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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심야카페: 미씽 허니’ 세 주연 배우들이 말하는 매력 포인트
김수영 사진 백종헌 2022-11-24

-<심야카페: 미씽 허니>는 시공간을 초월한 로맨스 판타지다. 출연을 결정할 때 영화의 어떤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나.

채서진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는 윤과 태영의 러브 스토리 위주로 읽혔는데 다시 보니 또 다른 인물들의 사연이 보이더라. 영화 속의 인물들 각자가 영화 같은 사연을 품고 있다. 우리 모두 그렇지 않나. 오래전 헤어진 남매가 카페에서 재회하는 장면을 제일 좋아한다. 누가 봐도 공감할 수 있고 누구랑 봐도 따뜻한 영화가 되겠다 싶었다.

이이경 이전에 <K팝스타>에서 인상 깊게 본 장면이 있다. 양현석씨가 한 출연자에게 ‘이런 음악은 지루하다. 요즘 음악이 아니다’라고 하자 유희열씨가 ‘아니다. 우리 회사에는 이런 음악 하는 사람 많다’고 말한 장면이다. <심야카페: 미씽 허니> 대본을 읽는데 그 대화가 떠올랐다. 자극적이고 센 영화들이 많이 나오는데 분명히 이런 영화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고 이런 영화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관객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캐스팅이 확정됐을 때 웹드라마 때부터 마스터 자리를 지켜온 신주환 배우가 누구보다 기쁘지 않았을까.

신주환 <심야카페>가 영화화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영화화되더라도 아주 작은 규모의 영화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채서진, 이이경 배우가 캐스팅된 걸 보고 감독님이 큰맘 먹고 이 세계관을 확장시키시는구나 싶었다. 최근에는 동명의 카카오웹툰도 공개됐다. <심야카페>가 다양한 포맷의 콘텐츠로 재생산되고 있지만 영화화는 각별한 느낌이다. <심야카페>를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니까.

-세 배우 모두 각자의 목표가 있었을 것 같다. 이이경 배우는 6년의 시간차를 두고 태경의 현재와 과거를 연기한다. 요리와 노래까지 다양한 매력을 뽐낸다.

이이경 6년 전의 태영을 연기할 때 나의 6년 전을 돌아봤다. 지금보다 철없고 반항적이지만 순수한 모습으로 꿈을 좇는 어린 태영을 연기했다. 결혼을 앞둔 현재의 태영은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하는 일을 선택하는 성숙한 남자로 다른 느낌을 주려고 했다. 기타는 처음 쳐봤는데 운지법만 외워서 스트로크했다. 영화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배우에게는 경험이 재산이다.

-<초인>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도 신비로운 인상을 남겼던 채서진 배우는 <심야카페: 미씽 허니>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인물을 연기한다. 남궁윤은 산복 지구대 소속 경찰로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 예비신랑을 찾아 뛰어다닌다. 극중 윤은 성미가 급하고 화도 잘 내는데 오늘 보니 본래 성격과 굉장히 다른 캐릭터인 것 같다. (웃음)

채서진 별명이 나무늘보다. 보다시피 말하는 것도 느리고 행동도 느리고 화도 없는 편이다. (웃음) 남궁윤에게는 현장 경험으로 다져진 거친 모습이 있지 않을까. 겉으로는 차갑고 툴툴대는데 오히려 속은 여리다. 이 모든 게 자신의 상처를 감추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여자라고 무시당하고 싶지 않아 남들보다 강해 보이려고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본래의 말투부터 없애려고 노력했다. 주변에 날 서 있는 친구들을 떠올리며 그들의 말투나 습관을 참고했다.

-심야카페의 마스터는 윤에게 시공간이 뒤엉킨 공간을 친절하게 소개하지 않는다. 커피를 줄 뿐 손님의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다. 마스터는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했나.

신주환 마스터는 카페에 오는 손님의 모든 걸 알고 있을 거다. 마스터는 미스터리한 캐릭터면서 동시에 손님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했다. 상반된 느낌을 동시에 드러내는 데 중점을 뒀다. 말수가 적고 의문투성이의 마스터지만 항상 상대와 눈을 맞추며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말 한마디를 건넬 때도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는 인물을 표현하고자 했다.

-채서진 배우는 <커튼콜>에서 이이경 배우를 만난 적이 있고, 이이경 배우는 신주환 배우와 이전부터 알고 지냈다고. 이번 작품을 함께하면서 서로 새롭게 발견한 점이 있나.

