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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광주국제영화제 추천작 퍼레이드 [3]

2.35:1의 미학, 와이드스크린 특별전-원초적 시네마의 매혹

<괴담>

시네마스코프의 탄생은 텔레비전의 상업적 도전에서 비롯됐다. 1950년대 들어서자 미국의 텔레비전 문화는 극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았고, 할리우드는 그 타개책으로 영사화면의 크기와 비율을 혁신한다. 그중, 이십세기 폭스사에서 만들어진 2.35:1 비율의 시네마스코프는 곧 와이드스크린의 대명사가 되었다. 최초의 시네마스코프영화 <성의>(1953) 이후 할리우드는 주로 스펙터클 장르에 이 장치를 활용했다. 그래서 역사물, 전쟁영화, 서부영화, 뮤지컬, 코미디 등에 많이 사용됐다. 상업적인 목적에서 시작했지만 시네마스코프의 활용은 곧 미학에도 영감을 주었다. 이번 13편의 ‘와이드스크린 특별전’ 상영작들은 원초적인 영화보기의 감각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어떻게 작가들이 그 기술과 조화를 이루었는지를 보여주는 목록이다.

프랑스의 비평가들이 추앙하기 전까지 그저 그런 상업영화 감독 정도로 여겨졌던 니콜라스 레이는 시네마스코프의 대단한 활용가였다. 이번 상영작 중 <실물보다 큰>(1956), <파티 걸>(1958)이 그의 작품이다. <실물보다 큰>은 평범하게 살아가던 한 남자가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미친 듯이 약에 취해 점점 과대망상의 범죄자로 변해간다는 내용의 영화다. 니콜라스 레이는 세트 및 색채를 절묘하게 조화시켜 독창적인 시네마스코프 화면을 만들어낸다. 한 변호사가 우연히 댄서를 만나게 되면서 점점 더 사건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영화 <파티 걸>에서도 그 점은 빛을 발한다. 이 영화는 멜로드라마적 감수성과 필름누아르의 형식미를 함께 보여준다.

<천국이 허락한 모든 것> <바람결에 씌어진> 등으로 고전적 멜로드라마의 한축을 만든 더글러스 서크의 영화 <사랑할 때와 죽을 때>(1958)는 전쟁의 스펙터클을 보여주는 동시에 멜로드라마의 스토리를 담는다. 독일 병사 에른스트는 러시아와의 전쟁 중 겨우 휴가를 얻어 고향을 찾는다. 그러나 집은 불타 없어진 지 오래다. 우연히 엘리자베스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힘든 시대는 그들의 사랑을 쉽게 이루어지게 놔두지 않는다. 더글러스 서크의 멜로드라마에 흠뻑 취해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목록이다.

시네마스코프는 스펙터클 장르영화를 터전으로 삼은 할리우드 배경의 감독들에게만 유용했던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효시로 인정받는 <강박관념>(1942)으로 데뷔한 이후 <베니스에서의 죽음> <루드비히 2세> 등 치명적인 매혹의 화면을 만들어낸 이탈리아 감독 루키노 비스콘티에게도 시네마스코프는 유용한 장치였다. 이번 상영작 <레오파드>(1963)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이 영화는 19세기 국가통일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이탈리아 시실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시대의 힘에 밀려 점점 더 몰락해가는 귀족계급의 씁쓸한 마지막을 그려내기 위해 루키노 비스콘티는 꼼꼼하게 의상과 풍습 등을 재현해낸다. 유미주의적 역사극이 웅장한 화면 안에 담겨 있다.

한편, 일본 작품 두편 역시 눈길을 끈다. 2시간44분짜리 영화 고바야시 마사키의 <괴담>(1964)은 옛날부터 전해오는 일본의 괴담 4가지를 들려주면서 긴 러닝타임을 잊게 한다. 마치 귀신이 날아다니고, 피가 흐를 듯한 느낌을 주지만 원색의 이미지들과 기묘한 이야기 구성은 아름다움마저 선사한다. <괴담>은 기괴한 이야기들의 연쇄 속에서 미학을 발견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고바야시 마사키의 이 영화는 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또, 나루세 미키오의 <여자가 계단을 오를 때>(1960) 역시 매혹적인 화면을 선보인다. 나루세 미키오의 히로인이라고 불릴 만한 다카미네 히데코가 긴자거리에서 호스티스로 일하는 여주인공 게이코로 등장한다. 영화의 제목처럼 1960년대 일본의 사회 안으로 들어서는 여성의 전환기를 시네마스코프 화면으로 잡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