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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주국제영화제 정수완 프로그래머
사진 이혜정김나형 2006-04-27

“과거의 영화를 발굴하고, 미래의 작가를 키워낸다”

정수완 프로그래머

정수완 프로그래머는 2003년부터 시작하여 4년째 전주영화제와 동고동락해왔다. 올해로 7돌을 맞은 전주영화제는 그런 그에게 각별한 보람을 안긴 모양이다. 국내와 해외의 반응이 올 들어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처음 해외에 나갔을 때는 외국인들의 시선이 매우 차가웠다. 수급하고 싶은 프린트가 있어도 못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올해 출품작들을 보면 우리도 깜짝 놀랄 정도다. 작품이 훌륭해 경쟁 쪽으로 돌린 것도 세 편이나 된다. 국내 매체들도 부쩍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예매율도 높다.”

그는 이런 성과를 운영진과 관객에게 돌린다. 프로그램만 좋다고 좋은 영화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관객과 만나는 방법이 훌륭해야 한다. 영화의 거리에 영화제 인포메이션 센터를 만든 것을 비롯해, 전주는 운영 면에서도 많이 좋아졌다. 영화제 성격은 변하지 않았는데 관객의 반응이 높은 걸 보면 ‘어렵다’는 관객들의 선입견도 덜해진 모양이다.”

관객을 성장시키는 일과 함께 중요한 것은 가능성 있는 신인 감독과 그의 영화를 발굴하는 것이다. 작년 전주영화제 디지털 스펙트럼에서 소개된 뒤 미국에서 개봉되어 주목을 받았던 중국 여성 감독 리우 지아 인의 <우피>는 그 단적인 예가 되어 준다. 그가 전주영화제의 메인 섹션인 인디비전과 디지털 스펙트럼에 매번 신경을 쓰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이 두 섹션은 신인 감독에게 “방점을 찍어주어 10년 후에는 큰 감독이 될 수 있게” 하는 소중한 자리가 되어준다.

미래의 작가 뿐 아니라 과거의 영화도 중요하다. “한국이 다양한 영화 역사와 접한 것은 길어야 10년이다. 쿠바나 아프리카, 덴마크의 영화들은 우리에겐 ‘비어버린 역사’다.” 부산영화제가 아시아 영화로 자리를 잡았다면 마이너 지역의 영화에 주목하는 것은 전주영화제의 정체성이다. 쉬운 길 대신 닦이지 않는 길을 가는 그의 걸음은 우리를 더 다양한 영화들로 이끌고 있다.

내가 관객이라면 이 영화 본다, 정수완 프로그래머의 상영작 BEST 10

마데이누사(클라우디아 로사, 2005) 10년 후를 기대하게 하는 페루 여성 감독의 영화. 민족학적으로 접근하는 듯 시작하여 강한 여자 영화로 이끌어가는 힘이 놀랍다. 아름다운 천연(츠보카와 다쿠시, 2005) 감독이 여러 직업을 거치면서 얻은 음악·연극 등의 다양한 요소들이 영화 속에 응축되어 있다. 연애의 기술(칸 루메, 2005) 시종일관 흔들리는 카메라가 점점 심화되어 가는 남녀의 관계를 담아낸다. 노동자의 죽음(미카엘 글라보거, 2005) 노동자 문제를 다룬 영화는 많지만 이만큼 감동과 충격을 안기는 작품은 흔치 않다. 꼭 추천하고 싶은 영화. 사이에서(이창재, 2005) 굿을 화면에 담아낸 방식이 소재에 접근하는 감독의 진지함을 느끼게 한다. 진지함은 감동으로 전환된다. 구름에 가린 별(리트윅 가탁, 1960) 멜로 드라마의 구조 속에 감독이 항상 생각해온 고향과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기나긴 이별(키라 무라토바, 1971) 화면 속의 물체들이 말을 걸어온다. 영상이 주는 감동이 이야기를 초월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편지(리브 슈라이버, 2005) 유태인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는 영화. 그들도 살아남기 위해 힘들게 살아왔음이 전해진다. 기지의 아이들(가메이 후미오, 1953) 군사 기지가 주변 마을의 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아이들을 통해 보여준다. 사이트 스페시픽 3부작(올리보 바르비에리, 2004~5) 로마, 라스베가스, 상하이 세 도시를 헬기의 눈으로 바라본다. 말 그대로 장관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