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부터 에디 에드워드(태런 에거턴)에게 올림픽은 ‘운명’이었다. 시간이 흘러 그가 올림픽에 참가하기에는 재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모두가 깨달았을 때에도, 오직 에디만이 자신의 잠재력을 믿으며 스키점프 선수로 동계올림픽에 나가길 꿈꾼다. 누구의 지원도 없이 홀로 독일의 스키점프대에서 고군분투하던 그는 명예롭지 않게 은퇴한 스키점프 선수 브론슨 피어리(휴 잭맨)의 도움을 받아 1988년 캘거리동계올림픽에 참가하려 한다.
에디 에드워드의 이야기는 실화다. 그는 1988년 영국 국가대표 스키점프 선수로 동계올림픽에 출전했고, 점프에 성공한 뒤 전세계 관중이 보는 앞에서 독수리춤을 추며 그해 올림픽 최고의 스타가 되었다. 에디가 유명해진 건 비단 독특한 퍼포먼스 때문이 아니라 누구와도 같지 않은 방식으로 자신의 실패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둔 <독수리 에디>도 여느 스포츠영화와는 조금 다른 길을 간다. 에디의 굼뜬 동작과 늘어진 뱃살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이 영화는 주인공에게 과장된 신화와 의미를 덧붙이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타인이 만든 기준에 연연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기준점에 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패하는 이 평범한 남자의 올림픽 도전기에서는 어떤 숭고함마저 느껴진다. 모든 성공과 마찬가지로 모든 실패에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말하는 <독수리 에디>는 짜릿하지만 빨리 식어버리는 카타르시스가 아니라 현실적이면서도 잔잔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웨스 앤더슨이 탐낼 법한 빈티지 스타일의 프로덕션 디자인과 경쾌한 80년대 스타일의 신시사이저 음악은 이 영화의 매력적인 조미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