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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Review] <엘리시움>
박혜명 2003-08-11
■ Story

2113년, 외계 행성 엘리시움은 자신들의 평화사절단을 먼저 공격했다며 지구에 무차별 폭격을 가한다. 순식간에 지구는 황폐화되고, 이 전쟁의 와중에 여자친구를 잃은 반과 엄마와 헤어진 폴, 군인 출신의 크리스토퍼가 지구를 수호할 메카닉의 기사로 선택된다. 한편 엘리시움의 지도자 네크로스의 음모를 알게 된 누군가가 네 번째 기사로 합류하면서, 지구-엘리시움간 전쟁도 막바지에 치닫는다.

■ Review

국산 애니메이션의 기술적 퀄리티는 더이상 불평의 대상이 아니다. 작품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던 <원더풀 데이즈>도 2D, 3D, 실사 촬영의 합성기술과 그 기술로 만들어진 영상의 매력에 대해서만큼은 대다수에게 지지표를 얻었다. 3D 애니메이션 <엘리시움> 역시 비주얼에 관해서는 흠잡을 구석이 별로 없다. 차가운 바다 위를 속도감 있게 전진하는 오프닝 장면이나 우주비행선 폭발 장면, 터보 핀볼 레이싱 장면 등은 꽤 실감나고, 메카닉들의 디자인도 그럴듯하다. 전투신의 액션은 부드러운 무술 동작을 연상시키면서 인간적 매력을 풍긴다. 이 인상적인 로봇 액션은 <조폭마누라>의 액션을 담당했던 무술감독 원진의 솜씨다.

이렇듯 기술적 완성도에는 공을 들였지만 <엘리시움>의 스토리 전달은 성의가 부족하다. 외계에 침략당한 지구를 로봇 전사들이 지켜낸다는 익숙한 설정에 기댔다고 해도, 영화는 관객들의 지레짐작을 지나치게 신뢰했는지 기본적인 설명조차 생략한다. 폴과 크리스토퍼는 소집 과정도 없고, 이들을 지구 구원의 기사로 모은 여인은 이름도 출신도 없이 등장했다가 홀연히 사라진다. 따라서 줄거리는 쫓아갈 수 있어도 매끄럽지 않은 연결과 해결되지 않은 질문들 때문에 몰입이 어려워진다. 긴장감도 위축된다. 거대한 악당 네크로스는 한순간에 음모를 들키고 재생능력에도 불구, 한방에 죽어버린다. 무엇보다 아쉬운 건, 네대의 로봇이 서 있는 자세는 멋있지만 일단 뒤엉키면 누가 누군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뚜렷한 개성이 없다는 점이다. 각각의 특징을 활용한 전투 전략이 없으니, 볼 만한 액션이 있어도 <엘리시움>의 로봇 전투신은 심심하다.

4년 동안 45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완성된 <엘리시움>은 신생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빅필름의 첫 작품. 지난해 SiCaf 개막작이었으며, 해외 수출용으로 만들었다는 의도에 충실하게 러시아, 이탈리아, 포르투갈, 타이 등 해외에서 먼저 개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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