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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시대 충무로 3인방 [4] - 차승재

우노필름 대표 → 싸이더스 부사장 차승재

국제 프로젝트 1, 2호 나가신다

무엇을 꿈꾸고 있나

우노필름 대표에서 싸이더스 부사장으로 직책이 바뀌었지만 차승재씨는 변함없이 “나는 영화제작자일 뿐”이라고 말한다. 본인의 표현을 빌리면 차승재씨는 비유컨대 공장장이 된 것이다. 냉장고 하나 사는 일까지 직접 나서야 했던 우노 시절과 달리, 전문경영인이 관리를 전담하게 돼, 프로듀서 일에 전념할 수 있는 지금이 차라리 마음 편한 점이 있다고 한다. 충무로를 놀라게 한 로커스와 우노의 합병도 영화를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차승재씨의 변. 엔터테인먼트의 산업화가 한국이 제일 뒤져 있어 이 상태로는 외국 엔터테인먼트회사가 침투할 경우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것. 만일 외국계 매니지먼트회사에 사정해야 배우 캐스팅이 가능한 상황이 온다면 영화 만들기 자체가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싸이더스가 영상콘텐츠와 매니지먼트를 겸하는 것도 그런 이유. 요컨대 기업을 못하면 영화도 못하는 상황에서 내린 결론이라는 것이다.

차승재씨가 오랫동안 품어왔던 꿈은 동아시아 영화블록을 주도하는 프로듀서가 되는 것. 할리우드에 가서 성공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지만, 국내용에 머무르는 건 성에 차지 않을뿐더러 자연스런 도태의 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동아시아 영화시장의 국가간 경계가 급격히 허물어지고 있고, 그 중심이 한국으로 옮겨오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영화산업 규모로는 일본이 압도적으로 크지만, 기획력에선 한국이 이미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것. 우노필름의 <유령>을 보고 일본 프로듀서들은 “우리라면 엄두를 못낼 일”이라며 감탄하고 있는 형편이다. 적어도 영화산업의 활력이란 면에선 한국이 절대적 우위에 있다. 특히 중국까지 열리면 동아시아 영화블록은 할리우드가 부럽지 않을 정도의 대규모 영화시장이 형성된다. 차승재씨는 <무사>(김성수 감독) <봄날은 간다>(허진호 감독)를 국제 프로젝트의 시험대로 보고 있다.

또 한가지 중요한 건 미디어환경의 급변에 맞춰 제작을 다양화하는 일. 무엇보다 디지털이 콘텐츠간의 경계를 무너뜨림으로써 영화가 영상이라는 큰 카테고리로 진입하고 있다. 또한 최근 통과된 통합방송법안에 의해 방송과 영화의 거리가 급격히 좁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극장 개봉영화를 영화산업의 중심에 놓는 사고에서 벗어나 온라인, 오프라인 전체를 아우르는 제작시스템을 갖추는 게 시급하다는 게 차승재씨의 판단이다. 즉 극장 개봉영화뿐 아니라, 갖가지 방송용 영상물 제작능력까지 갖추겠다는 것. ILM 같은 특수효과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도 염두에 두고 있다. <유령> 때 체험했듯, 국제적으로 먹힐 수 있는 영화제작엔 특수효과 능력의 제고가 필수적인데, 이를 스스로 구비하는 길 외엔 다른 방도가 없다.

2000년, 무엇을 할 것인가

일단 합병 때문에 소홀했던 개별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에 시간을 많이 할애할 예정. 흥행 홈런을 염두에 두고 제작 준비중인 <무사>, 일본·홍콩에서 호의적 시선을 얻고 있는 <봄날은 간다>를 명실상부한 국제 프로젝트로 만들어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또 하나는 싸이더스 창립에 따른 후속 비지니스.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사업영역을 지금보다 더욱 다각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영화 분야에선 20억가량의 수익을 올릴 계획.

무엇이 문제인가

차승재씨가 로커스와의 합병에 몰두한 최근 8개월 동안 제작된 두 영화가 모두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행복한 장의사>는 악조건 속에서도 선전했고, <플란다스의 개>는 흥행성적에 관계없이 감독의 뛰어난 잠재력을 확인했다는 자평이지만, 최근 2, 3년간, 만드는 영화마다 관객의 뜨거운 지지와 비평적 호의를 동시에 얻은 우노필름의 성가를 떠올리면, 왜소한 성과라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제작편수가 올해엔 5편으로 늘어난 것과, 차승재씨가 당분간 후속 비지니스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노 시절의 흥행불패 신화가 단기간에 재래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첨단기업의 조직적 마인드와, 혁신적 상업영화를 추구해온 차승재씨의 마인드가 얼마나 조화를 이뤄가느냐도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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