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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악마들’, 잔인하다고 해서 다 악마는 아니다
이우빈 2023-07-05

형사 재환(오대환)이 잔혹한 연쇄살인범 무리를 쫓는다. 이 무리는 사체를 절단하는 극악의 범죄를 이어오고 있으며 피해자는 십수명에 달한다. 그러던 중 재환은 살인 집단의 우두머리 격인 진혁(장동윤)과의 산속 추격전을 겪고, 둘은 함께 절벽으로 떨어진다. 그렇게 실종된 재환과 진혁은 장장 한달 만에 경찰서로 돌아온다. 진혁은 즉각 체포되어 병원에 감금된다. 그런데 진혁은 후배 형사에게 비밀스러운 주장을 건넨다. 자신이 진짜 재환이며, 재환의 모습을 한 이가 살인범 진혁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자신이 실종됐던 한달간의 기억이 소실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서로의 몸이 바뀌었다는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동료들은 쉬이 믿어주지 않는다. 결국 진혁의 모습을 한재환은 재판 후 구속되고, 급기야 몸이 바뀐 살인마 진혁에게 가족의 안위를 협박받는다. 이에 재환은 본인의 정체를 증명하고 다른 살인 공범들을 잡기 위해 감옥에서 탈출한다.

보디체인지라는 영화계 단골 소재를 범죄 액션 스릴러물에 접목했다. 작품의 주안점은 형사와 범인의 몸이 바뀐 한달의 시간을 영화의 후반부로 유예한 플롯 구성이다. 두 주인공 재환, 진혁의 몸이 어떻게 교환됐는지가 극의 말미까지 숨겨지면서 이야기의 서스펜스를 유지한다. 보디체인지의 방식, 이유, 진위 등이 미지로 남으며 극의 전개를 단계적으로 추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아정체성의 괴리를 가장 극심하게 겪는 이는 연쇄살인마 진혁이다. 그러면서 그가 지난 실종 기간의 기억을 차차 회복해가는 과정이 <악마들>의 중핵이 된다. 다만 플롯 구성에의 고심에 비해 인물들의 심리와 행위는 다분히 표면적이다. 특히 극에서 자타 공인 ‘악마’라 불리는 연쇄 살인범 진혁에겐 단순한 잔인함 외에 별다른 특징이 부여되지 않아 악인으로서의 매력이 감소된다. 더하여 조연들의 존재감, 캐릭터 설정 역시 다소 편의적으로 희생되는 모양새다. 가령 살인 공범으로 등장하는 신승환, 윤병희 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이나 그 역량을 펼칠 기회는 한정적이다. 보디체인지라는 소재의 재미, 정해진 서사의 종착점을 관철하기 위해서 연출, 캐릭터의 상세가 다수 축약됐다는 인상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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