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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관객에게 전하는 ‘친화적인’ 메시지, <스튜어트 리틀>
박은영 2000-01-04

미안한 말이지만, 배우 없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실사까지 파고든 디지털 애니메이션의 발전상을 보면, 그런 생각이 절로 든다. ‘배우 없는 영화’의 미래를 예견하는 것이 좀 호들갑스러울 수는 있으나, 불가능하다 도리질만 할 수 없는 것은 <스튜어트 리틀>이 내비친 가능성 때문이다. 사람 세상에 입양된 쥐의 모험담이 애니메이션 아닌 실사로도 만들어질 수 있고, 그것이 1억달러의 제작비가 쓰일 만한 보람직한 프로젝트일 수 있다는 사실. 여기서 사람은 기껏 조연이거나 배경 그림에 불과하다. 3D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한 가상의 캐릭터 스튜어트, 립싱크 솜씨가 훌륭한 고양이 스노벨과 그 패거리들이 이끌어가는 이 영화에서, 할리우드의 여전사 지나 데이비스나 영국 출신 연기파 휴 로리에게 눈길을 보내는 관객이 과연 몇이나 될까.

<스튜어트 리틀>이 일궈낸 기술혁명은 그렇듯 눈부시다. 풍부한 표정연기와 다이내믹한 액션연기를 소화하는 스튜어트의 생생함은, 그것이 살아 숨쉬는 생명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게 한다. 또한 스노벨 등 고양이들은 순수 디지털 작품이 아니라, 실물 촬영분에다 원하는 입모양과 표정을 컴퓨터로 입힌 것인데, <꼬마돼지 베이브>에서보다 훨씬 부드럽고 다양해졌다. 무엇보다 그간의 실사 합성 애니메이션과 달리,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가상인지 구분할 수 없도록 능숙한 솜씨로 봉합했다는 점을 <스튜어트 리틀>의 미덕으로 들 수 있을 것이다. 롭 민코프 감독이 <라이온 킹> 이후 오래도록 고심하며 준비해온 결과물답다.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데는 기성배우들의 목소리도 한몫 했다. 각자 그간 출연작을 통해 굳힌 캐릭터 이미지에 어울리는 역할에 캐스팅됐는데, 영화를 보며 목소리 주인공의 얼굴을 겹쳐 떠올릴 때의 재미도 쏠쏠하다. 어눌하고 착한 주인공 스튜어트는 주로 가족영화와 코믹드라마로 친숙한 얼굴 마이클 J. 폭스가, 음흉하고 영악한 스노벨은 <라이온 킹>의 몽구스 티몬 역의 네이선 레인이, 마피아 보스를 연상시키는 뒷골목 깡패 고양이엔 채즈 팔민테리가, 매혹적이지만 위태로워 보이는 스튜어트의 가짜 생모에는 제니퍼 틸리가 목소리를 빌려줬다.

<스튜어트 리틀>의 원작은 이미 미국인들에게는 익숙한 E.B. 화이트의 베드타임 스토리. <식스 센스>의 각본과 연출로 이름을 드높인 M. 나이트 샤이아말란이 각색했는데, 작품에서 배어나는 비현실적인 신비감은 얼마간 그의 필력에 힘입은 듯싶다. 그러나 어린 관객을 타깃으로 잡은 탓인지, 이야기는 그럴싸한 반전 없이, 단순하고 아기자기하게만 흘러간다. 고아원, 맨해튼의 리틀가, 브루클린의 가짜 생가, 밤의 센트럴파크, 그리고 다시 리틀가로 돌아오는 모험길에 수난은 많지만, 긴장감은 적다. 단순한 플롯과 평면적인 캐릭터의 한계인 것이다. “쥐가 기르는 애완 고양이”라는 현실에 통탄하는 고양이 스노벨은 만만치 않은 사고뭉치지만, 스튜어트를 비롯한 리틀가 사람들과 달리, 그나마 입체적이라 매력적인 캐릭터다. 나(우리)와 다른 생김새, 다른 생명체(종)라도, 편견없이 받아들이라는, 그러면 한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은, 어린 관객에게 전하는 ‘친화적인’ 메시지다. 다양한 인종이 한데 얽혀 사는 미국사회에, 사실상 국경의 경계가 모호해진 요즈음의 세상에 어울리는 인간형은 유연하고 개방적인 인물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영원한 앙숙인 톰과 제리, 그 멍청한 고양이와 영악한 쥐의 끝없는 싸움질을 보고 자란 성인 관객에겐, 스노벨과 스튜어트가 화해의 악수를 나누고 행복한 동거에 들어가는 순간이 실망스러울지도 모른다.

<스튜어트 리틀>은 미국 개봉 첫 주말에, 3주간 1등석에 눌러앉았던 <토이 스토리2>를 밀어내는 파란을 일으켰다. 개봉 2주째인 현재 3위로 내려갔으나, 통산 2700만달러 이상의 입장수익을 올리고 있다.

스튜어트 리틀이 태어나기 까지

보드라운 흰 털의 디지털 생쥐

9cm의 키에 0.35kg 몸무게를 가진 생쥐의 초기 디자인에만 5개월이라는 시간과 50명의 인력이 투입됐고, <스타워즈>의 존 딕스트라와 이미지 웍스팀이 합류해 특수효과를 연출했다니, 스튜어트 리틀의 ‘유전인자’가 우수할 수밖에. 아이 같은, 사랑스러운 외모의 스튜어트 리틀은, 코카콜라 CF 북극곰편의 곰과도 닮아 있는데, 이는 애니메이션 감독(헨리 앤더슨)이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스튜어트의 움직임은 마임 예술가의 퍼포먼스를 본떠 만들었다. 스튜어트의 디자인을 모형으로 만들어 디지털화하고, 3D로 제작된 배경과 합성한 다음, 실사화면 속에서 디지털 배우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울 수 있도록 만져준 것이 기본 작업들. <스튜어트 리틀>은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3D 디지털 애니메이션에서 사람과 동물 캐릭터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차가운 금속성 질감을 완전히 걷어냈다. 스튜어트의 몸을 덮은 반짝이는 흰 털과 보드라운 옷의 질감을 살려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엄청난 계산력으로, 스튜어트 리틀의 머리를 덮는 데만 50만개 이상의 털을 그려내고, 배경과 상황에 따라 조명과 질감에 각별히 신경을 쓴 결과다. 또한 사람의 얼굴 근육 구조를 복제해, 스튜어트가 눈썹을 올리고 미소를 지어보이는 것이 자연스럽도록 연출했다. 배우들은 디지털 배우와의 호흡을 맞추기 위해, 합성수지로 만든 스튜어트의 모형을 두고 연습한 다음, 레이저 포인터를 사용해 촬영했다. 고양이 스노벨과 그 친구들도 제각각 연기하고 나서야 스튜어트와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스노벨은 비슷한 생김새의 친칠라 고양이 5마리가 동시에 캐스팅된 것으로, 각기 특정한 동작을 연기하도록 훈련받았다. 다양한 연기 촬영분 중에서 원하는 부분을 불러들여 CG로 입모양과 표정을 입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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