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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인센디어리스>

권오경 지음 / 김지현 옮김 / 문학과지성사 펴냄

사이비 종교에 빠져 가산을 탕진하거나 가족을 파탄으로 이끌고 간 사람의 이야기, 한 다리만 건너면 흔하게 들을 수 있다. 누구네 아버지가, 혹은 할머니가 그랬다는 풍문을 전해 들을 때마다 우리는 “아니, 멀쩡한 사람이 도대체 왜? 가족들은 안 말리고 뭐했대?”라고 순진한 의문을 품게 된다. 사이비 종교에 포섭되는 사람은 사회적 관계가 취약하거나 정보에 무지하고 무언가에 쉽게 중독되는 심약한 종류의 인간일 거라고 짐작하기 쉽다.

한국계 미국 작가 권오경의 <인센디어리스>는 광신적 종교에 마음을 빼앗긴 이들의 심연을 파고드는 매혹적인 소설이다. ‘인센디어리스’는 방화, 선동적이라는 의미. 소설은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인물과 그의 연인, 그리고 종교 집단 교주의 내면을 묘사하며 인간에게 종교란 어떤 의미이며 우리가 거기서 얻고자 하는 진리란 무엇인지 모색한다. 한국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피비에게 어머니, 그리고 피아노는 인생의 전부였다. 딸이 주체적으로 살길 바라던 피비의 어머니는 딸이 운전하던 차에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가족의 상실을 겪고 허무함에 몸부림치던 피비는 대학에서 연인 윌을 만나지만 그에게서도 구원을 얻지 못하고 이후 종교 지도자 존 릴을 만나 ‘제자’라는 이름의 기독교를 기반으로 한 급진적 종교에 빠져든다. 소설은 세 사람의 시점으로 진행되지만 주요 화자는 피비의 남자 친구 윌이다. 통제적인 남자 친구 윌이 ‘의심스런 화자’라는 점이 소설을 훨씬 다층적으로 만든다. <인센디어리스>는 사이비 종교 내부의 괴상하고 비정상적인 의식이나 행각을 소개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극단적인 광신교도가 되는 피비의 죄책감과 고독, 독실한 기독교인이자 신학대생이었던 윌이 거리를 두고 바라본 신앙인에 대한 서술에 비중이 실려 있다. 종교인들의 임신중절 반대 시위와 남한에서 특히나 번성한 기독교, 북한의 지도자에 대한 무조건적 찬양과 수용소 실태, 미국의 이민자 차별과 성폭력 등 사회의 여러 레이어가 포개진 소설이다. <파친코> 코고나다 감독의 연출로 드라마화된다.

160쪽

나는 이민자잖아. 이민자들은 심리 상담을 믿지 않아. 내가 그런 걸 한다고 하면 주위 한국인들이 의지박약이라고 볼 거야. 다른 인종 집단들에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게을러서 그런다든지, 불효하는 거라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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