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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드라마톡] ‘혼례대첩’

혼례 날 공주가 사망해 청상부마가 된 심정우(로운)는 8년째 혼인 무효 상소를 올리는 ‘울분남’. 좌의정 집 둘째 며느리 정순덕(조이현) 역시 청상과부로, 방물 장수로 변장해 북촌을 누비는 ‘중매의 신 여주댁’이라 불린다. 조선의 규율과 예법에 통달한 심정우는 세자의 혼례를 막으려는 좌의정측에 ‘혼인 못해 자결한 원녀의 소문이 파다한 마당에 금혼령은 민심과 어긋난다’는 명분을 제공했다. 이 사실을 임금에게 들킨 심정우는 어명으로 여주댁과 원녀 중매에 나서며 자신이 인용했던 소문의 근원과 의도를 밝히게 된다.

KBS <혼례대첩>은 아비 없는 집 여식들은 밤마다 냇가에서 아무 남자나 덮친다는 소문으로 손쉽게 모욕의 올가미를 씌울 수 있는 반면, 고리채를 놓고 여성을 약취하는 병조판서의 진실은 그저 소문이라고 덮을 수 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남동생인 병판에게 “아무 대응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 조언했던 정경부인 박소현(박지영), 순덕의 시어머니에게도 소문이 있다. “첫째 며느리를 죽이고 자결로 꾸며 열녀문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이 소문에도 근원과 의도가 있을까?

“조선은 응당 여인의 나라. 가문을 지탱하는 뿌리는 여인”이라 자부하는 박씨 부인은 좌의정 세력의 비선 실세다. 순덕이 몰래 바깥출입을 하는 것을 알고도 며느리의 책임을 일깨우고 권한을 나눠주며 결속을 다지는 인간 조련의 마스터. 대견한 내 사람을 대하던 눈빛은 얼마든지 잔혹해질 수 있다. 극의 서스펜스는 고부관계에서 비롯하는 한편, 며느리를 가문 번영의 자원으로 쓰고 버리는 사람이라는 소문의 진상이 무엇인지, 혹 다른 길을 낼 수 있을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아녀자가 정치에 대해 뭘 안다고”라고 뒷소리를 하며 몰래 일을 벌이는 집안 남자들에게 느끼는 모멸감과 순덕이 자기 뜻을 거스를 때의 배신감. 그 사이에서 ‘박소현’은 어떤 선택을 할까.

CHECK POINT

파격적인 원근감과 다층의 겹으로 공간의 스케일을 만드는 황승기 감독의 스타일은 전작 KBS 드라마 <하라는 취업은 안하고 출사표>에서 이어지며 궁궐과 한옥을 신선한 눈으로 보게 한다. 감독과 작가의 전작을 좀더 이어보자면, 출사도 재혼도 금지된 신세임에도 울분을 담은 상소를 쉬지 않고 써대는 심정우는 <출사표>의 불나방 같은 민원왕 구세라(나나)와 공통점이 있고, 귀신 들린 건물만 취급하는 공인중개사가 주인공인 하수진 작가의 전작 <대박 부동산>은 중개인이 중매인이 되었다는 데서 연결 고리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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