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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길을 버리고 ‘사이다’의 이면을 살핀다, <베테랑2> 칸영화제 첫 반응
김혜리 임수연 조현나 2024-05-22

<베테랑>의 9년 만의 속편이 5월20일(현지 기준) 제77회 칸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됐다. “액션신과 곳곳에 있는 유머 코드를 잘 집어내는 최고의 감독 류승완”(독일 배급사 스플렌디드 이사 마르코 몰러스)이 “놀라운 세트피스, 잘 구성된 스토리, 그 중심에 있는 사회적 이슈, 버스터 키튼에게 경의를 표하는 몇 개의 시각적 개그”(<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를 보여줬다는 반응이다. 칸영화제 현지에서 <씨네21> 기자들이 보내온 <베테랑2> 첫 반응을 전한다.

베테랑2 스틸

김혜리 기자

세고 독한 형사 히어로가 주도하는 ‘사이다’ 액션 영화로 <범죄도시>가 있기 전에 <베테랑>이 있었고 더 거슬러 <공공의 적>이 있었다. <베테랑>에서 약자를 편드는 한국 민중의 근본적 선의를 뒷배 삼아 응징의 카타르시스를 폭발시켰던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2>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듯 ‘사이다’라는 표현의 이면을 살핀다. 주인공 형사(황정민)는 절대선일까? 좋은 폭력, 좋은 살인이 있을까? 법을 영웅이 대체할 때 그가 정의로운지는 누가 판단할까? 서도철 형사의 내적 성장을 일으키는 일련의 사건들은 예측 가능한 서사로 전개돼 서스펜스는 약한 편, 법을 믿지 않는 ‘자력구제’가 OTT물에서 근래 자주 다뤄졌다는 사실도 참신함을 반감시킨다. 대신 1편보다 길고 강력하고 생동감 넘치는 액션 시퀀스, 원 가해자들을 응징하는 폭력 장면이 전체 주제와 상충되지 않도록 고민한 연출이 <베테랑2>의 내공과 미덕이다. 초반에 톤과 리듬을 잡은 다음 주저없이 몸을 날려 올라타 2시간을 달리는 영화, 동시대를 사는 감독이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꽉 차게 눌러담은 류승완 표 영화가 맞다.

베테랑2 스틸

임수연 기자

<베테랑> 속편 제작과 정해인 캐스팅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 아마 많은 이들이 조태오를 잇는 빌런 캐릭터의 탄생을 기대했을 것이다. <베테랑2>는 의도적으로 이미 검증된 쉬운 길을 버린다. 서도철(황정민)이 잡아야 하는 연쇄 살인범 ‘해치’는 최근 <모범택시> <빈센조> <비질란테> 등에서 이어지는 ‘다크 히어로’들을 계승한다. 9년 전 <베테랑>은 현행 법 체계를 충실히 이용한 형사가 재벌 3세를 합법적으로 체포하며 사건을 해결했지만 지금 사회는 사법 시스템이 말하는 정의구현을 믿지 않는다. 언론과 권력층을 향한 불신의 반작용으로 정치 유튜버와 온라인 커뮤니티의 여론을 더 신뢰하기도 한다. <베테랑2>의 서도철이 진정 다투는 적은 사법제도가 자경단의 방식보다 낫다는 것을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자기모순이다. 액션 장르영화로서 액션이 가능한 세계를 조직하는 정당성을 확보하되, ‘도파민’의 시대에 경중을 울리는 작품이 정작 범죄를 자극적으로 소비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조현나 기자

변화는 불가피했다. 전작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베테랑2>은 서도철 형사에게 가족 서사를 더해 입체성을 강화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서도철 중심의 시리즈물로서의 확장 가능성까지 증명했다. 새 출발점에서 막내 형사 박선우, 즉 정해인의 투입 또한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세대와 액션 스타일, 가치관까지 다른 서도철과 박선우은 서로의 관계를 디테일하게 지켜보며 극을 끌고 나간다. 전편과는 별개의 매력으로 관객에게 소구 가능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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