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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석의 씨네콜라주] 공각기동대 II - Ghost In the Street

기업의 네트가 별을 덮고, 전자와 빛이 뛰어다니며, 국가나 민족이 사라져버릴 정도로 정보화해 있는 근미래. 신기술을 이용한 고도의 살상과 파괴 행위가 만연하자, 동아시아의 어느 가상국가에서는 사이버 네트와 공안관계의 특수테러를 전담하는 경찰 조직인 속칭 ‘공각기동대’를 창설하게 된다. 이 조직은 몸의 상당 부분을 기계로 대체한 반인 반로봇의 특수요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인간의 의식을 조종해 세계를 지배하려는 인형조종사와 맞서 일전을 벌이게 된다. 이들의 노력으로 인형사의 음모는 분쇄되지만, 대원들 중 대다수가 심각한 신체적 손상을 입고 만다.

“바트, 팔다리가 없으니 시원하겠군.” 부상 병동에 누워 있는 토그사는 낄낄거리며 말을 걸지만, 자기의 아랫도리도 완전히 날아가버리고 만 신세다. 바트 역시 입만은 멀쩡하다는 걸 보여준다. “너희 마누라가 좋아하겠어. 이혼할 확실할 핑계가 생겼으니 말야.” “무슨 소리야. 이제 최신형 아랫도리로 ‘빠방’하게 장착할 텐데. 아마 매일 밤 죽여달라고 달려들걸.” 바트는 무슨 생각이 났는지, 허리의 근육을 튕겨 몸을 일으키더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근데, 이번의 타격은 너무 컸어. 뇌세포까지 망가진 녀석들도 많다던데.” 토그사는 관심없다는 듯 침상 위에 걸려 있는 모니터에서 포르노 채널을 돌려보며 대꾸했다. “다 자기 팔자지, 뭐. 나도 이젠 보상금으로 몸 고치고 정부 연금으로 살아갈 거야. 이 일도 지긋지긋해.” 그러다, 토그사는 놀란 듯 소리질렀다. “뭐야, 이거? 바트 이것 좀봐.” 토그사는 바트쪽으로 모니터를 급히 돌렸다.

뉴스였다. “오늘 자정을 기해 정부는 자기 파산 선언을 했습니다. 이로 인해∼.”

모든 것이 끝장이었다. 대원들은 정부로부터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길거리로 쫓겨나게 되었다. 그러나 이들의 운명을 거둬준 구세주가 있었으니, 바로 인형사였다. “정부는 전복되었으니, 이제 새로운 복지 사업이 나의 목표입니다.” 인형사는 보이지 않는 입으로도 대원들을 손쉽게 설득했다. 팔다리가 잘린 대원들의 새로운 직장은 지하도, 역 앞, 시장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었다. 그들이 하는 일은 매우 간단했다. 하루종일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사람들이 동전을 던져주었고, 밤이 되면 인형사의 버스를 타고 기숙사로 돌아오면 되는 것이었다. 그들은 앵벌이 사업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튼튼한 기계몸은 어떤 더위와 추위도 쉽게 이길 수 있었고, 불쌍한 장애자의 외형은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뇌회로가 완전히 망가져 똑같은 말만 반복하는 대원은 지하철로 보내져, “죄송합니다∼ 제가 몸이 아파서∼”라며 구걸을 하는데, 하루에 수천번씩 같은 말을 반복해도 전혀 질리지 않고,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아무런 수치감을 느끼지 않는 발군의 재능을 발휘하게 되었다. 인형사는 이들에게 가짜 기억을 주입해, 실제로 엄청난 비운의 사연을 겪어왔다고 착각하도록 만들어 연기의 리얼함을 가중시켜 주었다. 이들은 ‘다리 없는 기동대-공각기동대(空脚機動隊)’로 변신한 것이다.

그렇다면 주인공 쿠사나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가장 치명적인 손상을 입은 그녀는 마지막 순간에 겨우 의식을 카피해낼 수 있었다. 인형사는 그녀를 위해 소녀의 몸을 구해 의식을 옮겨주었지만, 그녀는 앵벌이 사업에 참여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녀는 의식까지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지금, 나는 과연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깊은 철학적 회의에 빠졌다. 소녀의 몸으로 재생한 그녀는 이름도 ‘도나기’로 바꾼 뒤, 사이보그들에게 인생을 다시 돌아보도록 설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삽시간에 그녀를 추종하는 신도들이 생겨났는데, 이들은 그녀의 가르침을 전파하고자 길거리를 다니며 말을 걸곤 했다. “혹시 ‘도나기’에 관심있으십니까?”

등장인물

쿠사나기: 공각기동대의 핵심대원. 사고로 몸을 잃고 소녀의 몸으로 재생한다. 이후 이름을 ‘도나기’로 바꾼다.

인형조종사(인형사): 코드명 “Project 2501”. 외무부가 외교상의 음모를 위해 만들어낸 프로그램으로 스스로 의식을 깨달은 뒤 정부에 대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