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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시간 불평등>

가이 스탠딩 지음 안효상 옮김 창비 펴냄

‘시간은 금이다’라는 그 유명한 관용구를 끌어오지 않더라도, 시간에 관련한 대부분의 격언들은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충실히 아껴 쓸 것을 조언한다. 이른바 ‘갓생’이라 불리는 시대 정서 역시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자기 계발에 열중하는 이들을 위해 탄생했다. 주말에 10시간을 누워서 휴식을 취한 사람과 회사에 출근해 일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전자의 경우처럼 시간을 보내면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거나 주변에서도 허송세월한 것으로 치부한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금액으로 책정되는 것만 봐도 현대사회에서 시간은 곧 노동력이기 때문이다. 주어진 시간에 얼마만큼 자본주의사회에 충실한 노동력을 제공할 것인가가 그 사람의 가치로 평가되는 것이다. <시간 불평등: 시간의 자유는 어떻게 특권이 되었나>의 원제는 ‘시간의 정치’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시간이 왜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제이며, 산업사회에서 시간이라는 규율을 정함으로써 어떻게 계급과 불평등을 심화시켰는지를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한국에서도 법정근로시간은 진보와 보수 계열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첨예한 이슈로 떠오른다. <시간 불평등>의 저자 가이 스탠딩은 이 책을 통해 단순히 ‘노동자의 휴식 시간을 보장하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시간을 왜 꼭 노동에 써야 하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모든 사람이 기업가적 정신으로 시간을 활용하는 것조차 현대사회의 심각한 왜곡이라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은 정말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해서 가난해진 것일까.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할 대안으로 ‘기본소득’을 주장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부의 불평등보다 더 최악은 시간 불평등이라고 주장하며, 가난한 사람은 사회적으로 자신의 시간을 통제할 수 없는 덫에 갇혀 있음을 역설한다. 노동시간 유연화를 주장하는 이들은 ‘더 많이 일하고 더 벌고 싶은 자유’를 근거로 제시한다. 그러나 <시간 불평등>에서는 더 나은 일자리나 안정적인 노동시간 보장보다는 기본소득 보장을 주장한다. 자동화나 AI로 일자리를 대체하고 거기서 나온 소득을 모두가 공유함으로써 인간은 노동에서 해방되고 온전한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 이외의 우리의 것은 없다. -세네카, <한 금욕주의자의 편지>, 서기 63년경, 3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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