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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조이랜드’, 굴레를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프레임 바깥을 향하다
오진우(평론가) 2023-12-13

백수인 하이더르(알리 준조)는 몇년째 조카를 돌보며 집안일을 도맡아 살아간다. 그의 부인 뭄타즈(라스티 파루프)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일을 하며 생계를 책임진다. 한편 시아버지는 며느리 뭄타즈에게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살림을 하라고 강요한다. 하이더르가 트랜스젠더 뮤지션 비바(알리나 칸)의 댄서로 취직하면서 부부는 한순간에 역할이 뒤바뀐다. 하이더르는 오랜만에 자유를 만끽하는 동시에 비바에게 점점 끌리게 된다. 반면에 뭄타즈는 집안일을 시작한 뒤로 점점 고립감이 심해진다.

<조이랜드>는 전업주부로 지내던 남편이 일을 시작하면서 부부가 겪는 변화와 위기를 그린다.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인 파키스탄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에는 인물들의 억눌린 충동과 욕망이 들끓는 한편, 그들이 이러한 사회에 이미 적응한 모습도 섞여 있다. 상반된 두 모습은 뭄타즈와 동서 누치(사르와트 길라니)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 녹아 있다. 딸만 계속 낳은 누치는 아들을 임신한 뭄타즈가 부러운 듯이 말을 걸고, 뭄타즈는 이에 도망가고 싶다고 답한다. 둘 사이의 대화가 중단되고 침묵 속에 어색한 공기가 감돈다. 영화는 이를 1.33:1 화면비로 담아내며 답답함을 배가한다. 이 화면비는 영화가 재현하는 억압적이고 폐쇄적인 사회를 표현하고 담아내는 하나의 형식이다.

흔들리지 않는 프레임 속에서 인물들은 흔들린다. 일을 구해 집에서 탈출한 하이더르는 비바와 사랑에 빠지며 성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반대로 좋아하던 일을 그만둔 뭄타즈는 집 안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녀는 저녁에 창문 너머의 이상한 남성을 보며 성적인 충동에 이끌린다. 좁게는 집과 가족, 넓게는 사회와 국가를 벗어나려는 욕망은 이 부부의 몸짓으로 표현된다. 특히 임신한 뭄타즈가 시아버지 생일에 시조카들과 술래잡기를 하며 뛰는 장면이 압권이다. 시아버지의 시선에선 불안을 야기하는 뭄타즈의 행동이 자유를 향한 몸부림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빠르게 회전하는 카메라에 잡힌 뭄타즈의 환한 미소가 더욱더 씁쓸하게 다가온다. 제75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심사위원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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