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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과 비약의 액션코미디,<내쇼날 시큐리티>
박은영 2003-05-13
■ Story

임무 수행 도중 파트너를 잃은 LA 경찰 행크(스티브 존)는 범인을 향한 증오와 분노를 다스리지 못한다. 한편 경찰학교에서 쫓겨난 퇴학생 얼(마틴 로렌스)도 상태가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얼과의 악연, 어처구니없는 오해로 불명예 퇴직한 행크는 수개월 뒤, 사설 경비업체 ’내쇼날 시큐리티’에서 얼을 다시 만난다. 밀수조직의 음모를 알아차린 이들은 함께 팀을 이루지만, 사사건건 부딪히기만 한다.

■ Review

데니스 듀간은 시류를 잘 타는 코미디 감독이다. 한때는 <해피 길모어> <빅 대디> 등 덜 떨어진 캐릭터의 성장기(성공담)로 폭소를 자아냈고, 섹스코미디가 유행일 때는 막가파 화장실 유머를 구사한 <악마 같은 그녀>를 내놓았다. 그러더니 이번엔 9·11 이후 부활하고 있다는 경찰 소재 영화를 택했다.

물론 그건 소재의 얘기일 뿐,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코미디다. 미더운 경찰 캐릭터의 활약상과는 거리가 멀다. 하나는 ‘잘린’ 경찰이고, 또 하나는 ‘유사’ 경찰 즉 경비원이다. 국가안보라는 대의보다는 ‘사심’과 ‘폼’이 먼저인, 잘나지도 멋지지도 않은 인물들. 경찰이 되길 열망하나 ’부적격자’ 판정을 받은 이들은 경비업체에서 후추 스프레이와 “비상시에 경찰에 전화할 수 있는 동전”을 지급받는 데 만족해야 한다. 그런 그들이 무시무시한 밀수조직, 그리고 진짜 경찰들 사이에 쫓고 쫓기는 ‘거물’이 돼간다. 평범한 소시민이 위험에 처한 나라를 구한다는, 우연과 비약의 액션코미디.

타인종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영화를 이루는 또 다른 갈등축이자 웃음의 코드다. 그중 백미가 얼과 행크의 악연이 시작되는 에피소드다. 백인 경찰 행크가 흑인 용의자 얼과 가벼운 승강이를 하고 있다. 이때 말벌 출현. 행크가 벌을 쫓기 위해 곤봉을 휘두르고, 얼이 벌을 피하는 장면이, 멀리 있는 누군가의 카메라에 포착된다. 로드니 킹 사건의 재기발랄한 패러디다.

그러나 <내쇼날 시큐리티>에는 깊이는 물론 새로움도 없다. 흑백버디액션이라는 모양새는 <리쎌 웨폰>을 닮아 있고, 범죄의 실체와 배후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으며, 총격전과 자동차 추격전의 스피드와 스타일은 기존 액션영화에서 익히 보아온 수준 이상은 아니다. 색다르다 싶은 유일한 요소, 인종 갈등에 대한 유머도 너무 헤퍼서 지나침이 모자람만 못한 결과를 낳았다. 보는 동안은 지루하지 않지만, 보고 나면 기억나는 게 거의 없는, 민숭민숭한 오락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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