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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여왕, 산 관객을 움직이다
2001-08-07

죽은 '산적들의 여왕'이 살아있는 인도관객을 움직이고 있다.

지난 7월 25일 집앞에서 복면을 한 괴한한테 암살된 풀란 데비의 일생을 다룬 <밴디트 퀸>(1994)에 관객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는 것. 영화를 상영중이던 인도의 루크노 극장은 애도 관객이 몰려들자 연장상영을 고려하고 있다.

'산적들의 여왕'(밴디트 퀸)으로 불렸던 인도의 혁명가 풀란 데비의 38년 삶은 파란만장하다. 천민 출신으로 11살에 민며느니로 팔려갔다 남편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도망친 그녀는 촌장 아들의 접근을 거절했다가 누명을 쓰고 체포된다. 그녀는 경찰에게 강간당하고 갱단에 넘겨져 두목에게 또다시 학대당한다. 보다못해 두목을 죽여버린 부두목과 사랑에 빠지지만, 그 역시 살해되고 만다. 이후 풀란 데비는 자신의 갱단을 조직, 지주들과 맞서는 의적이 된다.

그때 나이 23살. 그때 얻은 칭호가 '꽃의 여왕'과 '약탈의 여왕'이었다. 지난 1981년, 자신을 강간했던 상류층 남자 22명을 살해한 혐의로 10년간 복역한 뒤 정치에 투신했다. 96년 천민계급 정당을 표방하는 사마즈와디당 하원의원에 당선, 99년 재선되었다.

풀란 데비의 암살 소식을 접한 인도전역은 큰 충격에 빠졌다. 나라야난 대통령도 "그의 일생을 압제와 착취에 대항한 반란과 성공적인 저항의 역사였다"는 애도성명을 발표했다. 7월 27일 체포된 2명의 암살 용의자는 지난 81년의 살해사건에 대한 복수로 이번 암살을 저질렀다고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밴디트 퀸>은 인도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 때문에 인도 내에서는 한동안 상영금지되기도 했지만 94년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었고, 그해 <타임>이 선정한 10대 영화에 오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