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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ONJU IFF #8호 [수상작 인터뷰] ‘너를 줍다’ 심혜정 감독, 김재경 배우, 모두에게 도전이었던 영화
정재현 사진 백종헌 2023-05-06

CGV상,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 <너를 줍다> 심혜정 감독, 김재경 배우 인터뷰

믿었던 사랑에 배신당한 지수(김재경)는 이별 후 아파트 쓰레기장에서 쓰레기봉투를 뒤져 봉투의 주인을 파악한 후 다시 내다 버린다. 흡사 프로파일링과 같은 과정으로 상대를 엿보는 지수의 눈에 정체 모를 봉투의 주인, 우재(현우)가 들어온다. <너를 줍다>는 고령화 사회의 이면을 깊이 파고든 <욕창>(2020)으로 화제를 모았던 심혜정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너를 줍다>가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 CGV상과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을 모두 수상하는 2관왕의 쾌거를 거두기 하루 전, 4년 만에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은 심혜정 감독과 처음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은 배우 김재경을 만났다. 인터뷰에 앞선 사진 촬영부터 서로를 살뜰히 챙기는 데 여념이 없던 둘은 인터뷰 중에도 다감한 리액션을 아낌없이 교환하며 서로를 향한 두터운 신뢰를 자랑했다.

- 심혜정 감독은 지금까지 자전성을 반영한 창작 각본으로 영화를 만들어왔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하성란의 단편소설 <곰팡이꽃>을 각색하는 도전을 했다.

심혜정 사람을 관찰하는 걸 즐긴다. 요즘 친구들은 누구와 사귀기 전엔 꼭 “썸을 탄다”고 이야기하고, 그 사람의 SNS를 미리 염탐하더라. SNS라는 게 한 장의 사진을 올리기 위해 훨씬 많은 것을 버려야 하는 시스템 아닌가. 골라진 사진보다 버려진 사진이 어쩌면 그 사람을 더 많이 설명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 생각과 동시에 하성란 작가의 <곰팡이꽃>이 떠올랐다. 남이 버린 쓰레기에서 인물에 대한 정보를 얻는 소설 속 인물의 모습과, 버려지는 사진들에 자신이 훨씬 담긴 작금의 세태가 잘 연결될 거라 생각했다. 자전적인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옮길 땐 오히려 넘쳐나는 이야기를 잘라냈어야 했는데, 이번 작품은 그렇지 않다 보니 내게 많은 도전을 요했다.

- 김재경 배우에게도 이번 작품이 도전이었을 듯하다. 지수를 생각하면 적막함, 피폐함, 연약함과 같은 단어들이 떠오르는데 이는 김재경에게서 쉽게 연상할 수 있는 느낌이 아니다.

김재경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도전해 보고 싶어 바로 감독님의 전작을 검색해 봤다. 사실 연기 공부를 하며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를 챙겨 볼 때면 이해가 안 갈 때가 있었는데 감독님의 <욕창>은 모든 인물에 이입됐다. 그래서 더욱 이 작품에 합류하고 싶었다. 오디션 제의를 받거나 섭외 오는 작품들 속 내 캐릭터는 에너제틱하고 화려한 느낌이 많았다. 그동안의 배역과 정반대라는 측면에서도 이 작품을 꼭 하고 싶었다.

-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를 뒤져 그 사람의 취향을 발견하고, 쓰레기가 곧 그 사람이라고 단언하는 지수는 확실히 어딘가 고장 난 인물이다. 지수를 어떤 인물이라 생각하나.

김재경 그 누구보다 타인에게 정이 많고 관심도 많은 인물이지만 사람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두꺼운 벽을 쌓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타인들이 버린 쓰레기를 통해 그 사람을 염려하는 모습은 지수가 생각하는 안전한 범위 내에서 낯선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는 행위일 터다.

- 지수와 우재를 매개하는 주요 소재가 물고기 안시 롱핀이다. 토굴 속에 들어가 두문불출하는 물고기라는 안시 롱핀의 속성은 지수에 관한 은유로도 보이는데.

심혜정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초면인 사람과도 아무렇지 않게 대화하지 않나. 지수가 우재를 위험하게 여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우재와 얽히기 위해선 동물이 필요할 것 같았다. 지수가 동물을 키운다면 물고기일 거라 생각해 취재하던 중 늘 숨는 물고기 안시 롱핀을 알게 됐다. 심지어 별명도 쓰레기를 줍는 지수에 걸맞은 ‘청소 물고기’더라.

김재경 실제로도 촬영 내내 물고기들이 토굴 안에 들어가 있었다. 이 친구들이 나오면 감독님께서 “지금이야, 얼른 찍자!”를 외치셨다.

