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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3회 한국영화음악콘서트 서훈 집행위원장과 5명의 음악감독들
조현나 사진 최성열 2022-12-26

영화음악가에 의한, 영화 음악가를 위한 콘서트

영화음악 창작자들이 무대에 올라 자신이 작곡한 곡을 연주하는 ‘2022 제3회 한국영화음악콘서트’(이하 영화음악콘서트)가 12월28일 오후 7시30분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서울그랜드필하모닉예술단이 주최하고 대한민국영화음악페스티벌(KCMF)이 주관하는 이번 공연은 서울그랜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음악감독과 상임지휘자를 겸하는 서훈 집행위원장이 지휘를 맡고, 이병우 음악감독과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이하 제천영화제) ‘짐프 OST 마켓’의 최종 진출자로 선정된 변동욱, 손한묵, 이명로, 정나현, 최종호 음악감독이 서울그랜드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협연해 무대를 꾸린다. 공연을 앞두고 바쁘게 준비 중인 서훈 집행위원장, 5명의 신인 음악감독들과 이야기를 나눴디. 이병우 음악감독은 개인 사정으로 동석하지 못했다.

변동욱, 손한묵, 정나현, 서훈(집행위원장), 최종호, 이명로(왼쪽부터).

-오늘 자리를 같이한 음악감독들과는 어떻게 함께하게 됐나.

서훈 / 올해로 3회차를 맞이한 영화음악콘서트 컨셉을 어떻게 잡으면 좋을까 고민하던 차였다. 이번엔 새로운 얼굴들과 함께해보고 싶어 조성우 제천영화제 집행위원장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렇게 제천영화제를 통해 발굴된 5명의 신인 작곡가들과 함께하게 됐다. 기존의 베테랑 음악감독도 함께 무대에 서면 좋을 듯해 이병우 감독에게도 제안했고, 선뜻 좋다는 의견을 줘서 그렇게 최종 라인업을 완성했다.

손한묵 / 영화음악 공연에 관심이 많아 지난해에 이 영화음악콘서트를 관람했었다. 그런데 같이 공연하자고 연락이 와서 깜짝 놀랐고 무척 영광이었다. (웃음)

-세트리스트는 각자 어떤 기준으로 정했나.

이명로 / 이런 기회가 드물어서 하고 싶은 곡이 많았다. 최근 작업한 <수리남> <헌트> <헤어질 결심>의 곡들과 함께 개인적으로 애정이 깊은 <서복>의 <돌무덤>과 <공작조: 현애지상>의 <만남>을 골랐다.

최종호 / 선정한 네편 중 단편 <쑥덕>의 <엔딩 테마>는 나와 접점이 많은 곡이라 의미가 크다. <내겐 너무 소중한 너>의 <수박서리>는 내가 참여한 첫 극장 개봉작이라 골랐고, 임팩트 있는 곡도 하나 넣고 싶어 영화 <>의 <Dance of Life>를 골랐다.

손한묵 / 다른 음악감독의 선곡에 반하는 분위기의 곡을 연주하고 싶어서 코믹한 곡을 많이 골랐다. 음악 자체는 진지하지만 제목이 (불륜, 드라마 <에이틴 어게인> O.S.T)이거나 드라마 <어쩌다 전원일기> <오늘의 웹툰> 등에서 재밌는 상황에 쓰인 곡들을 중점적으로 골랐다.

정나현 / 상업영화 작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됐다. 그래서 최근작인 <보이스> <늑대사냥>과 오디오영화 <리버스>의 곡들과 함께 비교적 차분하고 밝은 단편 <대국>의 곡 하나를 추가로 준비했다. 사실 최종호 음악감독과 작업한 게임 음악들을 고르고 싶었는데 아직 게임이 공개되지 않아 포기해야 했다. 아쉽다. (웃음)

변동욱 / 나도 비슷하다. 최근 작품 중 오케스트라로 잘 연주할 수 있는 곡들 위주로, 멜로디가 잘 들려서 곡을 몰라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곡들로 선정했다.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면서 새롭게 가미된 부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

변동욱 / 나는 원곡의 느낌을 바꾸진 않았다. 기존의 것을 유지하면서 오케스트라 협연이 가능하도록 원곡에 없던 목관악기, 금관악기를 추가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가장 공들인 곡은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의 <너와 꿈꿨던 날들>이다.

