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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양치기’, 세상에 나쁜 양치기는 없다
김철홍(평론가) 2024-06-12

초등학교 교사인 수현(손수현)은 애인과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 행복으로 가는 길에 브레이크가 걸린 건 수현의 집 앞에 자신의 반 학생인 요한(오한결)이 나타나고 나서다. 수현은 불우한 가정환경 탓에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 요한을 가엾이 여겨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어느 날 요한이 나쁜 마음을 품고 학교에 거짓 고발을 함에 따라 수현은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쓴다. 동료 교사들뿐만 아니라 애인에게까지 의심이 번지자 수현은 점점 더 비이성적인 반응을 보인다. 한편 그 와중에도 계속되는 가정폭력으로 고통받는 요한과의 진실 게임이 펼쳐진다.

손경원 감독의 데뷔작 <양치기>는 언뜻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최근작인 <괴물>을 연상시킨다. 학교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아이와 어른간의 진실 공방 장르는 일상의 공포를 자아내기에 탁월한 무언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양치기>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관객에게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양치기>는 실제 일어난 일을 숨기거나 시차를 두고 드러내는 방식으로 관객을 헷갈리게 하는 대신 명확하게 진실을 말하는 자와 양치기를 구분 짓는다. 이후 부각되는 건 양치기의 사정이다. 양치기는 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아이를 양치기로 만든 것은 누구인가. <괴물>이 던졌던 질문에 빗대어 표현하자면 ‘진짜 양치기는 누구인가’. 서사의 완성도 자체는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영화가 던지는 질문만큼은 제법 무겁다. 아역배우 오한결의 섬뜩한 표정은 극에 스릴러적 정서를 불어넣는다.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부문 상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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