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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73회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어파이어’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 “시는 꿈을 꾸게 한다는 생각으로…”

제73회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어파이어>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 인터뷰

- 영화 <어파이어>의 영감을 어디서 받았나.

= 3년 전 베를린영화제에서 <운디네>를 선보이고 3주 뒤 영화 홍보차 파리에 갔을 때 코로나19에 걸려서 4주간 병원 신세를 졌다. 그 기간 동안 고열에 시달리며 많은 꿈을 꿨는데 꿈속은 여름이었다. 꿈은 공포와 에로틱이 뒤섞여 있었다. 얼마 후 터키에서 대형 산불이 났고, 그 뒤 나는 아내와 함께 산불 피해 지역에 갔다. 그때 ‘죽음의 고요’를 체감할 수 있었다. 아이가 동화책 속에 나오는 ‘죽음의 고요’ 라는 단어를 물을 때 대답하기 난감했었는데, 그때 그게 진짜 무엇인지 체험했다. 새도 없고, 바람도 없고, 벌레 소리도 없는 고요였다. 그리고 친구에게서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읽어보라는 권유를 받았는데 거기에서도 영감을 받았다.

- 영화에 호러, 코미디, 실존주의 연극 등 여러 장르의 요소가 섞여 있다.

= 코로나로 병상에 누워 있을 때, 프랑스영화나 미국영화에는 여름휴가 영화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고 있는데 독일영화엔 왜 이런 장르가 없을까를 생각해보았다. 미국의 여름영화는 보통 호러영화고, 영화에서 공포를 겪고 나면 죽거나 어른이 된다. 한편 프랑스영화에선 여름방학에 사람이 되는 걸 배운다. 그런데 독일 여름영화에선 “엄마, 나는 게이예요”라든가 “왜 이혼하세요? 공부에 집중할 수 없잖아요”라는 내용이 전부다. 독일 여름영화의 진부한 점을 개선하고자 했다.

- 주인공 레온과 나디야의 캐릭터가 흥미롭다.

= 레온은 ‘나는 작가다’라는 것을 부각하고 싶어 한다. 그는 항상 “일해야 한다”고 말한다. 수영하러 물에 들어가지 않고, 요리도 안 하고 아무 일도 안 하지만 끊임없이 잠에 빠진다. 이런 경험은 내가 직접 했던 거라서 배우에게 잘 전달해줄 수 있었다. 여름이란 자연과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계절이다. 그런데도 남자주인공은 모든 문을 꼭꼭 닫고 작가를 연기하려고 한다. 그래도 순진하다. 나디야는 모든 일을 기획하고 조직하고, 요리하고, 생업에 종사하며 성생활도 활발하다. 19세기 작가들은 일하는 여자는 못생겼고 침대에서 쉬는 여자는 아름답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나디야는 부지런하고 아름다운 여성으로 그 편견을 깨는 인물이다. 이런 주인공이 남성 주체의 관점에서는 혼란스러울 것이다. 나는 이런 상황을 좋아한다.

<어파이어>

- 영화 속 시 낭독 장면이 인상적이다.

= 영화를 찍기 전 한나 아렌트 인터뷰를 다시 봤는데 미국에서 40년 동안 살았는데도 꿈은 독일어로 꾼다고 했다. 아렌트는 그 이유가 독일 시 수십편을 외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시는 꿈을 꾸게 한다는 생각으로 시 낭독 장면을 영화에 넣었다. 나는 독문학을 전공했고 하인리히 하이네를 좋아한다. 하이네는 19세기의 밥 딜런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 영화 전체가 꿈이나 소설 같은 느낌을 준다.

= 나에게 영화는 반수면 상태다. 영화에서 시에스타 장면 등 꿈꾸는 장면들을 아주 사랑한다. 의식적으로 그렇게 만들었다.

-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 있는지.

= 한국 배급사의 초대를 받아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내 영화 블루레이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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