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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에 대한 값싼 연민, <완전한 사육>

외로운 중년 남자가 여고생을 유괴하여 사육한다는 충격적 납치 실화. 게다가 납치가 사랑으로 끝나는 엽기적 결말

외로운 남자가 있다. 곁에 있어줄 누군가가 필요한 남자는 어린 여자를 납치한다. 자신의 방 안에 여자를 감금하고 정성스럽게 그녀를 먹이고 입히고 씻긴다. 반항하던 여자는 어느새 남자를 받아들이고 떠나지 못한다. 이것은 체념일까, 사랑일까. 영화는 그것을 운명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한 마쓰다 미치고의 소설 <여고생 유괴 사육사건>(1994)이 원작인 니사야마 요이치의 <완전한 사육>은 언뜻 김기덕의 <나쁜 남자>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는 매일 한곳에서 UFO를 기다리는 여자(후카우미 리에)와 그녀를 호기심 가득히 지켜보던 심리치료사(다케나카 나오토)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최면에 걸린 그녀가 들려주는 과거의 기억은 뜬금없이 등장한 UFO가 이 영화의 핵심임을 암시한다. UFO는 외롭던 그녀가 간절히 기다리던 구원의 손길이며, 어이없게도 그것은 납치범(히다 야스히토)으로 현실화된다. 물론 영화 초반에는 그녀도, 관객도 이 사실을 믿을 수 없다. 그러나 영화가 중반을 넘어서자 외로운 납치범이야말로 그녀의 외로움에 답할 수 있는 유일한 UFO일지도 모른다는 교묘한 합의가 도출되고 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여고생과 유일한 혈육인 어머니를 잃고 혼자 된 중년 남자의 만남(납치범은 그녀와의 관계가 진전되면서 자신을 파파라고 부를 것을 요구한다). 남자는 여자와의 만남을 운명이라고 말하고 여자는 남자에게서 도망칠 수 있는 기회를 이미 두번이나 저버렸다.

남자의 말처럼 이들의 만남이 비록 비정상적이었을지언정 운명이라고 치더라도 납치범과 어린 여자의 운명을 이어주는 그 “외로움”은 너무도 가볍고 피상적이다. 이 운명의 덫에서는 <나쁜 남자>의 그 날선 고통의 순간조차 찾을 수 없다. 질투심에 의해 자신의 몸을 남자에게 허락하고 그 남자에 의해 자신의 욕망을 “발견”하는 여자와 어김없이 신음하는 여자의 얼굴만을 클로즈업하는 카메라. 남자가 떠난 뒤에도 여자는 여전히 그녀를 “필요로 할” 또 다른 UFO를 기다린다. 남자의 “보살피는” 사육을, 착취를 사랑으로, 연민으로 착각하는 여자의 이야기 혹은 남자의 판타지. 이를 위해 끊임없이 소모되는 여자의 몸. 너무도 명백한 폭력이 인간의 “외로움” 앞에서 희석되고 있다. 이건 외로움에 대한 값싼 연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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