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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 국제인도법 이해했으면”
배동미 2023-07-03

대한적십자사, 씨네21 주최 '국제인도법 시네마토크' 현장

사진제공 대한적십자사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6월24일, 예술영화전용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대한적십자사와 씨네21이 주최하는 '국제인도법 시네마토크'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한국전쟁을 다룬 장훈 감독의 <고지전>을 상영한 뒤, 국제인도법 전문가인 김회동 육군사관학교 교수와 배동미 씨네21 기자, 이화여자대학교 재학생이자 대한적십자사 IHL 서포터즈로 활동 중인 박채영 씨가 국제인도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영화 <고지전>을 여섯 번 관람했다는 김회동 교수는 “볼 때 마다 울림이 다르다”면서 “이 영화를 통해서 국제인도법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했으면 좋겠다”라고 운을 떼었다. 그는 “국제인도법은 과거 ‘전쟁법’이라고 불렸다”는 배경 설명과 함께 “무력 충돌에서 적대행위에 가담하지 않은 사람, 과거 적대행위에 가담했더라도 이제 더 이상 가담하지 않는 사람을 보호하고, 전쟁의 수단과 방법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법이 국제인도법”이라고 설명했다.

김회동 교수는 영화 속 장면들과 연결시켜 국제인도법을 소개했다. 극중 한국군인 김수혁 중위(고수)가 인민군 군복을 입고 신분을 속인 뒤 적을 몰살시키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김 교수는 “국제인도법은 이러한 행위를 ‘배신 행위’라고 규정한다”고 말했다. 적국의 복장을 하거나 대한적십자사와 같은 인도주의기구 인원인 것처럼 신분을 속여 적을 살상하고 피해를 입히는 행위는 국전쟁범죄로 처벌받는다.

김회동 교수는 북한군 저격수 ‘2초(김옥빈)’가 일부러 급소를 피해 남성식 이병(이다윗)을 향해 여러 차례 총을 쏘는 장면을 두고도 “불필요한 고통을 야기하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방에 적을 제압할 수 있음에도 죽이지 않되 고통스럽게 총을 쏘고 고통받는 병사를 아군이 도와주려하면 다시 공격하는 방식은 비인도적인 행위”라며 “국제인도법에 의해 전쟁 범죄로 규정된다”라고 설명했다.

박채영 대한적십자사 IHL 서포터즈는 “남성식 이병이 17살인데, 그와 총구를 겨눈 인민군 소년의 나이는 그보다 더 어려 보였다”라면서 “일정 나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청소년과 어린이는 전쟁에 참전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회동 교수는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 규정’은 15세 미만의 아동을 징집하거나 전투에 나가게 하거나, 그와 유사한 행위를 돕도록 할 경우 전쟁범죄로 처벌한다”라고 덧붙였다. ‘아동의 무력충돌 참여에 관한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 따르면, 18세에서 15세 미만의 어린이들을 징집하지 말아야 하며, 만약 징집하게 된다면 나이가 많은 순으로 징집해야 한다. 특히 15세 미만 어린이들의 경우, 자원해서 입대했더라도 무력 충돌에 참여시킨 자는 처벌받는다. 김 교수는 “‘아동의 무력충돌 참여에 관한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만으로 부족해서 선택의정서 또한 만들어졌다”라면서 “선택의정서는 18세 미만의 어린이들을 징집하거나 전투에 투입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라고 밝혔다.

사진제공 대한적십자사

관객들이 국제인도법에 대해 직접 질문하는 시간도 이어졌다. 한 관객은 “국제인도법이 사병들한테 얼마나 와닿을지 궁금하다. 국제인도법만으로 전쟁을 제어할 수 있느냐”라고 질문했다. 이에 관해 김회동 교수는 “과거 전쟁 범죄가 벌어지면 지휘부가 처벌을 받고 국가가 배상 책임을 졌지만, 지금의 국제형사재판소는 전쟁 범죄를 일으킨 개인을 처벌한다”라면서 “명령에 의해서든 자의에 의해서든 병사들이 전쟁 범죄를 저지른다면 그 개인이 처벌을 받기 때문에 병사들에게 전쟁법을 전수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법만으로는 전쟁이든 범죄든 다 막을 수 없으며, 법은 최소한의 규제책이고 그 이상은 인간이 이성을 갖고 배우고 각성함으로써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국제인도법이 널리 통용됨에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무력 충돌에서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는 이유를 묻는 관객도 있었다. 김회동 교수는 “전쟁이란 상황에 들어가 집단화가 이뤄지면, 개인이 집단에 반기를 들 때 따돌림을 받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비인도적인 행위에 한번 눈을 감으면 계속 그 집단이 나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반대로 국제인도법을 제대로 배운 누군가가 아니라고 외치면 이러한 상황은 끊어질 수 있다”라고 풀이했다.

국가 지도층이 국제인도법의 틈을 파고들어 무력 충돌을 시도할 경우 실제로 처벌이 이뤄지는지 궁금해하는 관객도 있었다. 이에 대해 김회동 교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군 수뇌부를 처벌한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과 일본군 수뇌부를 처벌한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 전범재판)을 과거 사례로 들고 현재의 예도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러시아로 강제 이주한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에 의해 체포 영장을 발부받았다. 러시아가 2016년 국제형사재판소에서 탈퇴해 러시아에 있는 그를 체포하기 힘들지만 만약 푸틴이 국제형사재판소 협약국에 간다면 언제든 체포될 수 있다”라고 그는 설명했다. 러시아뿐 아니라 미국 대통령도 국제인도법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그는 말한다. 실제로 9.11테러 용의자를 고문한 혐의로 유럽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한 조지 W. 부시 전 미국대통령은 범죄인으로 인도될 우려 때문에 유럽 순방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회동 교수는 “당장의 체포, 당장의 기소, 당장의 징역형이 안 내려지고 있기 때문에 국제인도법이 실효성 없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이들은 넓은 의미의 가택 연금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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