- 지수의 공간은 네이비 톤의 어두운 컬러인 데 비해, 영화 전체의 톤은 밝고 화사한 파스텔 옐로 컬러다. 이러한 톤의 대비도 염두에 두었을까.

심혜정 지수의 공간은 물속을 떠올려 푸른 톤으로 잡았다. 심해의 느낌을 주고 싶었다. 영화 전반의 화사한 톤은 지수의 따뜻함을 보여준다. 내면의 상처로 심해 속에 있는 사람이지만 밖으로 나갔을 땐 지수만의 따뜻한 면모가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설정했다.

김재경 지수의 의상 또한 어두운 톤이다. 내 전공이 의상이다 보니 장면별로 캐릭터의 감정이 잘 살 법한 의상을 분석하는 걸 즐긴다.

-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이르면 두 인물의 감정도, 이야기의 서스펜스도 폭발한다.

심혜정 지수가 쓰레기를 줍는 행위가 이미 서스펜스가 넘치기 때문에 영화 내내 서스펜스 요소를 잘 살리고 싶었다.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지수가 세상을 마주하는 것부터가 굉장한 서스펜스지 않나. 그리고 클라이맥스에서 폭로! 폭발! 클라이맥스다운 클라이맥스! 이런 것 좋아한다. (웃음)

김재경 MBTI로 치면 지수는 ‘파워 J(판단형, 계획 중시)’다. 모든 일이 자신의 통제하에 있어야 안심을 느끼는 친구다. 쓰레기를 줍고 그 봉투에서 정보를 습득한 후 다시 원상복구해 배출을 하는 지수만의 루틴이 있는데, 그때마다 착장도 동일하다. 그런데 클라이맥스 장면을 모니터하니 몰입한 나머지 복장도 머리도 걸음걸이도 전부 흐트러져 놀랐다.

- 꼭 물어보고 싶었다.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지수와 우재는 왜 주말마다 서울특별시 광화문에 위치한 에무시네마까지 원정을 떠나 영화를 볼까. (웃음)

심혜정 이렇게 에무시네마의 위치를 잘 아는 사람이 보면 무척 곤란하다. 에무시네마에서 촬영한 이유는 동네 작은 극장이 서사 상 필요했기 때문이다. 용인시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다. 우리 영화가 성남독립영화제작지원작이다 보니 처음엔 두 인물의 거주지가 성남시였다. 그런데 성남시 종량제봉투가 노란색이더라. 우리가 미술로서 의도한 그림을 보여주려면 흰색 종량제봉투여야하는데! 이럴 경우 성남시에 사는 관객들의 리얼리티를 저해할 우려가 있어 주인공들이 용인시에 살게 됐다.

김재경 광역버스를 타면 용인시에서 에무시네마까지 한 방에 갈 수 있을 것이다!

- <너를 줍다>는 전작 ‘<욕창> 유니버스’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다수의 <욕창> 출연진들이 대거 특별출연하고, 어김없이 절친한 김도영 감독이 스페셜 땡스 투(Special Thanks to)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심혜정 동시대성이란 개념을 정말 좋아한다. 영화사도 동시대에 활동한 감독들을 후에 하나의 사조로 편입하지 않나. 이전에 작업한 배우들과 여전히 사적으로 만나고, 전작의 주인공들이 내 차기작에 작은 역할로 출연하기도 한다. 그렇게 동료들과 동시대를 살며 하나의 사조를 이루고 싶다. <너를 줍다>가 김도영 감독이 출연하지 않은 내 첫 번째 영화다. 하지만 김도영 감독과는 영화 기획 이전부터 포스트 프로덕션까지 늘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이라 언제나 함께 작업하는 셈 친다. 크레딧에 그런 칸은 없지만 늘 더블 스페셜 땡스 투 크레딧으로 올리고 싶은 심정이다. 이번 영화제 개막식에서 다르덴 형제가 후배 감독들에게 “영화 혼자 하지 말고 친구들과 함께하라”는 말씀을 건네지 않았나. 깊이 공감했다.

- 둘에게 <너를 줍다>는 어떻게 남아있나.

심혜정 기획 당시부터 이 영화는 사랑을 응원하고, 만남을 두려워하는 이들을 응원하는 영화였으면 했다. 이번 영화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길 건넸을 때 지인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아서, 스스로도 많은 응원을 받았다.

김재경 촬영 당시 연기적으로 고민이 정말 많았던 시기였다. 감독님이 배우인 내 의견을 많이 물어보시고, 반영해 주셨다. 한 장면 한 장면 감독님과 소중하게 만들어 가는 느낌을 받게 해주셔서 떨어진 자존감을 회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지수가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 힘을 얻고 변화하듯, 나도 감독님으로부터 그리고 지수로부터 큰 힘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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