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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레슬리에게’, 잊힌 70년 미국 독립영화의 정취 속에 희망을 그린 영화
오진우(평론가) 2023-11-29

싱글맘 레슬리(앤드리아 라이즈버러)가 복권에 당첨돼 행복을 누린 것도 잠시, 곧 그녀는 술에 빠져 상금 전부를 탕진한다. 시간은 어느새 6년이 흐르고 레슬리는 방세조차 내지 못해 모텔에서 쫓겨난다. 그녀는 염치도 없이 아들 제임스(오언 티크)의 집에 잠시 얹혀살기로 하는데, 제임스는 집에선 절대 술을 먹어선 안된다고 당부한다. 제임스가 일을 간 사이 레슬리는 온 집을 뒤져 찾아낸 돈으로 술을 사먹는다. 이를 알아챈 제임스는 실망하고 엄마를 내쫓는다. 제임스는 고향에 사는 더치 아저씨(스티븐 루트)에게 엄마의 거처를 부탁한다. 아들 덕분에 간신히 방 한칸을 얻은 레슬리는 또다시 술집으로 향한다.

<레슬리에게>는 한 싱글맘이 복권 당첨 후 망가진 삶을 회복하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에서 주목할 것은 시대착오성이다. 오프닝 시퀀스에 등장하는 레슬리가 담긴 빛바랜 사진의 속 시간대는 추측건대 1970년대처럼 보인다.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6년 후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제임스가 스마트폰을 꺼내기 전까지 영화는 20세기에 머무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미국 서부의 풍경, 허름한 모텔, 히피와 카우보이. 여기에 컨트리 뮤지션 웨일런 제닝스의 노래까지 곁들이면서 영화는 1970년대 미국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이러한 영화의 외양을 체화한 인물이 레슬리다. 그녀는 시대착오적이다. 그녀는 6년 전 복권이 당첨됐던 과거에 머물며 현재의 모든 것들과 불화한다. 과거의 영광 속에서 부유하는 레슬리를 비로소 땅에 발을 딛게 하는 인물이 스위니(마크 마론)다. 스위니는 레슬리가 고향을 떠났을 때 이곳으로 온 인물로 편견 없이 그녀를 대하며 기회를 주는 등 영화가 그리는 희망의 상당 부분이 스위니에게서 비롯된다. 이야기 자체는 상투적이지만 그럼에도 앤드리아 라이즈버러의 열연이 극을 특별하게 만든다. <하우스 오브 카드> <베터 콜 사울> 등의 드라마에 연출로 참여한 마이클 모리스의 데뷔작으로 여러 지점에서 마틴 스코세이지의 초기작인 <앨리스는 이제 여기 살지 않는다>(1974)를 흥미롭게 재해석한 지점들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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