이이경 채서진 배우는 누구보다 걱정이 많다. 앓는 소리를 많이 하지만 막상 슛 들어가면 잘해낸다. 무엇보다 예의가 바르고 착하다. 무슨 일이 생겨도 큰 소리 내지 않고 ‘오빠, 이거 왜 그러는 거야?’라고 묻는 게 전부다. ‘몰라, 그냥 하자’ 나도 이런 스타일이라. (웃음) 현장에 잘 묻어 있는데 이건 배우로서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채서진 오빠한테 많이 의지했다. 이경 오빠는 센스의 집약체다. 항상 능숙하고 여유롭다. 마치 머리 앞뒤뿐만 아니라 옆에도 눈이 촘촘하게 달려 있는 것 같다. 예전 <커튼콜> 촬영 때는 함께 연기하는 장면이 별로 없어서 명절 때나 보는 사촌 오빠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번엔 로맨스로 만났잖나. 되게 매력적이더라. 극중 역할도 그랬지만 사람 자체가 매력적이고 세심하다. 이래서 잘될 수밖에 없구나, 싶었다. (웃음) 많이 감탄했지만 사실 질투나기도 했다.

이이경 여유로워 보이는 건 어려운 현장 경험을 하면서 쌓은 경험치와 눈치 덕이다. 신인 때는 촬영 없는 날엔 독립영화 제작 현장에 가서 배우들 픽업하고 식당도 예약하고 여러 가지 일을 했다. 신주환 배우와는 서로 연기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함께 운동하는 사이라 한때는 매주 보기도 했다. 운동해보면 이 사람이 진짜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 그렇게 잘 아는 사이라 촬영장에서도 편하게 느껴졌다.

채서진 나는 낯가림이 있지만 주환 오빠와는 대기실에서 만나자마자 수다를 떨었다. 오빠, 마스터는 지금 인생 몇 회차야? 오빠는 신이야? 이것저것 물어봤다. 웹드라마에 줄곧 출연했던 만큼 오빠는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까지 이해하고 있어서 대화가 늘 즐거웠다.

신주환 나도 친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는 사람인 데다 감정을 많이 내비치지 않는 캐릭터라 현장에서 조용히 있으려고 생각했다. 이경이는 연기뿐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능수능란해 어떤 점은 옆에서 배우기도 했다. 서진이도 연기할 때 집중력이 좋은 배우라 역시 나만 잘하면 되겠다 싶더라. 현장이 조용하면서도 화기애애해서 정말 심야카페 같은 느낌이었다.

-실제로도 사연 많은 산복도로를 배경으로 해서 <심야카페: 미씽 허니>의 판타지가 더 그럴듯하다고 느꼈다. 여러 시간대가 공존하는 심야카페가 실제로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나.

이이경 조급하고 불안해하던 옛날의 나를 만나 걱정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아마 내 얘기 안 들을 거다. (웃음) 그때도 선배들이 ‘어차피 흘러가는 대로 된다. 잘되든 안되든 그게 너의 인생이다’라고 얘기해줬지만 안 들렸다. 만약 지금의 내가 찾아가서 얘기해주면 좀 귀담아듣지 않을까.

신주환 마스터로서는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을 만나 역사에 기록되지 않는 그들의 고민과 혜안을 엿보고 싶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미래의 나를 만나고 싶다. 살아가는 데 지혜를 얻고 싶고 누구랑 결혼했냐고 시시콜콜 얘기를 나눠보고 싶다.

채서진 오빠, 정말 미래의 자기를 만나고 싶어? 복권번호는 물어보겠지만 내 미래의 남편은… 궁금해도 물어볼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젊은 시절의 엄마를 만나고 싶다. 엄마는 나에게 늘 완성형의 사람이다. 나의 조력자이자 지지자인 엄마도 나보다 어린 나이였을 때는 조급해하고 힘들어하지 않았을까. 한두살 더 먹은 선배로 엄마를 찾아가 따뜻한 말도 건네고 격려해주고 싶다.

-인터뷰는 지금의 순간을 문자로 고정해놓는 작업이다. 먼 훗날 이 기사를 읽을 나는 지금의 나에게 뭐든 답해줄 수 있지 않을까. 미래의 나에게 질문을 하나씩 남겨본다면.

