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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세이레', 데이비드 린치의 ‘이레이저 헤드’에서 본 듯한 강렬함
김예솔비 2022-11-23

우진(서현우)은 태어난 지 21일이 채 안 된 아기의 아빠다. 민간신앙을 유달리 믿는 아내(심은우)는 아기가 있는 집 안을 성역으로 만들고, 위생을 지키듯 부정 타는 것을 철저히 기피한다. 그런 아내가 장례식장에 가겠다는 우진을 말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진은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우진의 전 연인인 세영(류아벨)의 장례식이라는 사실조차 숨긴 채 장례식장의 문턱을 넘는다. 놀랍게도 장례식장에서 우진이 마주한 것은 세영과 얼굴이 똑같은, 그녀의 쌍둥이 언니 예영(류아벨)의 얼굴이다. 이중의 금기를 어긴 우진에게 예정된 것처럼 시련이 닥친다. 아기는 점점 아프고, 예영과 죽은 세영이 겹치는 우진의 환시는 점점 강해진다.

금기를 깬 주인공이 고초를 겪는다는 설정은 공포영화의 클리셰다. 하지만 <세이레>는 저주의 파괴력보다는 우진의 내적 혼돈을 묘사하는 데 공을 들인다. 우진의 예견된 하강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현실과 환상을 뒤섞는 투명한 패치워킹 기술이다. 기면증 환자처럼 자꾸만 잠드는 우진의 모호한 의식 속에서 우진이 맞닥뜨리는 환상과 현실은 완전히 대립하지 않은 채 가능 세계로 공존한다. 이러한 경계 없음은 세영과 아기, 죽음과 생이 서로의 숨을 뺏고 뺏기는 섬뜩한 교환의 장을 가능케 한다. 우진은 아기를 구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하지만 그 안간힘은 부성애처럼 보이지 않는다. 아기를 껄끄럽게 대하는 우진과 아기 사이에는 선연한 간격이 있다. 특히 아기의 얼굴에 공포의 현신이 스치는 마지막 장면, 영화의 모든 여정을 누적한 찰나의 발견은 데이비드 린치의 <이레이저 헤드>에서 본 듯한 강렬함이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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