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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일주일>
진영인 사진 백종헌 2022-09-20

김려령 지음 / 창비 펴냄

어른들의 사랑, 그것도 이혼 혹은 이혼에 맞먹는 위기를 경험한 어른들의 사랑은 어떨까. <일주일>은 이 질문에 충실히 답한다. 젊은 시절 사랑이 뭔지 잘 몰라서, 사랑이 아닌데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결혼했다가 그만둔 사람들은 이제 어떤 사람이 딱 맞는지, 어떤 감정이 사랑인지 안다. 그리고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안다.

딸을 키우며 싱글맘으로 사는 작가 하도연은 행사를 갔다가 국회의원 진유철을 만난다. 사실 그들은 <비포 선셋> 시리즈의 주인공들처럼 2년 전 이스탄불 여행에서 만나 일주일 동안 사랑을 나누었으나 연락처 하나 묻지 않고 헤어진 사이다. 일상을 두고 휴식을 위해 떠난 여행이었던 만큼 그냥 추억으로 묻어두려 했는데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은 이제 머뭇거림 없이 서로를 향해 직진한다. 유철 또한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도연은 마음의 부담을 내려놓게 되고, 둘의 연애가 유철의 정치적 이미지를 부드럽게 만드는 효과를 내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순탄하게 진행된다. 각종 지역 행사에 간담회까지 늘 바쁜 유철을 도연은 배려하고, 또 가끔 취재를 위해 먼 곳으로 떠나는 도연을 유철은 배려한다. 아쉬운 마음이 없지 않아도 굳이 표출해서 다툼까지 끌고 가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 모습이란, 성숙의 결과이기도 하고 젊은 날의 혈기가 줄어들어서이기도 하리라.

물론 모든 어른이 이들처럼 연애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자신을, 타인을 잘 파악하게 된다는 법은 없다. 오히려 도연의 표현처럼 “사랑하므로 희생한다는 자기희생성 낭만”에 빠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헛된 사랑과 헌신에 바친 세월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집착하고, 나는 가만히 있는데 남들이 나를 괴롭힌다고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억울함과 집착 또한 평범한 어른의 모습일지도 모르겠고, 그런 아쉬운 모습 또한 이들 커플의 사랑에 훼방을 놓으며 성숙한 사랑의 풍경에 존재감 있는 배경으로 자리를 차지한다. 사실 사랑은 외부의 반대와 갈등이 있으면 오히려 공고해지고 돋보이는 법이니까.

69쪽

“인생이 원체 아이러니해서 도무지 영문 모를 관계가 맺어지기도 하고, 서로 좋게 바라보면서도 각자 타인의 품에 안기는 씁쓸함을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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