신주환 너는 여전히 행복하니? 먼 훗날에도 내가 행복할까 궁금하다. 나는 지금 행복하니까 이 기사를 보고 내가 항상 불행하지 않았구나 힘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꿈꿔온 일을 지속하면서 좋은 사람들과 만든 작품이 개봉까지 하게 됐다. 이것만으로도 큰일이고 오늘처럼 사진 찍고 인터뷰하는 것도 감사하다.

이이경 잠은 잘 자니? 원래 잠을 잘 못 잔다. 어제도 새벽 4시 넘어서까지 잠들지 못하고 뒤척였다. 오래 지속된 일이라 그렇게 괴롭지는 않다. 잠을 못 자도 제때 운동 가고 하루에 에너지 쓰는 건 똑같다. 미래의 나는 잠을 좀 잘 자고 있는지 묻고 싶다.

채서진 언니한테 빚은 좀 갚았니? (웃음) 금전적인 빚은 없는데 언니와 가족에게 받은 사랑이 너무 크다. 누군가 ‘너는 좋아하는 거랑 사랑하는 것의 차이가 뭐라 생각해?’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언니가 나한테 주는 사랑의 절반만큼 나한테 마음을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사랑이야.’

-언니인 김옥빈 배우는 동생에게 어떻게 그만한 사랑을 느끼게 해주나.

채서진 언니는 자기 자신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것 같다. 분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현장에서 촬영하다가 ‘언니, 나 쭈구리야, 힘들어’ 투정 섞인 문자를 보내면 언니는 그 문자 하나로 ‘얘가 뭔가 어려운 상황에 있는 건가’ 사흘 동안 고민한다. 언니는 자기한테 어려운 일이 생기는 건 타격감이 1인데 나한테 비슷한 일이 생기면 그걸 5, 6 정도의 타격감으로 받아들인다.

-이이경 배우는 뮤지컬 <사랑의 불시착>을 막 마쳤다. 영화 개봉에 맞춰 직접 부른 O.S.T의 뮤직 예고편도 공개했다. ‘2022 MBC 방송연예대상’ MC로도 발탁되지 않았나. 올 한해 쉴 틈 없이 다양한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이이경 주어진 기회 자체를 감사하게 생각한다. 다 주변의 도움 덕분이다. 뮤지컬도 잘 끝낸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매번 이겨내는 기분으로 산다. 코미디 연기를 많이 해서 사람들이 반갑게 다가와줘서 고맙지만 평상시에도 예능의 텐션으로 살 수는 없다. 나에게 연락해주는 사람들 각자 나에게 기대하는 모습이 있고 그걸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여러 역할을 연기의 연장선이라 생각하고 임하고 있다. <나는 SOLO> <용감한 형사들> <심야괴담회> <놀면 뭐하니?> 등 전부 다르게 접근하는 거다. 예능 활동이 배우 이미지에 영향을 주지 않겠냐고 선배들이 오히려 걱정해주시는데 나는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이게 내 길이고 나대로 가면 된다.

-배우로서 각자의 목표를 들려달라.

이이경 그날그날 후회 없이 보내면 좋은 길로 가지 않을까. 영화감독님이나 예능 PD님이 ‘이경씨는 불호가 없잖아요. 다 이경씨를 좋아하던데’라고 말씀해주시는데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어떤 사람은 나를 두고 ‘얘는 코미디밖에 못해’, ‘얘는 여기까지야’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나만큼은 나의 선을 긋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해볼 생각이다. 고대하던 일이나 배역을 맡았다고 힘주고 해봤자 망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 한 걸음 떨어져서 의연하게 ‘이게 나한테 왔구나.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시도하고 느끼는 수밖에 없다. 내가 힘 안 줘봤겠나. (웃음) 다 겪어봐서 알게 된 것들이다.

채서진 그래서 오빠가 평상시에도 여유로워 보이고 그렇게 흐르듯이 가는 거구나. 나도 닮고 싶은 태도다. 나이를 더해가면서 이전보다 여유가 생기지만 나는 아직 뭔가 미친 듯이 해보지 않았다는 기분이 든다. 더 달려야 해서 앞으로 뭐든 열심히 해보고 싶다.

신주환 돌아보면 목표를 너무 뚜렷이 하거나 욕심을 우선시하면 상처가 생기고 일이 더 꼬이는 것 같다. 항상 열어놓고 일상에 감사하면서 나아가려고 한다. 배우로서 준비는 치열하게 하지만 연기는 편안하게 해내고 싶다. 무엇보다 길게 오래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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