정나현 / 오케스트라로 이 많은 퍼커션을 어떻게 소화할 수 있을까, 전자음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과제를 해낸 느낌이다. 곧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시작하는데 소리가 어떨지 궁금하다. 그때 잘못 나오면 큰일나는 거다. (웃음)

손한묵 / 젊은 작곡가들에겐 오케스트라 실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몇 가지 실험을 했다. 재즈 오케스트레이션을 시도하면서 색다른 코드와 텐션의 음악 화성을 사용하기도 했다. 딜레이라는 이펙터를 비브라폰으로 표현하는 설정을 추가하고 ‘힘들면 안 하겠다. 그런데 한번 해보고 싶다’고 코멘트를 덧붙였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최종호 / 아직 대중적으로 알려진 곡이 없기 때문에 이를 이점으로 생각하며 마음대로 재밌게 작업했다. 막힐 땐 학부 시절 교수님께 SOS를 치기도 했다. (웃음) 개인적으로 신경을 많이 쓴 곡은 마지막에 연주하는 <Dance of Life>다.

이명로 / 사실 편곡에 대한 고민이 컸다. 피아노와 목관악기를 애초에 쓰지 않은 건 곡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라 이걸 넣어도 될까 싶었지만 스스로를 믿고 사운드를 보강했다. 지휘자님, 연주자님들이 잘 연주해주실 테니 나만 잘 준비하면 될 것 같다.

서훈 / 그동안엔 프로그램 구성과 순서를 짤 때 의견을 많이 제시했는데 올해는 하나도 손을 대지 않고 음악감독님들이 제시하는 대로 따를 생각이다.

-영화음악감독이자 작곡가로서 무대에 올라 연주를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변동욱 / 라이브 실연을 고려하며 음악 작업을 하진 않는다. 그런데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롭게 편곡을 하고 대중 앞에서 공연도 할 수 있게 되서 감사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손한묵 /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잘할 수 있는지 창작자로서의 정체성을 계속 찾는 과정에 있다. 그 와중에 감사하게도 이번 콘서트 같은 좋은 기회를 만났다. 관객도 작곡가와 마주한 채로 그가 연주하는 공연을 관람할 때 같은 음악이어도 전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거다.

이명로 / 사실 사람들이 정말 좋아하거나 관심 있지 않는 이상 영화 O.S.T를 직접 찾아 듣는 경우가 드물다. 그래서 이번 공연을 통해 ‘어, 저 음악 그 영화에 나왔던 건데’라고 얼마나 느끼실지 궁금하다.

최종호 / 작곡가가 된 이유 중 하나가 굳이 앞에 서서 연주를 하지 않아도 되어서였는데. (웃음) 사실 영화에서 가장 주목받는 건 배우와 감독이지 않나. 하지만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선 많은 이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협업해야 하고, 그들 중 하나가 작곡가다. 이번 공연을 통해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실제 존재한다는 걸 관객이 알게 될 거고, 그걸 알고 음악을 듣는 건 굉장히 다를 경험일 것이다. 이를 계기로 한국 영화음악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길 기대한다

서훈 / 내가 기대하는 바도 같다. 영화음악을 만든 이들이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도록 영화음악콘서트를 계속 해나가려 한다. 공연을 하며 깨달은 건 많은 영화음악이 아카이빙이 잘 안돼 있다는 거다. 그래서 매년 콘서트에서 연주되는 곡들의 악보를 잘 아카이빙하는 게 목표다.

정나현 / 전에 ‘영화음악가는 음악인인가, 영화인인가?’ 하는 질문을 들은 적이 있다. 그때 많은 분들이 ‘영화음악을 하는 사람은 영화인으로 남아야 한다’고 답변하는 걸 보며 내 마음가짐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영화음악을 하면서 내 음악이 영화에 어울린다는 것을 깨닫고 음악인이자 영화인으로서 내 아이덴티티를 굳건하게 지킬 수 있게 됐다. 최근 게임이나 영화, 드라마 음악 콘서트가 많이 열리는데 대부분 해외 작품들인 경우가 많다. 한국 영화음악이 주목받는 데 우리가, 이번 공연이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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