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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광주국제영화제 추천작 퍼레이드 [4]

상하이의 조선인 배우-김염 회고전

조선 열혈 영화인과의 조우

<일전매><대로>(위부터)

광주영화제는 1930년대 상하이에서 활동을 하며 명성을 떨친 조선인 배우 김염(1910∼83)의 회고전을 마련한다. 의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2살 때 북만주로 이주한 김염은 무협영화 감독 허우야오를 찾아 1927년 17살의 나이에 상하이로 건너간다. 몇편의 엑스트라 생활을 거친 뒤 손유 감독의 <풍류검객>(1929)으로 주연 데뷔한 김염은 봉건제하에서 신분 차이로 슬픈 사랑을 하게 되는 두 남녀의 영화 <야초한화>(1930)에서 부유한 음악학도 역을 맡아 유명세에 오른다. 이 영화에서 당대의 유명한 여배우 완령옥은 김염의 상대역인 꽃파는 처녀로 등장했다. 그뒤로 김염은 상하이를 대표하는 배우로서 1930년대를 풍미했고, 당대 식민치하의 조선인들에게도 상징적 위안을 주었다. 일본군의 상하이 점령 뒤에는 홍콩으로 다시 이주하여 항일영화 <장공만리>(감독 손유)에도 출연했다.

이번 광주영화제는 그의 1930년대 대표작 6편과 1950년대 한 작품을 포함, 총 7편을 상영한다. <일전매>(1931)에서 김염은 육사 장교에서 우여곡절 끝에 빈민을 돕는 의적단 일전매의 우두머리가 된다. 한 청춘남녀의 슬픈 인연을 그린 <도화읍혈기>(1932)에서는 완령옥과 함께 출연하여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부유한 미술학도로 등장하는 <들장미>에서는 당시의 소녀 스타 왕런메이와 함께 연기했다. 이미 이때부터 일부 잡지는 김염을 두고 ‘영화 황제’라고 칭했다. 1933년 <모성지광>에서 김염은 혁명가 역을 맡았고,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대로>(1934)에서는 항일전쟁 중에 군사도로를 만드는 작업에 참여하게 되는 여섯 청년 중 한명으로 출연했다. 이 영화에서 김염은 1인2역으로 출연하여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대로>와 유사하게 항일정신을 고취시킨 영화 <장지릉운>(1936)에서는 한 마을의 지도자로 등장한다. <폭풍속의 매>(1957)는 중국공산당 정부하에 단지 6편에 출연했을 뿐인 김염의 영화 중 한편이다. 국내에 잘 알려져 있던 인물은 아니지만, 김염의 이번 상영은 한국영화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펼쳐줄 만한 장이다.

참조: <상하이에 핀 꽃-1930년대 영화황제 김염>(조복례)

장 마리 스트라우브와 다니엘 위예 회고전

영화의 아방가르드 미학 탐구

<안나 막달레나 바흐의 연대기><화해불가>(위부터)

장 마리 스트라우브와 다니엘 위예는 현재 남아 있는 어느 거장들보다 더 급진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어온 것으로 유명하다. 뉴 저먼 시네마의 기수였던 알렉산더 클루거와 함께 선배 그룹에 속해 있었고 1960, 70년대 독일영화 문화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렉산더 클루거에 의해 “순수하게 종교적이고 철학적”이라는 평을 받기도 한 그들은 “브레히트적 시네마”, “유물론적 시네마”, “정치적 모더니즘” 등의 개념 안에서 주로 이야기돼왔다. 카프카, 세잔, 쇤베르크, 소포클레스, 엠페도클레스 등 근대와 고전의 예술가 및 철학자들을 종단하면서 예술의 역할 그 자체를 질문한다. 지금까지도 그들은 깊은 철학적 심오함으로 무장한 채 영화매체의 진보적 탐구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에 대한 엄격한 고찰과 영화의 순수성을 이용한 아방가르드적 미학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이들의 영화는 말 그대로 영화사의 진귀한 한 페이지라고 말할 수 있다. 이번 광주영화제는 그들의 대표작 15편을 상영한다.

하인리히 뵐의 소설 <아홉시 반의 당구>를 원작으로 한 <화해불가>는 “폭력이 지배하는 곳에서는 오직 폭력만이 통한다”는 부제를 달고 있다. 전후 독일의 시간을 고찰하는 영화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모더니즘의 훌륭한 일례로도 꼽힌다. 네덜란드 건반연주자 구스타브 레온하르트를 주인공으로 한 <안나 막달레나 바흐의 연대기>는 이들의 첫 번째 장편영화이자, 사운드에 대한 미학을 독창적으로 선보인 영화이다. 브레히트의 미완성 작품(〈The Brecht’s The Business Affairs>)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역사 수업>은 로마 시대를 배회하는 한 ‘만보객’이 줄리어스 시저에 관한 이야기를 수집하는 과정을 담는다. 그들의 가장 정치한 작품으로 불리기도 한다. <모세와 아론>에서는 신화적 인물을 다시 한번 영화의 소재로 초대한다. 그리고 카프카의 소설 <아메리카>를 각색하여 만든 <계급관계>, 세잔에 대한 애정고백서 <세잔느>, 신화의 현대적 재해석 <안티고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