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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리뷰] 넷플릭스 '블론드'
이유채 2022-10-14

넷플릭스 / 감독 앤드루 도미닉 / 출연 아나 데 아르마스, 줄리앤 니컬슨, 에이드리언 브로디 / 플레이지수 ▶▶

선택한 실존 인물의 일생을 일직선으로 펼쳐놓고 어느 시기에 핀셋을 꽂아 보여줄 것인가. 이것이 전기영화의 첫 번째 고민일 테다. 마릴린 먼로를 주인공으로 한 <블론드>는 그가 어떤 남자들을 거쳐왔는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영화가 압축한 바에 따르면 마릴린 먼로는 유명 배우의 아들들을 동시에 만났으며 전직 운동선수, 극작가와 결혼하고 이혼한 여자이자 평생 한명의 남자, 만난 적 없는 아버지에 집착한 리틀 걸이다. 널리 알려진 인물의 이면에 주목하고자 한 도전이 아니다. 연기력과 흥행력을 고루 인정받은 배우이자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서 그가 쌓은 이력을 지우고 그를 헤픈 여자란 협소한 틀에 가두어 얄팍하게 축소한 결과다. 강간당하는 장면과 섹스 신, 성적 대상이 되는 장면을 포함하기로 한 영화가 그를 어떤 인물로 정의내리고 그릴 작정이었는지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리하여 166분의 러닝타임 동안 노마 진/마릴린 먼로(아나 데 아르마스)는 어떤 동력과 방향성도 없이 스크린을 배회한다.

<블론드>는 감독이 마릴린 먼로를 이용해 자신의 야심을 충족하겠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게 한다. 고인이 폄훼될 가능성에 대한 최소한의 고려 없이 그의 파란만장한 삶을 재료로 시각적 스타일을 실컷 펼쳐 보이려는 시도가 극 전반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어느 장면에서든 기교를 부릴 수 있는 지점을 찾아내 과시적으로 연출한 영화는 그가 낙태와 유산을 겪든, 약물에 중독되든 간에 어떻게 하면 감각적으로 찍을 수 있을지 골몰한다. 인물의 고통을 등한시하는 영화에서 마릴린 먼로는 주인공이지만 끝까지 객체로 남는다. <블론드>의 공들인 미장센이 더없이 공허하게 느껴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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