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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서경 작가, “‘작은아씨들’은 고통과 도파민을 번갈아가며 주었다”
임수연 사진 오계옥 2023-03-17

<작은 아씨들>. 사진제공 스튜디오드래곤

“부자들은 자본으로 리스크를 걸지만 가난한 사람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거.” (<작은 아씨들>)

- 최근 종영한 <작은 아씨들>은 <마더>에 비해 최고 시청률 기준으로 2배 정도 나온, 수치상으로 더 많은 사람이 본 드라마였습니다. 백상예술대상 작품상을 받은 <마더>도 무척 좋은 드라마였지만, <작은 아씨들>은 대중과의 접점을 확실히 찾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 <마더> 때 이보영 배우가 시청률이 잘 나올 회차와 아닌 회차를 정확히 예상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그런 눈을 갖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1~2년 지나니까 자연스럽게 알겠더라고요. <마더>를 쓸 때 제가 도달하고자 한 감정과 구조적 완결성을 먼저 생각했는데, 저의 방식은 최고 시청률 5% 이상을 갈 수 없는 형태였어요. <마더>는 시청자로 하여금 성취감을 딱 한번, 마지막회에서만 줘요. 열다섯번 넘어지고 한번 일어서서 가는 힘든 과정을 함께했던 소중한 시청자들은 그 정도 존재하고, 또 기존의 드라마 시청층과도 다른 것 같았어요, “평소에는 드라마를 보지 않는데 <마더>는 꼭 봤어요” 같은 얘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그러다 다른 종류의 이야기를 쓴다면 시청률 5~7%대도 노려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쓰는 모든 작품은 인간이 어떻게 고통을 극복하고 다시 살아갈 수 있는지를 담고 있는데, 이번엔 고통만 주는 게 아니라 도파민도 번갈아가며 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작은 아씨들>은 고통과 도파민의 연속적인 행렬이에요. (웃음)

- 정말 재미있는 장르물이기도 했고요.

= 김희원 감독이 합류하면서 초조해지더라고요. 시청률 10% 이상을 찍던 분과 함께하려면 제가 더 올라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웃음) 장르는 대중들이 제가 쓴 이야기를 좀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이자 약속이에요. 또 윤리적으로 선을 타는 이야기가 가장 임팩트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것이 옳은지 생동감 넘치는 질문을 만들어낼 때 시청자도 몰입할 수 있어요. 솔직히 말하면 <작은 아씨들>의 시청률은 연출과 배우의 힘이 컸습니다. 제가 부족했다고 느꼈던 점들이 마음에 많이 남아서 다음 작품에서 어떻게 극복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며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어요.

- 어떤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은 어떤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잖아요. 대본을 쓰면서 주인공과 가까워졌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였나요.

= 제가 처음부터 주인공을 잘 알지는 못해요. 그냥 서먹서먹하게 시작하면서 조금씩 알아나가는 거죠. <작은 아씨들>은 인주의 내레이션을 쓰고 나서 그의 기저에 흐르는 감정을 알게 된 것 같았어요. “이십억은…. 뭘로 되어 있을까? 우리 식구,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아파트. 인혜 다달이 학원 보내고 나중엔 대학 보내고, 인경이 새 차도 뽑아주고 싶었어.” 그다음부터 인주와 친해졌죠. <마더>에서는 수진이 “제가 저 아이의 엄마가 될 수 있을까요? 저에게는 엄마가 없는데…. 어떻게 엄마가 될 수 있을까요?”라는 대사였어요. 그 부분을 지나고 나서 수진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가 무엇인지 알게 됐습니다.

“엄마가 되는 건 중병을 앓는 것과 같아. 모든 사람이 다 그 병을 이겨낼 수는 없겠지. 아주 아주 힘든 일이야.” (<마더>)

- 드라마 작가는 처음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모든 과정을 수행합니다. 작가님의 작품은 어떻게 시작되는 편입니까.

= 지금 쓰는 대본의 시작은 김희원 감독이었어요. 김희원 감독은 자기 목숨을 바쳐서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인데, <작은 아씨들>이 그의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내용이었는지 회의감이 있었거든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배우와 스탭들이 모든 걸 바쳐 찍어줬으니, 이번엔 내가 김희원 감독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만들 만한 가치 있는 이야기를 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김희원 감독이 좋아하는 요소들을 엮어서 만들고 있어요. 그리고 배우에게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배우들을 위한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초기 단계부터 작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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