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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머 필름을 타고!' 마쓰모토 소우시 감독 "좋아하는 마음의 힘!"
김소미 2022-07-21

- 재팬필름페스티벌 2022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SNS를 중심으로 한국 관객 사이에 입소문이 이어졌고 극장 개봉(7월20일)까지 성사됐다. 첫 장편영화가 타국에서 뜻밖의 열풍을 일으킨 셈이다.

= 한국 영화, 문학, 드라마, 음악을 정말 좋아한다. 한국은 요즘 가장 재미있는 것들을 만들어내고 있잖나. 동경하는 곳으로부터 날아온 반응이었기 때문에 매우 기뻤다.

- 고교생 맨발(이토 마리카)은 사무라이영화를 고집한다는 이유로 영화 동아리에서 비주류로 외면받지만 그럼에도 개의치 않고 자신의 순정을 지킨다.

= 학창 시절에는 영화, 음악, 만화 등 친구들이 모르는 작품을 나만 좋아한다는 것에 우월감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건전한 사고방식은 아니었지만, 당시에는 그것이 나의 정체성이었다. 나는 맨발처럼 스스로 영화를 만들어보겠다며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내가 하지 못했던 일을 맨발이 대신해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 동급생 삼총사인 맨발, 블루 하와이(이노리 기라라), 킥보드(가와이 유미)가 사무라이영화를 직접 만드는 과정 중 시간 여행을 온 소년 린타로(가네코 다이치)가 나타나 멀지 않은 미래에는 짧은 영상만 소비될 뿐 더이상 영화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전한다. 숏폼이 각광받는 오늘날의 영상 시장에 대한 감독의 염려일까.

= 이 작품을 처음 기획하던 2018년 초에 유독 짧은 드라마 작품 의뢰가 많이 들어왔다. 5분짜리 기획을 접한 지 얼마 안돼서 다른 제작사에서 1분짜리 기획 의뢰가 들어오는 일도 있었다. 그때 나는 ‘영화’를 찍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에 내가 마치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개인적인 경험이 영화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다만 영화의 미래에 관해 비관적인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영상 미디어는 형태가 다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나 역시 평소에 짧은 영상을 자주 본다. 무엇보다 영화는 여전히 힘이 세다. 한국에서 <썸머 필름을 타고!>를 이렇게 많은 분들이 봐주시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 사무라이영화뿐 아니라 청춘 로맨스, SF 등 여러 장르와 서사 문법이 호기롭게 어우러진다. 이질적인 요소들을 뒤섞을 때에 영화의 기준점으로 삼는 것이 있다면.

= 연출의 중핵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의 ‘경쾌한’ 정서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반드시 일관된 경쾌함을 유지한 상태로 90분 동안 이야기를 끌어나가려고 했다. 애초부터 러닝타임을 90분으로 정해뒀는데, 그것이 경쾌함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많은 사무라이영화 중 특히 <자토이치>에 대한 애호가 엿보이는데.

= 대결하는 상대방에게 ‘네가 아니면 안돼’라는 마음을 품게 되는, 그래서 마치 연애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아름답고도 안타까운 관계성에 매료되었다. 사실 사무라이영화를 잘 알지는 못한다. 다만 ‘대결’을 다루는 모든 이야기에는 반드시 매력적인 라이벌이 등장하고, 주인공과 라이벌의 팽팽한 관계란 마치 로맨스영화의 연인과도 같다는 인상이 발상의 출발점이 되었다.

- 이 작품으로 일본영화비평가대상 신인여우상을 받은 이토 마리카를 비롯해 신예배우들의 생기가 빛난다. 현장에서 즉흥성은 얼마나 허락되었나.

= 영화 동아리의 두팀이 편집하는 장면에선 두팀을 대칭으로 배치해서 일종의 점묘로 표현했다. 배우들에게 대략적인 설정만 전달한 뒤 세부적으로 무엇을 할지에 대해서는 모두 현장에서 정한 장면이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에 영감을 얻어서 다른 누군가가 아이디어를 내는 식으로 감독, 배우, 스탭이 다 같이 한컷씩 만들어나가는 작업이 아주 특별했다,

- 무언가를 순진하게 사랑하는 마음은 어딘가 감동스러운 데가 있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감독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 감정이 있다면 무엇인가.

= 좋아하는 마음, 그 자체의 힘이다. 학창 시절에 학교생활에는 별로 흥미가 없었다. 하지만 학교 도서관에서 발견한 책, 비디오 대여점에서 정신없이 빌려 본 영화 DVD, 헌책방에서 사 모은 만화책, 음악을 무척 사랑했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나를 구원해주었다. 맨발에게는 ‘영화를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에너지가 있고, 이것이 사람들을 움직이게 한다. 특별한 사람은 되지 못하더라도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빛난다고 생각한다.

- 영화의 미래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지만 엔딩에 이르면 영화는 계속되리라는 낭만과 희망을 숨기지 않는다. 결말에 대해서는 어떤 고민이 있었나.

= 결말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크랭크인 전부터 스탭과 배우들에게 이 영화는 ‘라스트신을 위한 영화’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다 촬영 도중에 코로나19가 점점 심해져서 영화관이 폐쇄되었고, 일본 전국의 소규모 영화관이 존폐 위기에 처했다. 극중에 그려진 영화의 미래를 현실이 앞질러버린 것이다. 현실이 픽션을 추월하면 재미가 없어지기 때문에, 당시에는 결말을 다시 써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마치 영화 속 맨발이 그러하듯이. 영화의 총촬영기간은 2주였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중간에 촬영을 중단한 시간이 3개월 정도였다. 하지만 오랜 고민 끝에 결말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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