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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다우렌의 결혼’, 진짜를 수호하는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진심
정재현 2024-06-12

다큐멘터리 조연출인 승주(이주승)는 단독 연출작을 만들길 꿈꾼다. 어느 날 승주는 다큐멘터리 <세계의 결혼식>을 완성해오면 입봉 기회를 준다는 말에 촬영감독 영태(구성환)와 함께 카자흐스탄으로 향한다. 한데 현지에서 만난 연출 유라(박루슬란)는 방만한 모습만 보여 승주를 애태운다. 급기야 유라가 교통사고를 당하자, 찍기로 예정된 고려인 결혼식의 촬영 기회가 통째로 날아간다. 승주와 영태는 제작사로부터 어떻게든 다큐멘터리를 완성해오라는 압박을 받는다. 이때 유라의 삼촌인 게오르기(조하석)가 가짜로라도 결혼식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낸다. 어느새 승주는 카자흐스탄 총각 다우렌이 돼 사티의 처녀 아디나(아디나 바잔)와 가짜 결혼식을 준비한다.

KAFA 글로벌 프로젝트 선정작인 <다우렌의 결혼>은 카자흐스탄에서 대부분의 촬영이 이루어졌다. 영화는 초원과 대도시, 광야와 협곡을 오가며 카자흐스탄 특유의 대자연을 담고 그 속에서 소담하게 살아가는 고려인들의 풍습까지 성실히 묘사한다. 한국영화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카자흐스탄의 무공해 자연이 영화가 끝나도 눈앞에 선하다. 수를 쓰지 않는 촬영만큼 건실한 건 캐릭터들의 태도다. “다큐의 진실이 뭔지 알려준다”는 승주의 대사가 무색하게, <다우렌의 결혼> 속 캐릭터들은 진짜를 찍는 것이 미덕인 다큐멘터리에 가짜 결혼식을 담는다. 그럼에도 이들의 자작극은 불편하게 다가오지 않는 건 영화의 연출이 진짜를 수호하는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진심을 캐릭터 각각으로부터 끌어내기 때문이다.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통해 화제가 된 배우 이주승과 구성환의 콤비플레이도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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