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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ONJU IFF #1호 [기획] 특별한 34분, <인사이드 아웃2> 국내 최초 풋티지 상영
이자연 2024-05-03

전세계 기대작 <인사이드 아웃2>가 한국 최초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풋티지 상영을 진행했다. 상영 시간은 무려 34분. 평균적으로 15분 내외로 구성되는 풋티지 러닝타임을 생각하면 무척 파격적인 결정이다. 설레는 분위기 속에서 영상이 끝났을 때 기자석은 말 그대로 술렁였다. 파안대소 하는 사람은 물론 여운 진한 대화를 나누는 이들도 많았다. 프레스는 새로운 <인사이드 아웃2>의 세계를 적극적으로 환영했다. 한 마디로 34분이 그대로 ‘순식간에 삭제’된 것이다. 1318 세대로 거듭난 라일리는 어떤 감정 변화를 통과하게 될까. 풋티지 영상 내용, 켈시 만 감독과 마크 닐슨 프로듀서와의 화상 인터뷰를 기반으로 보다 정밀하고 섬세하게 확장된 <인사이드 아웃2>를 소개한다.

1. 불안, 부러움, 따분함, 당혹스러움… 새로운 감정의 등장

영화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에 없던 새로운 감정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제 막 13살이 된 라일리에게 신체적·심리적 변화가 생겨난 만큼, 더 세밀하고 복잡한 감정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불안, 부러움, 따분함, 당혹스러움이다. 무수한 감정 중 이 네 가지를 선택한 것은 이들이 사춘기의 특징을 대표적으로 나타내기 때문이다. 켈시 만 감독이 새 감정을 찾는 과정에서 가장 공감한 것은 불안이다. “중요한 것은 라일리가 사춘기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십대 때 내가 가장 자주 느꼈던 감정이 무엇인지 돌아볼 때 불안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동시대성도 반영돼 있다. 2020년 팬데믹 이후, 십대청소년 사이에 불안은 실질적인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인사이드 아웃2> 팀은 U.C 버클리 임상심리사와 의사들을 통해 특정 연령대에 두드러지는 주요 감정을 조언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인사이드 아웃>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 관객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라일리의 감정은 어른들이 ‘이미 통과해 본’, 공감 기반의 감정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캐릭터에 반응하는 순간은 그의 사정을 자기 이야기처럼 받아들일 때다. 오직 자기만의 감정이라 생각해왔는데 다른 관객이 다 똑같이 느낄 때 사람들은 안전한 소속감을 느낀다. 그런 지점을 건들고 싶었다.”(켈시 만 감독)

하키 선수가 되고 싶다는 부푼 꿈을 안고 하키 캠프를 찾은 라일리는 지금까지 오랜 우정을 쌓아온 친구들과 새로운 친구 사이에서 갈등을 떠안는다. 선수로 선발되기 위해 자신을 증명해 보이면서도 동시에 관계 문제를 신경 써야 하는 라일리의 어려움이 <인사이드 아웃2>의 주요 갈등으로 드러난다.

2. ‘나를 사랑한다’는 어렵고 지루한 말

자기효능감이 부족한 십대 시절에는 나의 장점은 작게 느껴지고 단점은 부각돼 보인다.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언제나 대체 가능한 여러 사람 중 한 명인 것만 같다. ‘자존감’이 주요 키워드로 떠오른 2010년대 중반부터 ‘자신을 사랑하라(Love yourself)’는 말은 대대적 캐치프레이즈처럼 대중화되었지만 동시에 외면 받기도 했다. 하루 아침에 나를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이다. “<인사이드 아웃>의 주요 메시지는 자기 자신을 용납하라는 것이다. 내가 가치 없다고 느껴지는 날에도, 내가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날에도 나를 안아줄 수 있어야 한다. 나를 사랑하라는 말이 너무 뻔하게 들릴까. 이를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자주 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기쁨이를 잘 지켜보면 라일리의 심리적 보호자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모두 자기 안의 기쁨이가 있지 않나. 그 기쁨이가 여러분을 열심히 키웠다. 이걸 아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마크 닐슨 프로듀서)

켈시 만 감독은 이에 덧붙여 “특히 타인과 나를 쉽게 비교 하는 십대 청소년들이 <인사이드 아웃2>를 통해 다양한 상황과 감정에 자신을 비춰 보면서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것이 뭔지, 내가 진짜 나아가고 싶은 삶의 방향이 무엇인지 돌이켜 보면 좋겠다. 그 고유함이 스스로를 충분히 사랑하게 만든다”고 전했다.

3. 자의식, 신념, 가치관…질풍노도에도 확고한 나다움

<인사이드 아웃2>의 신선한 변화는 라일리 머릿속 세계에 자의식 나무가 자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타인으로부터 나를 구별하고 나다움을 찾아나가는 사춘기의 특징이 반영된 것이다. 청소년 라일리는 호전적이다. 하키 경기를 쉽게 포기하지 않고, 이기고 싶다는 마음에 마지막 1초까지 모두 끌어다 활용한다. 라일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자신을 유일한 사람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풋티지 영상에서는 이 자의식이 라일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것의 기능이 무엇인지, 감정과 자의식이 어떻게 혼합될 수 있는지 길게 보여주진 않았다. 다만 <인사이드 아웃2>가 청소년기를 명확하게 짚어내기 위해 심리적 요소를 얼마나 깊이 있게 파고들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실제로 청소년기 변화를 영하 바깥에 반영하기도 했다. 이전보다 더 많은 경험으로 시야가 넓어진 라일리를 표현하기 위해 <인사이드 아웃2>는 와이드 스크린을 사용했다. (9명의 감정이 조종판에 나란히 서야 한다는 점도 결정 근거 중 하나다.) 관객은 전편보다 더 넓은 화면으로 라일리의 성장을 시나브로 체감한다. 명확한 기획과 컨셉, 방향이 길을 잃지 않는 덕에 디테일한 시도가 가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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