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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비욘드 유토피아’, 지나치게 연민하지도, 지나치게 관여하지도
조현나 2024-01-31

<비욘드 유토피아>는 탈북민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북한의 인권 실태를 폭로한 다큐멘터리다. 지금까지 낙원이라 믿고 자란 자국을 스스로 탈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기록했다. 어려서부터 서양 국가들은 야만적이고 참혹하다는 메시지의 동화와 동요를 접하고 자란 아이들은 오로지 북한만이 유일한 천국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하지만 북한에서 자행되는 아슬아슬한 정치 싸움과 지속되는 국민적 빈곤, 생존하기 위한 일상적 사투 등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목숨을 내어놓고 강을 건넌다. 탈북을 시도하다 붙잡히면 극악한 고문이 이어지고, 북에 남은 가족들은 하릴없이 추방되고 만다. 탈북의 희망인 브로커들은 오직 돈으로만 움직이며, 그사이에 어린 여성들은 인신매매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그 안에 머물러 살아가는 것만큼 벗어나는 것에도 엄청난 용기와 감내가 필요하다.

어릴 적 거쳐온 탈북 과정을 낱낱이 고백하는 이현서씨, 북한에 두고온 아들의 월남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이소연씨, 이제 막 탈출을 감행하려는 노씨 가족 그리고 이들의 안녕과 무사를 지지하는 김성은 목사까지 영화는 국가적 현실만 조망하기보다 구체적인 개인의 이야기로 들어가 낯선 문화를 마주한 관객의 이해와 몰입을 돕는다. 또한 탈출 도중에 타의적으로 헤어지길 반복해야 하는 가족의 슬픔은 국가가 방치하고 외면한 북한 주민들의 현실을 가늠하게 한다. 이산가족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듯 이들은 그저 헤어지지 않고 함께 사는 게 바람이고 소원이다.

무엇보다 <비욘드 유토피아>는 지옥 같은 현실을 눈앞에 둔 이들을 관찰하면서 지나치게 연민하지도 지나치게 관여하지도 않는 적절한 거리를 지켜낸다. <도희야> <> 등을 제작한 김현석 촬영감독의 카메라는 다큐멘터리로서 지켜야 할 덕목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또한 북한 인권의 실상을 드러내는 동안 그 말을 뒷받침하는 증거 영상과 주민들의 증언을 통해 신빙성을 높이고 감정적인 접근을 배제했다. 사실을 정확하게 알리는 것을 첫 번째 미덕으로 삼은 정직한 다큐멘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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