.
- 그간 한국을 자주 찾아오긴 했으나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은 처음이다.
= 이전에도 몇 번 초대받긴 했는데 항상 촬영 일정과 겹치더라. 아쉬웠다. 전주에 온 솔직한
JEONJU IFF #7호 [인터뷰] '오키쿠와 세계' 사카모토 준지 감독,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의 희망
-
일반적으로 영화는 ‘보는’ 매체다. 영화를 감상한다는 것은 스크린에 투영되는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인지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삼사라>엔 ‘보아서는’ 안 되는 15분의 시간이 있다. 영화의 중반, 눈을 감으라는 영화의 권유를 따르고 나면 완전한 어둠 속에서 섬광들의 점멸과 자연의 소리만을 느끼게 된다. 이를 통해 <삼사라>가 체험하게 만드는 것은 티베트 불교에서 말하는 ‘바르도’, 이른바 생과 사의 중간에 있는 세계다. 2013년 이후 꾸준히 전주를 찾고 있는 로이스 파티뇨 감독은 언제나 새로운 영화 언어, 새로운 감각의 지평을 꿈꾼다. 자연 풍광의 이미지에서 시간의 흐름을 포착하던 그의 시선은 이제 인간의 표정과 생기에도 집중하기 시작했다. 올해 전주시네마프로젝트의 선정작이기도 한 <삼사라>는 올해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의 인카운터스 부문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 공식 일정으로만 한국에 5번 넘게 방문했다. 특히 전주국제영화제에는 꾸준히
JEONJU IFF #7호 [인터뷰] '삼사라' 로이스 파티뇨 감독, 눈을 감고 떠나는 영화적 모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