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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러브 몬스터>
이다혜 2023-02-21

이두온 지음 / 창비 펴냄

“자원이 고갈되고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사랑은 위험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사치와 낭비에 불과하다.” 냉혹해 보이는 진단의 이면에는, 그럼에도 사람들은 사랑을 포기하지 못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문제는 그 사랑의 정의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라는 데 있겠지만.

이두온의 장편소설 <러브 몬스터>는 인구 증가 정책에 힘을 쏟는 지방 소도시에서 미혼 남녀의 만남을 주선하는 장면으로 문을 연다. 이내 그 자리의 참석이 거부된 데 대한 분노에 사로잡힌 누군가가 만남이 주선되는 광장의 천막을 덮친다. 그리고 일대는 정전이 되는데, 그중에는 수영장도 포함되어 있었다. 다이빙을 하는 순간 정전을 경험한 허인회의 상황에서부터 <러브 몬스터>는 숨가쁘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허인회는 죽을 뻔했다가 수영 강사 조우경의 도움으로 살아난다. (이 사건의 진실은 소설 후반부에서 제법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허인회의 남편 오진홍은 오랫동안 바람을 피우고 있었는데, 불륜 상대인 염보라가 죽을병에 걸리자 이별을 고한다. 염보라는 병색이 심상치 않던 어느 날 사라졌는데, 보라의 딸인 지민은 엄마를 찾기 위해 수영장을 들락거린다. 그 수영장은 허인회가 다니던 수영장이고, 허인회는 자신을 구한 조우경을 좋아하고 있다. 주요 인물간의 관계도를 파악하고 나면 그때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1990년대를 뒤흔든 휴거 사태가 이들과 연결되며, 비밀스런 여성들의 공동체가 등장하고, 죽음으로만 깨달을 수 있는 극단적인 사랑에 대한 추구가 나온다. 초반은 인물 소개, 중반은 어리둥절할 상황에 대한 밑밥 깔기, 후반은 쉬지 않고 몰아치는 액션과 서스펜스가 인상적인 소설이다. 사람들이 사랑을 말할 때 진실로 뜻하는 것이 무엇이던가. 사랑의 발화자와 수신자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가. 사랑이면서 사랑이 아닌 그 무언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 혼미하도록 재빠른 소설은 다 읽은 뒤 제목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그래서 사랑이 대체 무엇이길래.

149쪽

“사랑 타령 그만하고 결혼사진이나 찍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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